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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미공개 추도사 공개… "노무현, 죽어서도 죽지 마십시오

눈물만 조회수 : 919
작성일 : 2009-07-03 11:46:50
나는 지금도 그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동교동에서 독일 〈슈피겔〉 지와 인터뷰를 하다가 비서관으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때 나는 “내 몸의 반이 무너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왜 그때 내가 그런 표현을 했는지 생각해봅니다.

그것은 우리가 함께 살아온 과거를 돌아볼 때 그렇다는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노 전 대통령 생전에 민주주의가 다시 위기에 처해지는 상황을 보고 아무래도 우리 둘이 나서야 할 때가 머지않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던 차에 돌아가셨으니 그렇게 말했던 것입니다.

나는 상주 측으로부터 영결식 추도사 부탁을 받고 마음속으로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지 못했습니다. 정부 측에서 반대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나는 어이없기도 하고 그런 일을 하는 정부에 연민의 정을 느꼈습니다. 마음속에 간직한 추도사는 하지 못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영결식장에서 하지 못한 마음속의 그 추도사를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의 추천사로 대신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신, 죽어서도 죽지 마십시오. 우리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노무현 당신이 우리 마음속에 살아서 민주주의 위기, 경제 위기, 남북관계 위기, 이 3대 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 힘이 되어주십시오.

당신은 저승에서, 나는 이승에서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민주주의를 지켜냅시다. 그래야 우리가 인생을 살았던 보람이 있지 않겠습니까. 당신같이 유쾌하고 용감하고, 그리고 탁월한 식견을 가진 그런 지도자와 한 시대를 같이했던 것을 나는 아주 큰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저승이 있는지 모르지만 저승이 있다면 거기서도 기어이 만나서 지금까지 하려다 못한 이야기를 나눕시다. 그동안 부디 저승에서라도 끝까지 국민을 지켜주십시오. 위기에 처해 있는 이 나라와 민족을 지켜주십시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하고 우리 국민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조문객이 500만에 이르렀습니다. 나는 그것이 한과 한의 결합이라고 봅니다. 노무현의 한과 국민의 한이 결합한 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억울한 일을 당해 몸부림치다 저세상으로 갔습니다. 우리 국민들도 억울해하고 있습니다. 나도 억울합니다. 목숨 바쳐온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으니 억울하고 분한 것입니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만든 민주주의입니까. 1980년 광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까. 1987년 6월항쟁을 전후해서 박종철 학생, 이한열 학생을 포함해 민주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까.

그런데 독재정권, 보수정권 50여 년 끝에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10년 동안 이제 좀 민주주의를 해보려고 했는데 어느새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되돌아가고 경제가 양극화로 되돌아가고, 남북관계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나는 이것이 꿈같습니다, 정말 꿈같습니다.

이 책에서 노 전 대통령은 “각성하는 시민이어야 산다.”, “시민이 각성해서 시민이 지도자가 될 정도로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내가 말해온 ‘행동하는 양심’과 같은 것입니다. 우리 모두 행동하는 양심, 각성하는 시민이 됩시다. 그래야 이깁니다. 그래야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살려낼 수 있습니다.

그 길은 꼭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행동하면 됩니다. 무엇보다 바르게 투표하면 됩니다. 인터넷 같은데 글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민주주의 안 하는 정부는 지지 못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위기일 때, 그것조차 못한다면 좋은 나라와 민주국가 이런 말을 우리가 할 수 있겠습니까.

국민 여러분,

노무현 대통령은 타고난, 탁월한 정치적 식견과 감각을 가진 우리 헌정사에 보기 드문 지도자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느 대통령보다도 국민을 사랑했고, 가까이했고, 벗이 되고자 했던 대통령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항상 서민 대중의 삶을 걱정하고 그들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유일하게 자신의 소망으로 삼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당한 조사 과정에서 갖은 치욕과 억울함과 거짓과 명예훼손을 당해 결국 국민 앞에 목숨을 던지는 것 외에는 자기의 결백을 밝힐 길이 없다고 해서 돌아가신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다 알고 500만이 통곡했습니다.

