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시는 회원님들을 보면서
나는 그냥 눈팅(?)만 해야지 했는데
음식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 하라는 주제가 제 맘을 뭉클하게 하더군여
이번에도 어김 없이 추석이 찾아 왔었는데요
추석과 설날은 저의 유년시절 추억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답니다
그 추억의 대부분은 외갓집과 외할머니가 차지하고 있지요
저희 외할머니는 올해 일흔여섯이시지만 아직도 정정하세요
지금도 외갓집은 집안곳곳이 광이 날정도로 깨끗하구여
음식솜씨까지 좋으셔서 직접 담근 장과 젓갈들이 집 뒤뜰의 장독들을 채우고 있지요
외할머니의 어머니는 동네 잔치가 있으면 제일 먼저 모셔가는 분이 셨데요
어릴적에는 몰랐어요 외할머니의 음식이 맛있다는 걸......
결혼을 하고 제가 음식을 하게 되면서 외할머니의 음식에 뒤늦게야 감탄을 했어요
그래서 김장을 할때나 할머니가 만드신 음식에 대해 어떻게 만드시는 거냐고 물으면
할머니는 흐뭇한 웃음으로 “니는 몬한다” 하시면서도 조근조근 말씀을 해주시죠
어릴적 설날이 되면 친할머니댁에서 제사를 지내고 당일 날 저녁에 식구들이 외갓집으로
향했지요 지금은 개발이 많이 되어 가는 길이 편해졌고 자가용으로 가는데요
그때는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갔어요 부모님은 피곤하신지 졸고 계셨지만
저는 외갓집에 간다는 설레임으로 길가의 가로수와 산들을 보며 빨리 외갓집이 보이길 바랬어요
깜깜한 밤 외갓집에 도착하고 대문을 들어서면 “우리 영혜 왔나”하시면서 반갑게 저를
맞아 주시던 할머니는 손수 만드신 식혜와 떡 음식들을 내 오셨어요
그 중 제가 계속 손이 가는 음식은 바로 감김치 였어요
외갓집은 마당이 넓은 집인데요 집을 둘러싸고 감나무가 돌아가면서 심어져 있어서
가을에는 감을 따던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하답니다
감김치의 맛은 아주 복합적인데여 달콤함과 새콤함 찌릿함 약간의 떫음이 섞인 맛이예요
외할머니께 어떻게 만드는 건지 여쭤봤더니
감중에서 땡감이 있데요 아주 떫은 감인데여 이 땡감이 요즘에는 잘 나오지는 않는데
이 땡감에다가 돼지풀이라고 외갓집 근처에서 나는 풀이 있는데 그 풀을 따다가 우린물을
붙고 삭힌다고 하는데 만드는 사람의 노하우가 많이 있어야 해서
저는 만들 엄두도 못 낸답니다 오래두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서
설날이 아니면 먹기가 힘든 귀한 음식이고 외할머니의 사랑이 담긴 음식이지요
외할머니가 이 세상에 안계시게 된다면 평생을 잊을 수가 없는 음식이 되겠지요
외손녀이지만 큰 손녀라 그런지 다른 사촌동생들 보다 저를 많이 생각해주시는
외할머니가 계서서 행복한 한 사람이 었습니다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응모]외갓집의 추억
세잎클로버 |
조회수 : 2,336 |
추천수 : 3
작성일 : 2006-10-15 22:14:03
회원정보가 없습니다
- [요리물음표] 더덕장아찌 만들때 궁금.. 1 2006-04-12
- [요리물음표] 마른 해삼은 어디서 살.. 3 2006-03-15
- [키친토크] [이벤트응모]외갓집의 .. 1 2006-10-15
- [키친토크] 오필승 메밀묵~~~(6.. 3 2006-06-06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CoolHot
'06.10.16 12:51 PM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나네요.
뒤꼍 야트막한 산에 호두나무며 앵두나무 밤나무들이 늘어서서 그것들 따먹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되었군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추천 |
---|---|---|---|---|---|
41086 | 82에서 추천해주신행복 33 | ··· | 2024.11.18 | 7,579 | 4 |
41085 | 50대 수영 배우기 + 반찬 몇가지 28 | Alison | 2024.11.12 | 11,202 | 5 |
41084 | 가을 반찬 21 | 이호례 | 2024.11.11 | 9,175 | 2 |
41083 | 올핸 무를 사야 할까봐요 ^^; 10 | 필로소피아 | 2024.11.11 | 7,316 | 2 |
41082 | 이토록 사소한 행복 35 | 백만순이 | 2024.11.10 | 7,878 | 2 |
41081 | 177차 봉사후기 및 공지) 2024년 10월 분식세트= 어 김.. 12 | 행복나눔미소 | 2024.11.08 | 3,203 | 4 |
41080 | 바야흐로 김장철 10 | 꽃게 | 2024.11.08 | 5,318 | 2 |
41079 | 깊어가는 가을 18 | 메이그린 | 2024.11.04 | 9,661 | 4 |
41078 | 드라마와 영화속 음식 따라하기 25 | 차이윈 | 2024.11.04 | 8,228 | 6 |
41077 | 아우 한우 너무 맛있네요.. 9 | 라일락꽃향기 | 2024.10.31 | 7,255 | 2 |
41076 | 똑똑 .... 가을이 다 가기전에 찾아왔어예 30 | 주니엄마 | 2024.10.29 | 9,879 | 6 |
41075 | 10월 먹고사는 이야기 12 | 모하나 | 2024.10.29 | 7,087 | 2 |
41074 | 무장비 베이킹…호두크랜베리빵… 12 | 은초롱 | 2024.10.28 | 6,440 | 5 |
41073 | 오랜만이네요~~ 6 | 김명진 | 2024.10.28 | 6,100 | 3 |
41072 | 혼저 합니다~ 17 | 필로소피아 | 2024.10.26 | 6,101 | 4 |
41071 | 이탈리아 여행에서 먹은 것들(와이너리와 식자재) 24 | 방구석요정 | 2024.10.26 | 5,038 | 3 |
41070 | 오늘은 친정엄마, 그리고 장기요양제도 18 | 꽃게 | 2024.10.22 | 9,966 | 4 |
41069 | 무장비 베이킹…소프트 바게트 구워봤어요 14 | 은초롱 | 2024.10.22 | 5,598 | 2 |
41068 | 만들어 맛있었던 음식들 40 | ··· | 2024.10.22 | 8,410 | 5 |
41067 | 캠핑 독립 +브라질 치즈빵 40 | Alison | 2024.10.21 | 5,967 | 7 |
41066 | 호박파이랑 사과파이중에 저는 사과파이요 11 | 602호 | 2024.10.20 | 3,427 | 2 |
41065 | 어머니 점심, 그리고 요양원 이야기 33 | 꽃게 | 2024.10.20 | 6,146 | 6 |
41064 | 고기 가득 만두 (테니스 이야기도...) 17 | 항상감사 | 2024.10.20 | 4,100 | 4 |
41063 | 오늘 아침 미니 오븐에 구운 빵 14 | 은초롱 | 2024.10.16 | 7,776 | 2 |
41062 | 여전한 백수 25 | 고고 | 2024.10.15 | 7,411 | 4 |
41061 | 과일에 진심인 사람의 과일밥상 24 | 18층여자 | 2024.10.15 | 8,373 | 3 |
41060 | 요리조아 18 | 영도댁 | 2024.10.15 | 5,446 | 3 |
41059 | 딸들에게온 가을소식(명절 과 생일을 지내는 유학생아이들) 12 | andyqueen | 2024.10.14 | 6,715 |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