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오세훈 서울시장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날아왔다. 서울 노원구 사는 79살 최정윤 할머니가 에이4 용지 2장에 빼곡히 손으로 쓴 편지였다. 무슨 사연이기에? 편지의 내용은 이랬다.
“긴 글 외면 당할까 망설였지만 고마운 사람 있어 펜을 듭니다. 어느 날 ‘등기이전, 나도 할 수 있다’는 기사를 봤어요. 아들 사업이 잘 안돼 형편이 어려운 통에 우리 집 등기 이전 제가 직접 해서 살림에 보탬이 돼보자 했습니다. 동사무소며 등기소며 발품 팔아도 다들 ‘아우, 할머니는 어려워서 못 알아 듣는다’고 ‘법무사한테 맡기라’고 하더군요. 두 번 물으면 짜증 내기도 해요. ‘이제 늙어 무시당하는구나, 누구나 할 수 있다는데 나는 못하는 건가’ 한없이 서글퍼졌습니다.
그때 노원구청 징수과에서 일하는 박성민씨를 만났어요. 무슨 서류는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몇㎡는 몇평을 말하는지, 세금 계산·납부는 어떻게 하는지, 점심 시간 내내 밥도 굶어가며 이야기해 주더니 그래도 모를까 샘플까지 줬어요. 남들은 별일 아니라 할지 모르지만 등기이전 직접 한 게 저한텐 그렇게 뿌듯하고 감격스러워요. 아들같고 손주같은 그 총각이 얼마나 고맙던지 울었습니다. 이후 채소 장사하며 어렵게 모은 돈으로 집 사려는 언니 대신해 등기이전 해주려다 기억이 가물가물해 다시 물으니 변함 없이 또 가르쳐 줘요.
그런데 밥 한번 사려 해도 그렇게 손사래만 쳐요. 한번은 무작정 ‘어느 식당에서 기다리겠다’ 했는데 결국 나타나지 않았어요. 몰래 책상에 돈 봉투 올려뒀더니, 제 딸 집으로 봉투를 돌려보내며 편지를 동봉했어요. ‘아는 데까지 보조하는 게 제 소임이고, 그건 절대 잊어서는 안될 제 자존심’이라면서 ‘안 받으실 것 같아 편지로 보낸다’고 쓰여있더군요. 또 울었어요. 제가 40년 교직 생활했는데 학부모들이 고맙다 내민 선물 마다하지 않았던 게 부끄러웠습니다. 미장원에서 이야기했더니 다들 ‘아까운 사람 알려야 한다’고 해요. 이런 공직자 늘기 바래 용기 내 편지를 씁니다.”
이 이야기를 당사자인 박성민(34)씨한테 <한겨레> 취재진이 물었더니 박씨는 “그냥 할머니가 답답해하시는 것을 도와드렸을 뿐”이라며 당황해했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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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할머니가 오세훈 시장에게 보낸 편지 (오세훈과는 관계없음)
. 조회수 : 373
작성일 : 2009-01-17 13:28:31
IP : 121.166.xxx.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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