그분은 보기 드문 쾌남아였습니다. 우리는 우리 시대에 인간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훌륭한 지도자를 가졌던 것을 영원히 기억해야겠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바라던 사람답게 사는 세상, 남북이 화해하고 평화적으로 사는 세상, 이런 세상을 위해서 우리가 뜻을 계속 이어가서 끝내 성취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그렇게 노력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서거했다고 해도 서거한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우리가 아무리 500만이 나와서 조문했다고 하더라도 노무현 대통령의 그 한과 억울함을 푸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분의 죽음은 허망한 것으로 그치게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노무현 대통령을 역사에 영원히 살리도록 노력합시다.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여러분,

나는 비록 몸은 건강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날까지, 민주화를 위해 목숨 바친 사람들이 허무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일을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연부역강(年富力强)하니 하루도 쉬지 말고 뒷일을 잘해주시길 바랍니다. 나와 노무현 대통령이 자랑할 것이 있다면 어떤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평화를 위해 일했다는 것입니다. 이제 후배 여러분들이 이어서 잘해주길 부탁합니다.

나는 이 책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가 그런 후배 여러분의 정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터뷰하고 오연호 대표 기자가 쓴 이 책을 보니 정치인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기 전후에 국민의 정부와 김대중을 공부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이 책으로 참여정부와 노무현을 공부하십시오.

그래서 민주정부 10년의 가치를 재발견해 계승하고, 극복할 것이 있다면 그 대안을 만들어내서, 결국 민주주의를 위기에서 구하고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가길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깨어 있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죽어서도 죽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 김대중
IP : 203.239.xxx.104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7.3 11:50 AM (58.148.xxx.82)

    정말 진심에서 우러난
    마음을 울리는 추도사네요,

    '우리는 우리 시대에 인간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훌륭한 지도자를 가졌던 것을 영원히 기억해야겠습니다.'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제 자식에게도 기억하도록 교육하겠습니다.

  • 2. 눈물만
    '09.7.3 11:55 AM (203.239.xxx.104)

    우리가 깨어 있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죽어서도 죽지 않습니다

  • 3. 진서진우맘
    '09.7.3 11:56 AM (116.121.xxx.28)

    존경합니다.마음속 깊이..그리고 말씀하나하나 마음에 세기겠습니다.
    건강하세요^^

  • 4. 정말 감사합니다
    '09.7.3 11:57 AM (59.19.xxx.7)

    나이드셨어도 정말 존경하는 분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정말 선생님말씀처럼 생활에서 저부터 실천하고 미루지 않겠습니다
    읽으면서 눈물나고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 5. 서 ㅁ
    '09.7.3 11:58 AM (222.101.xxx.191)

    이젠 편히 쉬셔도 될 분이....
    이렇게 나라 걱정을 하시는 상황이...
    부끄럽습니다.....

  • 6. 민주콩
    '09.7.3 12:05 PM (211.204.xxx.198)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 7. phua
    '09.7.3 12:05 PM (218.52.xxx.119)

    아침 뉴스에 봉하의 모습을 보고 울었는데
    82에 와서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이 글을 보니
    또 눈물이 나네요...
    부디 저희 곁에서 오래오래 계셔 주세요... 김대중 전 대통령님 !!!!!

  • 8. 노짱님
    '09.7.3 12:08 PM (116.125.xxx.116)

    죽어서도 죽지 마십시오.
    날마다 기도합니다.
    한반도 허공을 가르며
    우리를 어여삐 여기사,
    어디가지 마시고
    죽어서도 여기 머무르시기를
    감히 바랍니다.

