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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그리고 울 남편

오랫만에 출첵^^ 조회수 : 574
작성일 : 2007-09-27 11:54:38
추석들 잘 보내셨어요?
힘드셨죠?

저희도 힘들었어요
엄청 많은 친척분들이 계시는 시댁이라 몸은 참 힘들었지만 맘은 그리 힘들지 않았어요
맘이 그리 힘들지 않은 이유는 남편 때문입니다.

자랑질이 될지도 모르나 사람 맘이란게 얼마나 작은일에 다치고 또 감사할 수 있는지..한번 적어보려구요 ^^

저희 시댁은 정말 다 좋은데 일하는 부분에는 그리 현대적이지 못합니다.
시부모님께서 시할아버지 시할머니를 모시고 사시는 지식많~은 집안의 장남이십니다.
어르신들이 계시니 남자들은 당연히 일 안도우고 놉니다
논다는 말이 딱 맞죠
그냥 널부러져 게임이나 하고 TV 채널이나 돌립니다.
부엌이 좁아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불편하긴 합니다만 거의 하루종일 음식하고 하루종일을 설거지 하다보면 화딱지가 월매나 나는지...

저희는 둘이 동갑에 오랫동안 친구여서 그런지 마음이 잘 맞는 편이고 얘기도 잘 통합니다.
남자여자 평등하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어떤 일이든 남녀를 따져서가 아니라 더 잘하는 사람이 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전 설거지를 잘 못해요 아니 너무 잘하려 해서 1시간을 넘게 합니다
비효율적이라 설거지는 남편 담당입니다.
대신 남편은 꼼꼼하지 못하니 청소는 제가 합니다.
컴퓨터 관련해선 남편이, 다른 가전제품 관련은 제가 수리합니다 ^^;;

그런 저희라 이런 명절땐 제가 화가 좀 나죠
똑같이 밥먹고 똑같이 공부하고 사랑받고 살았던 우린데 왜 남자는 몇날 며칠을 딩굴거리고 여잔 부억떼기를 해야하는지 명절때마다 남편에게 속내를 얘기합니다.
그럼 남편은 항상 미안해합니다.

다만 집안 분위기가 어르신들이 많이 계시니 그냥 제가 이해하고 넘어가려 하구요
살짝 살짝 뭐 도와달라고 하면 그것마져도 어머님이 은근히 안그랬음 하더라구요

그런데 남편이 제 맘을 잘 풀어주는게요
설거지 하고 있음 아무도 안볼때 와서 뒤에서 안아주고 갑니다
힘들지 미안해..하면서요^^

잠시 쉬는 타임이면 또 역시 아무도 안볼때 다리며 허리며 주물러 줍니다. 뽀뽀도 남발합니다.
집에가서 내가 다~~ 할께..이런말도 빼놓지 않습니다.
맛있는거 많이 먹으라고 잘 챙겨줍니다.
틈틈히 고마워..미안해 하는데 화날 틈이 어딨겠습니까?
그래서 매년 몸은 좀 고되도 맘은 참 좋습니다

올해는 설거지를 거의 제가 했는데 남편이 뒤에서 또 살짝 안아주고만 가길래 저녁에 그랬습니다
"온김에 같이 헹궈주고 가지 그냥 가서 섭섭했다
그게 무슨 큰일도 아닌데 어른들 눈치보느라 안하는것도 우습다.
담엔 내가 설거지 하면 좀 도와주고 송편도 같이 빚고 밀가루도 사다 나르고 해라"
했더니 난 괜찮은데 어른들이 싫은 기색을 보이시니 당신이 불편할까봐 그랬다 하더군요
담부턴 일 많이 도와주겠다고 ^^

이렇듯 울 남편은 장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뭔가 문제 제기를 하면 잘 받아들여준다는거죠
빨리 인정하고 빨리 사과하고 고치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큰 싸움이 잘 안나요
그러다 보니 대화 하는게 어렵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게 되고, 바라는게 있으면 얘기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남편은 차남인데 부모님을 모시고 싶어합니다
(솔직히 생각도 못했던 문제라 당황했었습니다
차남이라 안모신다는게 아니라 그냥 암 생각이 없었다는 뜻 ^^;;)
그때 제가 이렇게 말했어요
"난 자기도 알다시피 굉장한 다혈질의 성격이다
난 울 엄마랑도 같이 사는게 불편한 사람이다(엄마도 시엄마도 다혈질 ㅋㅋ)
부모님을 내가 한집에서 모시고 산다면 난 너무 힘이 들것같다
옆집을 얻어 같이 살자
그리고 울부모님도 근처에 같이 살란다 난 장녀고 늙으시면 부양의 책임이 있다"
했더니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러자고 하데요
아무리 대화가 잘되는 사람이라도 남자기에 자기 부모님 얘기라 불끈할줄 알았는데 의외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더라구요
"내 부모라도 나도 힘든데 넌 오죽하겠냐 이해한다 근처에 집얻는거로 하자"
그렇게 말해주니 제가 더 잘 모실것 같고 스트레스도 훨 적더라구요 ^^

늘 말을 이쁘게 하는 남편이 고맙고, 맘 깊은곳까지 이해해주는 남편이 사랑스럽습니다^^

남편들이 이런것좀 알아줬음 좋겠어요
세대가 바뀌니 하나하나 바뀌어 가겠지만 아직도 여자가 더 힘든 관계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남편의 말한다니가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 그깟 명절때 며칠 힘쓰는거쯤은 아무것도 아니게 만드는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긴...글 읽어주셔서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
IP : 221.164.xxx.1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칭찬
    '07.9.28 4:15 AM (121.139.xxx.12)

    남편이 살아가는 맛을 아시는 분이네요
    그게 힘이되서 원글님이 주변을 더 사랑하게 하나봐요...
    그래도 힘든게 많을텐데 원글님도 긍정적이시구요...
    두분 같이 행복한 가을 보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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