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어느 할머니가 오세훈 시장에게 보낸 편지 (오세훈과는 관계없음)

. 조회수 : 373
작성일 : 2009-01-17 13:28:31
지난달 오세훈 서울시장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날아왔다. 서울 노원구 사는 79살 최정윤 할머니가 에이4 용지 2장에 빼곡히 손으로 쓴 편지였다. 무슨 사연이기에? 편지의 내용은 이랬다.

“긴 글 외면 당할까 망설였지만 고마운 사람 있어 펜을 듭니다. 어느 날 ‘등기이전, 나도 할 수 있다’는 기사를 봤어요. 아들 사업이 잘 안돼 형편이 어려운 통에 우리 집 등기 이전 제가 직접 해서 살림에 보탬이 돼보자 했습니다. 동사무소며 등기소며 발품 팔아도 다들 ‘아우, 할머니는 어려워서 못 알아 듣는다’고 ‘법무사한테 맡기라’고 하더군요. 두 번 물으면 짜증 내기도 해요. ‘이제 늙어 무시당하는구나, 누구나 할 수 있다는데 나는 못하는 건가’ 한없이 서글퍼졌습니다.

그때 노원구청 징수과에서 일하는 박성민씨를 만났어요. 무슨 서류는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몇㎡는 몇평을 말하는지, 세금 계산·납부는 어떻게 하는지, 점심 시간 내내 밥도 굶어가며 이야기해 주더니 그래도 모를까 샘플까지 줬어요. 남들은 별일 아니라 할지 모르지만 등기이전 직접 한 게 저한텐 그렇게 뿌듯하고 감격스러워요. 아들같고 손주같은 그 총각이 얼마나 고맙던지 울었습니다. 이후 채소 장사하며 어렵게 모은 돈으로 집 사려는 언니 대신해 등기이전 해주려다 기억이 가물가물해 다시 물으니 변함 없이 또 가르쳐 줘요.

그런데 밥 한번 사려 해도 그렇게 손사래만 쳐요. 한번은 무작정 ‘어느 식당에서 기다리겠다’ 했는데 결국 나타나지 않았어요. 몰래 책상에 돈 봉투 올려뒀더니, 제 딸 집으로 봉투를 돌려보내며 편지를 동봉했어요. ‘아는 데까지 보조하는 게 제 소임이고, 그건 절대 잊어서는 안될 제 자존심’이라면서 ‘안 받으실 것 같아 편지로 보낸다’고 쓰여있더군요. 또 울었어요. 제가 40년 교직 생활했는데 학부모들이 고맙다 내민 선물 마다하지 않았던 게 부끄러웠습니다. 미장원에서 이야기했더니 다들 ‘아까운 사람 알려야 한다’고 해요. 이런 공직자 늘기 바래 용기 내 편지를 씁니다.”

이 이야기를 당사자인 박성민(34)씨한테 <한겨레> 취재진이 물었더니 박씨는 “그냥 할머니가 답답해하시는 것을 도와드렸을 뿐”이라며 당황해했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IP : 121.166.xxx.67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31350 집전화 없애도 될까요? 14 궁금이 2009/01/17 1,688
    431349 친구네 얘가 백혈병이라네요 6 착잡 2009/01/17 1,843
    431348 공인인증서 암호가 기억이 안나요..어떡해요 2 어떡해요 2009/01/17 971
    431347 찻잔 이름을 알고싶어요 8 알려주세요 2009/01/17 1,088
    431346 어느 할머니가 오세훈 시장에게 보낸 편지 (오세훈과는 관계없음) . 2009/01/17 373
    431345 제가 쓰는 주방기구 봐 주세요 1 살림초보 2009/01/17 661
    431344 코스코에 애기 우주복 있나요? 문의 2009/01/17 275
    431343 아이없이 사는거.. 맘이 복잡해요, 47 무자식 2009/01/17 5,336
    431342 YTN 노종면, '대본대로 짜고치는 고스톱' 기성방송사의 뉴스보도행태... 2 verite.. 2009/01/17 571
    431341 이대에 가면 대학생활이 어떨까요? 23 나름걱정 2009/01/17 2,491
    431340 도마예요.. 2 아이엄마 2009/01/17 531
    431339 받아서 기분 좋았던 명절 선물 있으세요? 16 ... 2009/01/17 2,046
    431338 식용유로 올리브오일은 안좋나요? 6 식용유고민 2009/01/17 885
    431337 예비 고1 분당 영어학원 1 답변 좀 꼭.. 2009/01/17 1,390
    431336 2010학년도 대입, 본고사 대놓고 부활? 2 verite.. 2009/01/17 597
    431335 아이를 비교하는 시댁 11 속상맘 2009/01/17 1,345
    431334 코스코에 리큅 와플기 아직 있을까요? 4 궁금해요 2009/01/17 719
    431333 예고 비용? 4 엄마 2009/01/17 726
    431332 현재 과천에 살고 계신 분 있으세요? 10 궁금해요 2009/01/17 988
    431331 친정 놀러왔는데 식구 모두 나가버리시면?? 12 이롤수갸 2009/01/17 1,786
    431330 미국 씨티그룹 대규모 적자로 분할... 1 verite.. 2009/01/17 542
    431329 ‘사육’을 ‘교육’이라 우기지 말라 리치코바 2009/01/17 384
    431328 번호 그대로 가져가는 공짜혹은 저렴폰 있을까요?.. 6 지나치지 마.. 2009/01/17 909
    431327 죄송합니다. 글 내립니다. 13 역지사지요망.. 2009/01/17 1,528
    431326 음.. 이건 왜뺐지? 1 듣보잡 2009/01/17 440
    431325 진짜 "이명박 어록"... 2 리치코바 2009/01/17 501
    431324 배에 허리띠 처럼 두르는 운동기구 효과 있나요? 3 wlf 2009/01/17 623
    431323 똥 묻은 팬티는 그냥 버리면 안되나요? 11 김교수 2009/01/17 2,859
    431322 성희씨 잘계시려나 21 왜 궁금할까.. 2009/01/17 4,218
    431321 임신4주차 장시간 자가용 타도 될까요? 9 4주차 2009/01/17 6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