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앞집 사는 집사님께서 겨울철만 되면
본인의 친정엄마가 보내오신 것이라며 찌개거리를 가져다 주시곤했습니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최근 1박2일 김치로드를 보면서 그것이 게국지라는 것을 알았네요
그 집사님은 깨꾹지라고 가르쳐줘서 우리는 깨꾹지라 불렀는데
그놈이 그놈이었구나~~~
집사님의 남편은 겨울철만 되면 "깨꾹지의 계절이 왔구나~!"하면서 너무 좋아하셨더랬어요
깨꾹지도 못얻어먹는 집에 장가간 남자들은 불쌍하다는 멘트까지 날리실 정도였으니까요
몇번 얻어먹은 게국지는 진짜 맛있었지요
약간 쿰쿰하면서 시원하면서 깊고 오묘한 그 맛..
미친듯이 밥을 부르는 그 맛.
안먹어봤음 말을 하지 말아요
1박2일에서는 익히지 않은 것으로 먹던데 우리 집에 온 것은 숙성이 잘 된 것들이었어요
이리저리 찾아보니 집집마다 김치맛이 틀리듯이
집집마다 해 먹는 방법도 다 다르대요.
뭐 적당한 레시피도 없고 생것으로 먹는 집, 익혀 먹는 집 다 가지각색이니
나도 내 나름대로 한번 해먹어볼까...? 쓸데없는 용기가 생깁니다
이틀전에 김장을 하다가 남은 절인배추 잎사귀들
어머니 저주세요 하고 얻어온 것이 저만큼 있길래
결혼 2년만에 간댕이가 부어서 일을 저질러 보기로 결심!
레시피 재료는 철저히 집에 있는 만큼에 충실했습니다
준비물
절인배추3kg쯤?, 게장 게(꽃게 반만한 쪼맨한 놈으로)6마리, 게장국물 반컵, 단호박 반통, 무 반통,
고춧가루 반컵, 신부름 해줄 남편
양념- 홍고추8개, 마른고추2개,생강 80g, 마늘80g,대파 80g, 게장국물 반컵
대충 준비!
냉동실 마른고추가 2개 돌아다니길래 같이 넣기로 결정
늙은 호박이 품절이라 어쩔 수 없이 단호박.
저건 생전 첨 보는 단호박인데 일반 단호박보다 길쭉하고 울퉁불퉁했네요.
생강이랑,마늘은 그냥 집에 있는 것이 딱 80g씩이라 모두 넣기로 해요
무도 ,호박도 나박나박 썹니다
영감~!!!!! 호박이 와이리 딱딱하답니까! 연약한 내는 못썰겠소.
준비물만 챙겨도 벌써 지치는 터라 써는 것은 남편에게 시켜 준비하고.
양념재료를 한꺼번에 넣고
수분이 좀 있어야 잘 갈리니까 게장국물 반컵도 같이 넣고~
후딱 갈면 양념 장 완성.
티비에선 생물꽃게를 넣던데 또 사기 뭐해서 그냥 게장 게를 넣기를 합니다.
있는거 쓰자니까요
원래 게국지라는 것이 있는 재료 ,쓰기 애매한 재료들 처치할려고 만든 거든데 뭐.
태생이 그런 놈이니 나도 철저히 있는 재료 쓰기.
게장 등딱지 떼고 (그냥 밥비벼 먹고 싶다....)
가위로 적당히 쓱쓱쓱
아 참 이 때 뾰족한 부분 안잘라냈더니
나중에 버무릴때 손을 찔러서 아팠음.
뾰족하다 싶은 부분은 이때 처치할 것.
갈아놓은 양념장 휘딱
잊고 있던 고춧가루도 같이 넣어줍니다.
한 컵 넣고 싶었지만 고춧가루가 없어서 반컵으로 타협.
버물버물~게한테 안찔리게 조심조심~
꽤 희멀겋다...
이게 이래도 되는걸까?
쌀뜨물을 넣고 끓여야 한다던데 그냥 생수 넣고 끓여봅니다.
배추가 부들부들해야 맛있으니까 약한불에 푸~욱~~ 끓이다보니
원래 뚝배기 가득 물을 넣었는데 절반으로 쫄아붙은 상황.
대망의 시식!!!!!!
한입 푹~!!!! 영감도 고생했어요~
음~~~~~~~~~음~~~~~~~~~
음???????????
이거 뭔가 어리둥절한 맛?????
맛이 없는 것은 아닌데 내가 생각한 그 맛은 전혀 아닌
그 뭐랄까.....
시원한 게배추국 맛...??
그러니까 전에 먹은 게국지는
걸죽한 청국장이나 하루죙일 끓인 김치찌게같은 묵직~한 맛이 있었는데
이것은 영 가볍고 담백한 느낌이랄까.....
익혀먹으면 좀 다른 맛이 날래나? 역시 늙은 호박을 썼어야했나? 고춧가루가 부족한 탓인가?
아님 끓일 때마다 새우나 꽃게를 추가로 넣음 좀 맛이 다를래나?
여러가지 의문점을 남기고 만 첫번째 게국지입니다
맛은 있으니 (국물이 시원개운~해요!)
결론은 게국지가 아닌 게배추국의 레시피가 생긴 것으로 마무리.
저기 누가 게국지 레시피 제대로 가르쳐 줄 분 안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