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님들, 모두 댁네에 평안하셨는지요...? ^,.^a
올해 2월에 두 번째 포스팅을 하고 거의 1년 만에 3번째 글을 올리네요.
일하고, 게으름 피우느라 살림다운 살림을 하고 있지도 않고
또 주말부부다 보니 평일엔 간신히 밥만 끓여 먹고 있는 수준이라서요.
사진이 양적으로 쌓일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올 한해 어떻게 먹고 살았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용
<봄>
콩나물밥
달래가 한창일 때 양념간장 만들어서 얹어 먹었어요.
저는 무쇠솥도 없고, 전기밥솥도 없고
전기압력밥솥밖에 없어서요,
콩나물을 물을 적게 써서 삶아내고
콩나물 향기 가득한 삶은 물로 밥을 지었어요.
콩나물은 그 위에 얹어내구요.
돼지괴기 간 것도 밥할 때 섞었는데,
제가 어릴 적부터 가끔씩 돼지고기에 비위에 상할 때가 있는 이상한 버릇이 있어놔서
그 다음부터는 소고기로 했어요.
아예 고기를 뺀 적도 있는데, 고기를 넣은 게 더 풍미가 있고 맛있더라구요.
냉이 된장국
아.. 포스팅을 하다보니 벌써 봄이 그리워지네요.
일본 된장 풀어서 조개넣고 끓이다가 마지막에 냉이 넣고 살짝만 끓여주고 끝~
이런 식으로 단촐하게 먹습니다. 헤헤...
뒤에 양배추는 항상 듬뿍듬뿍 썰어서 참깨드레싱을 뿌려먹었어요.
봄, 여름 내내 먹은 것 같아요.
남은 양배추는 계란부칠 때 넣어서 토스트도 해 먹고 찜도 해 먹구요.
참 착한 채소입니다.
신김치 순두부 국
봄이 되면서 신김치가 살짝 미워지더라구요. ㅎㅎ
그래서 알뜰장에서 파는 손순두부 사다가 끓였더니 남편이 너무 잘 먹어요.
뜨물에 멸치로 육수내어서 신김치 넣고 끓이다가
순두부 넣죠 뭐.
아.. 순두부 넣기 전에 간을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김치가 많이 짜면 간 안해도 되는데, 조금 싱거우면 소금이나 액젓으로 간을 하고
맞춘 다음에 순두부를 넣어야
휘휘~ 젓느라고 순두부를 망가뜨리지 않더라구요.
요기에 콩나물만 넣어도 참 좋겠더라구요.
뜨끈뜨끈~시원시원~
집들이
5월에 시댁 식구들 모시고 집들이도 했어요.
잔도 없어서 종이컵 놓고.. ㅋㅋ 수저도 모자라서 아예 한 벌 빌려오고..
교자상도 두개 빌려오고..
난리 난리를 쳤어요.
잡채, 연어샐러드, 무쌈말이, 갈비찜, 전, 해파리냉채, 나물, 겉절이, 육개장 헥헥
막 더워지려하는 늦봄이었어서
냉채, 샐러드가 많았는데 그 날 하필 폭우가 우릉릉꽝꽝 하면서
너무 추워지는 거예요.
그래서 호박전이랑 옛날소시지 부침을 급히 내었는데
의외로 전이 인기였어요.
하아... 요리의 세계란...
순발력인가....
음식 사진 지겨우실까봐 살짝 끼워보는 수국입니다.
시댁식구들 집들이 하고
친구들도 불렀었는데 그 때 받은 선물이예요.
왜 꽃은 이쁜건가요..
여자가 꽃선물 받으면 싫다는 말은 누가 한건가요..
저렇게 예쁜데요..
젊은오이무침
여름이 다가오면서 오이가 너무너무 실해져서..
참 자주 해먹었습니다.
원래 늙은 오이로 하는 거지만, 저희 집은 그냥 젊은 오이로 자주 해 먹어요.
껍질을 필러로 까고, 길게 4등분 하여 속을 도려내고,
tv보고 앉아서 과도로 길죽길죽하게 나눠놓아요.
(저희 언니는 이 과정이 귀찮아 그냥 칼로 슥슥 자릅니다. 그 쪽이 편하죠)
이렇게요.
여기에 소금을 뿌려 한 30~40분 절여놓아요.
오이들이 유들유들~해지면
꼬옥 짭니다.
