
어릴 적 살던 한옥.
안방의 벽 가장자리에 문이 하나 달려있었다.
문을 열면 어린아이가 오르기엔 좀 버거운 계단이 있고
그 위를 올라가보면 별의 별것이 다 있었다.
엄마가 시집올 때 혼수로 해오신 뒤주며
물고기 자물쇠가 달린 빨간색 문갑이며
오래되고 빛바랜 사진첩이며 ....
그리고 한 켠엔 커다란 채반에 만두들이 가득 널려 있었다.
그 시절엔 냉장고도 무지하게 작아서
잔뜩 만들어 놓은 만두를 비좁은 냉동고에 다 넣질 못하니
궁여지책으로 살짝 삶아서 채반에 말려 놓으면
시간이 지나도록 내내 맛있는 만두국을 먹을 수 있었다.
만두를 빚을때면 여자들 모두 ..할머니 , 엄마 , 나 그리고 언니
모두 한 자리에 모여 만두를 빚었는데
어른들은 만두를 빚는 것이고 아이들은 빚는 척 장난을 하는 것이고 ^^
오늘은 혼자 앉아 만두를 빚었다.
시간이 지나 이런 저런 모양도 많이 생겨났지만
그 옛날 어른들과 함께 빚었던 그 모양대로
만두피를 반죽해 밀고 속을 버무려 둘러싸고
물에 살짝 삶아 저장하고
지들끼리 들러붙어 찢어진 놈들은 그 자리에서 해치워주고 ...


떡국을 썰고 만두를 빚고..
옛날 엄마의 어깨 너머로 바라보던 일들을
엄마의 손인양 나 혼자 할 때마다 그 분들이 많이도 그립다.
그나저나 제가 만든 가래떡을 썰어 떡국을 끓였더니
치아에 마구 들러 붙더군요.
한창 교정중인 아이는 입 속이 난리도 아닌 바람에
이 떡은 가짜 떡이라고 우깁니다.
실제 사다 먹는 떡은 그렇지는 않던데 혹시 100% 쌀로만 만든는 게 아니라 다른 재료를 슬쩍 ??
아님 제가 만드는 방법이 부족하여 ??
아시는 분은 알려 주시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