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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면 생각나는 그 사람...

요건또 조회수 : 590
작성일 : 2010-06-11 01:47:26
6.10 하면 기억나는 아주머니 한 분.

친구랑 명동 부근 분식점에 가서 음식을 시켰는데, 아주머니 음식 주문을 받으시면서부터 내내 우리를 보시는 눈초리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음식이 나와 허겁지검 먹고있는데 우리쪽으로 오시더니,

" 대학생들 맞지?" 그러시는겁니다.

" 아.. 예"

아주머니, 갑자기 껌 좀 씹는 표정으로 꼬나보시며,

" 그런데, 학생들은 데모 안 해? 왜 그렇게 얼굴이 하~예~?"

당황한 우리,

" 아.. 예.. 저기.."  
당시 공안 정국 분위기에 곳곳에 짭새들 있는데, 데모 한다고 그러기도 뭐하고 안 하기도 뭐한 그런 상황.
헌데, 우리 표정에서 뭔가를 읽으셨던 듯,

" 음.. 대학생이면 '파소'가 뭔지 알겠네?"

" 파.. 뭐라고요?"

" 파소.. 파소...'

"어디서 보신 단어인데요?"

"저기 아까 도로에 누가 써놓고 갔더라고.. 파소 .. 타도였나? 잠깐만..." 하시더니, 적어놓은 종이쪽을 꺼내십니다.

"아.. 파쇼요.. 파쑈는 그러니까.. 독재 같은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블라블라..."

그제서야 환히 웃으시며,

" 고마와.. 가르쳐줘서... 어제 깨진 보도블럭들 막 거둬가길래, 내가 또 몇 개 깨놓았어. 내가 할 줄 아는게 그런거 밖에 없으니... 돌 깨주고, 물 주고...열심히 해서 우리도 우리 손으로 대통령 뽑아보자고.. 응? 몸조심하고.. 좋은 일도 좋지만, 몸이 그래도 먼저지..."

그 종이쪽에 우리 설명을 열심히 적으시던 아주머니의 그 모습..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잊을 수가...
그 분은, 고리끼의 어머니셨던 그 분은 이제 할머니가 되셨을테고, 저는 중년이 되었군요.
여전히 '술 권하는 사회'입니다만, 우리.. 술 나누며 이 밤을 회환이 아닌 희망으로 같이 보낼 분들이 더 많아지긴 했겠죠?
IP : 124.55.xxx.163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ㅠㅠ
    '10.6.11 1:55 AM (112.152.xxx.56)

    이밤에 마음이 찡~~~ 하네요.
    참 많은 사람들의 희생 아래 어렵게 얻은 민주주의인데...ㅠㅠ
    울림이 있는 글 항상 감사합니다.

  • 2. 공감
    '10.6.11 2:04 AM (121.190.xxx.96)

    울컥합니다.. 윗분과 동감입니다.

  • 3. 에궁...
    '10.6.11 3:26 AM (124.53.xxx.126)

    저도 울컥했어요.

    얘기로만 들었지만 힘들게 이룬 민주주의데.... 참...답답하네요.

  • 4. ..
    '10.6.11 8:37 AM (110.10.xxx.104)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5. 와우.
    '10.6.12 1:23 AM (211.177.xxx.38)

    감동적이에요.
    특별한 경험을 하셨네요.
    부러워요.
    우리 희망을 만들어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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