이렇게 짜 놓은 데에다가 (저는 튼실한 오이 8개 했어요)
밥숟가락으로 고추장을 크게 두스푼 정도, 고춧가루 3~4스푼, 깨소금 드으으음뿍!
마늘 한 스푼, 다진 파 잔뜩! 넣고
기호에 따라 단맛을 좀 원하시면 매실액이나 설탕 조금만 맛봐가면서 넣으시면 되요. (많이
넣으면 별로더라구요)
나물을 별로 안드시는 시댁에 가서 이거 해드렸더니
아버님이 '아 말하자면 이건 '오이회'로구나!' 하셔서
빵 터졌어요.
적절하지 않나요?
그 큰 오이들 다 어디로 갔나요. ㅋㅋ 이 통은 지름 12~13센티 정도 되는 거랍니다.
숨죽으면 요래요.
이것만 있으면 전 고추장 조금 더 넣고 밥을 비벼서 엄청 먹어요.
아참! 이걸 무치실 때에 손으로 하시는 것 보다는 수저 두개로 샐러드 비비시듯이 하시는 게 좋아요. 전 손이 뜨거워서 그런지 손으로 주물럭 거리니까 시원한 오이가 풀이 너무 죽고 안좋더라구요. 그 다음부터 나무 수저로 들썩들썩 해서 먹으니 한결 맛이 좋아요. 신선하구요.
각종 나물들
올 봄에 나물 참 많이, 맛있게 먹었어요.
안그래도 나물 킬러인데
새사위 맛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저희 친정어머니가 엄청나게 협찬을 해주셨습니다. ㅋㅋ
잘 기억도 안나네요. 취, 방풍, 가죽나물 같은데요.
<여름>
각종 미나리 요리
시댁이 대구인데요, 여름에 내려가서 근교로 드라이브를 갔어요.
산에 올라가니 음식점들이 즐비한데, 그 근처가 오디와 미나리가 유명하다네요.
그래서 또 미나리 킬러인 저와 남편은 입이 호강했습니다.
미나리 무침과 두부
슴슴...한게 너무 맛나더라구요.
고소~하고 담백한 미나리전
대구 음식이 짜고 맛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제가 가본 음식점들은 오히려 심심하고 조미료 안쓰고 참 맛나네요.
대구에 유명한 수목원가서 부부 둘이서 휴식을 취했어요.
시댁분들이 참~ 좋으신데, 저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 있나봐요.
둘이만 있게 되면 갑자기 긴장이 확! 풀려서 ㅋㅋ
한 30분 멍을 때려야 합니다.
나이가 많아도 새댁은 새댁인가봅니다.
어머님이 말씀하시길, 너도 이제 애기 하나 낳고 푹 좀 퍼져야 편해질끼다..
하시는데.. 이미 몸은 퍼질만큼 퍼져있다눙... ㅋㅋㅋ
벤치에서 멍때리고 있는데, 남편이 갑자기 달려가서 사 온 팥빙수
아.. 이거 먹고 갑자기 힘이 막 납니다!
잠시만 올려볼께요 ㅋㅋ 저희 부부 사진요.
82쿡 언니들께 재롱부려봅니다~~
<가을>
날씨가 추워지면서 명동교자가 땡겨요
저는 서울에 사는 장점 중에 하나가 명동교자를 아무때나 먹을 수 있어서.. 라고 말해요.
그만큼 명동교자를 좋아합니다. ㅋ
닭육수로 진하게 맛을 내고 센 불맛이 나도록 볶은 고기소와 야채..
저희 부모님도 결혼하기 전 가끔 잘 오셨다니,
나름 서울의 맛과 전통을 잘 지켜온 곳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많이 추워지지 않았으므로 비빔국수도 한 그릇!
이 비빔국수도 너무 자극적으로 새콤하지 않고,
맛이 순하고 부드러워서
다른 지방색이 섞이지 않은 서울맛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요 ㅋ
병어 조림
아직 생선조림은 할 줄을 몰라서
병어를 사다가 집 앞 언니네로 가져갔어요.
저희 언니가 설탕들어간 조림 음식들은 기가 막히게 잘해서요.
저도 배워야 하는데...
너무 감사히 잘 먹었지요.
상추를 길렀는데 애게.... 겨우 이만큼 길러서 먹었어요.
