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레시피로 만든 요리라도 양념과 조리할 때 각자의 손맛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아무리 애를 써도 요리에 깊은 맛이 나지 않는 이들을 위해 세종호텔 장대열 주방장이 손맛 내기 요령을 꼼꼼하게 일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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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도 과학이다! 양념 공식
요리에 ‘약방의 감초’처럼 빠질 수 없는 것이 양념. 소금·설탕·간장·고추장 등 각기 다른 맛을 내는 양념은 서로 어우러져 요리의 맛을 낸다. 필요한 만큼 사용하면 깊은 맛이 나지만, 조금만 과하거나 모자라도 맛이 달라지는 양념 제대로 사용법.
똑같은 재료와 조미료에, 양도 똑같이 넣었는데 왜 ‘바로 그 맛’이 나지 않나요?
조미료를 넣는 데도 일정한 순서가 있다. 일반적으로 설탕, 소금, 식초, 간장, 된장, 참기름 순으로 넣는다. 설탕을 넣어야 하는 볶음 요리는 이 공식을 지키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소금이나 간장을 처음에 넣으면 염분 때문에 재료가 굳어 나중에 설탕을 뿌려도 좀처럼 단맛이 배지 않는다. 설탕은 재료를 부드럽게 해주는 효과가 있으므로 먼저 넣어야 조리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간장, 된장 등은 고유한 향이나 맛이 금세 날아가므로 맨 마지막에 넣고, 너무 오래 가열하지 않는다.
간장과 국간장을 구별하는 법이 있나요?
간장을 엄격히 구분해 써야 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미역국을 끓일 때 국간장이 없다면 진간장으로 대체해도 된다. 진간장은 국간장보다 색깔이 진하고 약간 달착지근한 맛이 나므로 국간장 넣을 때보다는 양을 줄이고,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보충한다. 단맛은 후춧가루나 마늘을 조금 더 넣어 완화시킨다.
요리 맛을 업그레이드하는 소금 사용법을 알려주세요.
보리차를 끓일 때나 커피를 탈 때, 단팥죽을 먹을 때 소금을 약간 넣으면 맛과 향이 좋아진다. 생선이나 고기를 굽기 전에 소금을 뿌리면 표면이 재빨리 굳어 씹는 맛이 좋다. 수제비나 칼국수 반죽에 소금을 넣으면 밀가루 반죽의 끈적끈적한 성분인 글루텐을 만들어 맛이 쫄깃하고 국수나 파스타를 삶을 때 넣으면 글루텐이 형성돼 면이 쉽게 퍼지지 않는다.
요리 맛을 부드럽고 풍부하게 만드는 설탕 사용법을 알려주세요.
달걀찜에 넣으면 달걀의 응고 온도가 높아져 맛이 부드럽다. 표고버섯을 불릴 때 미지근한 물에 설탕 1줌을 넣으면 영양 손실 없이 쉽게 불릴 수 있다. 시든 채소를 조리하기 전, 설탕을 약간 넣으면 신선도가 살아난다. 특히 시금치를 데칠 때나 콩류·근채류를 조리할 때 설탕을 넣으면 풋내가 사라진다.
설탕과 물엿 구분해 사 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설탕이 단맛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면, 물엿은 끈적임과 반질거리는 윤기를 주기 위해 사용한다. 설탕도 약간의 끈적임이 있지만 물엿 정도의 끈적임을 만들려면 많은 양을 넣어야 한다. 그럴 경우 음식이 너무 달고 시간이 지나면 딱딱해지므로, 물엿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설탕은 시간이 지날수록 굳으면서 달라붙는 성질이 있지만, 물엿은 시간이 지날수록 흘러내리는 성질로 인해 음식이 쉽게 굳지 않는다. 하지만 물엿을 너무 많이 넣으면 느끼한 맛이 나고 금세 물린다. 설탕과 물엿을 함께 쓰되 비율은 3:1 정도가 적당하다.
고추장을 써야 할지, 고춧가루를 써야 할지 헷갈려요!
각 양념 특성을 비교해보고 입맛에 따라 결정한다. 고추장을 많이 넣으면 매운맛보다는 짠맛과 단맛이 강해지고 농도도 걸쭉해진다. 처음에는 빛깔이 고와도 오래 끓이면 어두운 빛깔로 변해 맛없어 보인다. 반면 고춧가루는 재료를 더 매콤하고 붉게 만들고 단맛을 완화시킨다.
요리 맛 좌우하는 조리 공식
신선한 재료와 갖은 양념을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정성이 빠지면 제맛이 나지 않는다. 재료 고유의 맛을 살리면서 양념과 어우러져 깊은 맛을 더하는 조리 노하우.
▼ 찌기
재료에 따라 불 조절
생선이나 고기는 처음부터 센 불에서 단숨에 찌는 게 비결이다. 약한 불에서 찌면 비린내나 누린내가 남기 때문. 감자나 고구마 역시 센 불에서 단숨에 쪄야 맛이 부드럽다. 반면 두부나 달걀 같은 부드러운 재료는 불이 세면 재료 속의 공기가 증발하면서 기포가 생기므로 처음부터 약한 불에서 중탕으로 은근히 익힌다.
가열하기 전에 간하기
가열하는 도중에 뚜껑을 열면 재료에 수분이 닿게 돼 재료 고유의 맛이 사라지고, 싱거워진다. 처음부터 간을 하고 도중에 뚜껑을 열지 않는다. 찜판 위에 깨끗한 행주를 깔고 재료를 얹으면 재료가 증기에 직접 닿는 것을 막아 모양이 예쁘게 유지된다.