  • 9. (__)
    '09.7.3 12:08 PM (211.182.xxx.1)

    꼭.. 오랫동안 곁에 계셔 주세요~
    참된 어른이 한 분이라도 계셔야..
    힘이 날 것 같습니다.. ㅠㅠ

  • 10. 슬픔
    '09.7.3 12:10 PM (211.211.xxx.195)

    생각할수록 분하고 슬픕니다.
    아이들에게 바르게 교육해야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저와 우리 아이들 마음에서 안떠나보내겠습니다.
    영원히
    가정에서 실천할수 있는것 실천하고 행동하는 양심이 되도록 해야겠습니다..흑흑

  • 11. ▶◀ 웃음조각
    '09.7.3 12:21 PM (125.252.xxx.3)

    구구절절이 가슴을 치는 문장들이로군요..........

    부디 건강하셔서 이나라 민주화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꼭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애써주셔서 든든히 버텨주셔서 감사합니다....

  • 12. 김대중대통령님..
    '09.7.3 12:24 PM (114.202.xxx.102)

    말씀 새겨 듣겠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 13. ,,,,,
    '09.7.3 12:24 PM (124.50.xxx.98)

    그분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소심하고 겁많은 제가 무얼 할수 있을까요ㅠ.ㅠ

    항상 기억하겠습니다.

  • 14. 부자유
    '09.7.3 12:34 PM (110.47.xxx.25)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마네요.

    노무현 대통령 당신, 죽어서도 죽지 마십시오

    민주주의가 되돌아가고 경제가 양극화로 되돌아가고, 남북관계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나는 이것이 꿈같습니다, 정말 꿈같습니다.
    ............................

    그 말에 담긴 한에, 절로 탄식이 납니다. 정말 꿈만 같습니다.
    김대통령이 당선되시고, 노대통령이 당선되시면서...
    우리는 민주주의의 역사가 이리 후퇴할 줄 몰랐습니다.
    대학 시절 부르던 통한의 투쟁가를
    학부형이 된 나이에 다시 꺼내 부르게 될 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김전대통령의 회한이야 오죽하겠습니까..
    그저, 죄스럽고 한스러울 뿐입니다.
    죽어서도 죽지마십시오.
    그리고 김전대통령께서도 강건하십시오.
    ㅠㅠ

  • 15. 쟈크라깡
    '09.7.3 12:42 PM (118.32.xxx.121)

    잊었던 눈물이 다시금 솟구칩니다.
    유구무언입니다.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16. 유쾌상쾌통쾌 인터뷰
    '09.7.3 1:45 PM (115.21.xxx.111)

    전율이 느껴집니다.

  • 17. 너무나
    '09.7.3 2:13 PM (210.218.xxx.129)

    너무나 눈물납니다.
    진심어린 추도란 이런 것입니다.
    김대중, 노무현...이 두분의 이름을 어찌 우리 대한민국이 잊겠습니까?

  • 18. ㅠㅠ
    '09.7.3 2:15 PM (59.23.xxx.109)

    정말 연세가 많으시다는게 너무 안타깝네요.
    아직 이렇게 열의가 넘치시는데...
    부디 오래 살아주십시요 계신다는것만으로도 힘이 됩니다

  • 19. **
    '09.7.3 2:57 PM (59.14.xxx.232)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행동하면 됩니다. 무엇보다 바르게 투표하면 됩니다"

    노대통령님께서 우리와 함께 영원히 살아 숨쉬게 할 수 있는 일.

  • 20. 아..
    '09.7.3 4:16 PM (24.155.xxx.230)

    읽는 동안 탄식이 절로 납니다.
    저도 가끔 지금의 우리나라가 참으로 꿈만 같은데
    저 분은 오죽하실까요?
    제발 건강하고 또 건강하셔서 좋은 세상 올 때까지 저희 곁에 계셔주시길
    이기적이지만.......... 빌어봅니다.

  • 21. 크헉
    '09.7.3 4:49 PM (121.169.xxx.250)

    지치지 말고 지켜내야죠~~~

  • 22. 저 또한
    '09.7.3 5:36 PM (121.88.xxx.149)

    원통하고 분한 마음에 눈물이 강을 이룹니다.
    문장 하나 하나 되뇌이고 가슴에 묻어두렵니다.
    김대통령님 건강하세요. 제발!
    우리 모두 잊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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