한 번 먹고 그 다음에는 갸날프게 자라는 탓에
난 기르듯이 애태우면 기르다가 저세상 갔어요.
상추는 어찌 키워야 합니까???
고구마는 물에만 꽂아놔도 베란다를 열대우림으로 만들정도로 뒤덮던데요...
에잇 얄밉다.
넌 맥주와 함께 내 뱃속에나 들어가거라
통인동 시장에 가서 기름떡볶이도 먹어보구요..
있는 재료로 대충 만든 월남쌈
쌀국수도 없어서 소면으로 대체하고요..
푸른 잎도 없네요. ㅋㅋ
채소값 너무 비싸서 구색 맞춰서 쓰면
남은 것들은 처치 곤란이라..
딱 요것들만 넣어서 먹었어요.
고기도 냉동실에 있던 닭안심 간장 설탕 술 넣고 볶아서 놓구요.
슬슬 날씨도 추워지고 고구마 남비를 꺼냈어요.
아주 그냥 맛나대요~~~
음식 사진에 질리신 분들, 눈 쉬어 가세요.
베란다 볕이 좋길래 찍어놓았는데 예쁘네요~~
<겨울>
하! 이제 김장철입니다.
된장 시래기국의 계절이기도 하죠.
친정어머니가 한탕끼 끓여서 주말에 사위 먹으라고 갖다주셨습니다.
그 국으로 저는 몇끼를 맛있게 먹어요.
조기 새끼는 원래 두마리 이상씩 먹는거 맞죠?
날씨가 추워지니 뜨끈한 오뎅국이 생각나요.
파스타용으로 사 놓은 페퍼론치노 몇 개 넣어서 매큼한 맛도 내었어요.
무우청 시래기 나물.. 들기름이 향긋~하고 참 부들부들 맛나네요.
요건 친정에서 가져왔어요.
파래도 처음 무쳐봤는데, 꽤 먹을만 했어요. 좀 덜 달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자꾸 하면서 배우는 거겠지요?
김장김치로 이렇게 한 상 차려냈어요.
아 메인은 닭봉조림입니다.
조림용 간장을 사서 써보았는데, 짜지는 않은데 저렇게 색이 진하네요.
다음에는 하던 대로 해야겠어요.
닭봉조림 과정샷도 있는데, 생 살이 좀 징그럽게 찍혀서 ㅠㅠ
남편이 지방에 떨어져 살고 있어서, 평일엔 밥다운 밥을 못먹어요.
그래서 주말에 이렇게 간소하게 차려줘도
12첩 반상을 받은 것 마냥 감탄감탄을 하며 좋아해요.
저야 너무 고맙죠..
기분 낸다고 폭탄주 제조 중.. @__@ ㅋㅋ
알뜰장에 바지락이 통통하니 쌀 적에
봉골레도 열심히 해 먹었습니다.
제가 제일 자주하는 외국요리(?) 랄까요. ㅋㅋ
워낙 밥순이인데, 봉골레와 우동은 저의 정기적인 식사메뉴입니다.
봉골레의 팁은....
올리브유를 아주아주 넉넉~~~히 써야합니다.
그리고 조개 자체에 간이 있으니
간을 봐가면서 하셔야하구요,
엔쵸비같은 고급 식재료로 간을 해도 좋지만,
저는 액젓을 쓰기도 합니다.
같은 생선이니까요. 아주 잘 어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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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징글징글하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말에만 한 번씩 밥해먹고 그랬는데도
모아보니 꽤 되네요.
저 봉골레 마지막으로 먹은 게 한 2~3주 전이니
최근 것 까지 다 했네요. ㅎㅎ
지난 주말에 결혼 1주년 기념으로 양양에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거기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선사유적지 박물관이 있어서 다녀왔어요.
역사책에서나 보던 빗살무늬 토기 등 볼거리가 참 많고
너무 잘 해 놓아서, 잠시 '아 초등학생 자식이 있었더라면 같이 왔으면 참 좋겠다'
그런 생각도 했네요. ㅎㅎ
제일 기억에 남는 사진 한 장으로 마무리 할께요.
유적지에서 발견된 흙으로 만든 곰모양 인형이예요.
아이가 만든 걸까요?
아니면 아빠나 엄마가 아이를 위해 만든 걸까요??
어찌나 앙증맞고 작은지 2cm정도 밖에 안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