물 양 조절
찔 때 물을 많이 넣으면 끓으면서 찜판 위로 넘쳐 재료에 물기가 배고 싱거워진다. 이중냄비의 경우 아래 냄비 높이의 절반 정도의 물이면 충분하다. 또 처음부터 재료를 넣고 찌면 수증기가 재료 표면에 달라붙어 음식에 물이 생기므로 찜통에 열이 오른 다음 재료를 넣는다.
▼굽기
소금간은 굽기 30분 전에
생선에 소금을 일찍 뿌려 구우면 삼투압 작용으로 생선에 물이 생겨 바삭하게 익지 않고 맛도 덜하다. 생선을 통째로 구울 경우 소금을 뿌린 뒤 30분쯤 두었다가 굽기 직전에 물에 한 번 씻은 다음 다시 소금을 조금 뿌려 굽는다. 칼집을 낸 생선은 굽기 10분 전에 소금을 뿌린다. 이때 생선의 물기를 제거한 다음 소금을 뿌려야 간이 잘 밴다.
껍질이 들뜨지 않게
생선 껍질이 수축하거나 공기가 들어가 쭈글쭈글하게 구워지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껍질 몇 군데를 포크로 찍어 미리 구멍을 낸다. 이렇게 하면 불 기운이 고루 통하게 돼 껍질이 벗겨지거나 살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붉은살 생선은 바싹, 흰살 생선은 살짝
고등어나 꽁치 같은 붉은살 생선은 불길이 닿도록 바싹 구워야 풍미가 있다. 반면 흰살 생선은 너무 바싹 구우면 살이 단단해져 맛이 반감된다. 굽는 순서도 종류별로 다른데 붉은살 생선은 껍질 부분부터, 흰살 생선은 살 부분부터 굽는다.
▼ 튀기기
튀김옷은 끈기가 적은 가루로
끈기가 적은 박력분이나 튀김가루로 반죽하고 튀김가루를 미리 냉동실에 넣어두거나 튀김옷에 얼음물을 사용하면 튀김이 바삭하다.
물과 소주 섞어 반죽
튀김의 바삭함은 튀김옷의 수분이 단시간에 증발되느냐 아니냐에 좌우된다. 소주를 섞은 반죽은 끓는점이 낮아 수분이 빨리 증발되므로 튀김이 바삭하다. 물 없이 소주만 넣고 반죽하면 튀김이 탈 수 있으므로, 물과 소주를 1:1 비율로 섞는다.
반죽할 때 너무 젓지 않는다
튀김 반죽은 좀 모자라다 싶게 젓는다. 튀김옷을 많이 휘저으면 끈기가 생겨 바삭한 맛이 떨어진다. 거품기나 수저보다는 젓가락으로 8자 모양을 그리면서 자잘한 덩어리들이 남아 있도록 대충 섞는다.
한 번에 조금씩 튀긴다
빨리 튀기려고 재료를 한꺼번에 많이 넣으면 기름 온도가 내려가 바삭하게 튀겨지지 않는다. 재료를 조금씩 넣어 튀기고 한 번 튀긴 뒤에는 다시 온도가 올라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재료를 넣는다.
▼ 조리기
물과 간장을 섞어 간한다
조림 요리의 간을 맞출 때는 주로 간장을 쓴다. 오래 끓이는 동안 점점 짜지므로 간장에 물을 섞어 사용한다. 비율은 간장 3큰술당 물 ¼컵이 적당하다.
센 불에서 약한 불로
조림의 포인트는 재료 속까지 간이 배도록 약한 불에서 익히는 것. 처음부터 약한 불로 끓이면 재료가 잘 익지 않으므로 일단 국물이 한 번 끓을 때까지는 센 불에서 끓인다. 그 다음에는 국물이 약간 흔들릴 정도의 약한 불에서 서서히 익힌다.
부재료로 맛 돋우기
어울리는 부재료를 함께 쓰면 맛이 깊어진다. 생선조림에는 보통 무를 많이 쓰는데, 붉은살 생선일 경우에는 깻잎이나 김치 등을 함께 넣으면 감칠맛이 난다. 술을 넣으면 비린내 제거에 도움이 된다. 특히 와인은 풍미를 깊게 해준다.
▼ 볶기
무조건 센 불!
뜨겁게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연기가 나기 직전까지 가열한 뒤 재료를 넣는다. 그 다음 재료의 수분이 빠져 나오지 못하도록 센 불에서 재빨리 볶는다. 약한 불에서 기름이 달궈지기 전에 재료를 볶으면 느끼한 맛이 나고, 볶을수록 수분이 빠져나가 재료 고유의 빛깔과 탄력이 사라진다.
기름은 한 번만
기름은 처음에 넉넉하게 넣는다. 재료가 팬에서 달궈진 기름에 닿느냐, 아니면 중간에 부어진 기름에 직접 닿느냐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진다. 기름을 여러 번 넣으면 재료에 흡수되지 않고 겉돌아 맛이 느끼하다.
간장은 팬 가장자리로
재료가 70~80% 정도 볶아졌을 때 간장으로 간을 한다. 이때 간장을 재료 위에 바로 붓지 말고 팬 가장자리로 흘려 약간 태우면 간장에 함유된 아미노산과 당이 열을 흡수해 독특한 풍미가 더해진다.
출처 : 기획 한정은 기자 | 사진 문형일 기자
요조마(장 대 열)
세종호텔 Chef/대중음식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