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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해져야겠죠...

일을 접으면서... 조회수 : 1,356
작성일 : 2004-11-11 01:08:07
잠보인데, 잠이 오지않네요...
맘속에 싸~ 한 기운이 감돌아서인지...

결혼 후에도 계속 하던일을,
생각만큼 잘 되지않고, 갈수록 힘이들어서
이번에 접게 되었습니다.

접는데도 이것저것 걸린게 많아서 맘속의 갈등이 많았구요..

아직 두 주도 안되었어요.
근데 오늘, 퇴근해 들어오면서 남편이 농담처럼 그러네요.
'마중나올줄 알았는데 집에서 놀면서 안나왔냐..."
(지하철에서 마을버스 타고 들어오거든요. 걸으면 15분거리... 차 막혀서 남편이 대중교통을 타구,
제가 일하면서 차가 필요해서 제가 차를 쭉 썼었어요... 차 갖고 마중나오라는 얘기죠)

나 : 놀은거 아니야...집안에 손볼게 얼마나 많았는데...가스렌지 수리아저씨도 이제 갔구...

"얼마나 맛있는거 해놨나 보자 "
(제가 그동안 근무시간이 일정치 않아서 요리에 많이 익숙하지 못해요.
요즘 그나마 82덕에 조금씩 늘고있는 정도구요. 글구 남편이 퇴근 늦을때 많아서 장도 넉넉히 못봐두죠.)

.......

참, 묘한 기분...
서운하다고 표현하기엔 조금 그런 .....
내색 안하느라 숭늉 끓이면서 가스렌지 앞에 내내 서있었는데,
혼자서 밥 한그릇 다 먹더라구요.
그래서 저 저녁 안먹었어요..

간식으로 밤삶은거랑, 과일이랑 내어주니 것도 혼자서 다 먹더군요...

첨이에요. 결혼 5년만에...
늘 같이 먹자, 앉아라, 하면서 기다리고 먹여주고 그랬거든요.

저도 아이가 안생겨서, 못낳을지도 몰라서. 내내 놀진 않을거구, 뭘 할까...내심 두렵기도하고
나이들어 또 뭔가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니 많이 소심해지고 그런데...

저희 남편. 전문직이라 연봉 많거든요.
그래서 제가 돈 안벌어오는것때문에 그런것 같진 않은데,
하긴, 혼자 버는게 억울할수도 있겠네요. 많던적던...

......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가 일 접으면서 - 현상유지는 되고 있었거든요 - 제일 두려웠던게
남편에게 이런 대접을 받을까봐, 그게 제일 두려웠었나봐요...

아기 없는 전업님들. 어떻게 살고 계시나요..
전,
앞으로의 삶이 두렵네요...많이...



IP : 210.206.xxx.171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레몬트리
    '04.11.11 1:29 AM (211.225.xxx.245)

    글을 읽다보니
    저도 서운하네요.
    눈물나고 ..섭섭하고 그럴때...
    내색 안하느라..가스렌지앞에 가만히 서있는거...저도 잘하거든요.


    그거 생각나서
    저도 가만히 모니터만 보고 있습니다.

  • 2. 강냉이
    '04.11.11 1:45 AM (222.112.xxx.220)

    잘되셔서 접으신것도 아닌대..맘한쪽이 허전하기도하고 ..그럴때는 누군가..(남편님)이 전적으로 내편이 되서 토닥토닥 해주길 바라는마음인대..
    남자들이 그런거 잘모르더란 말입니다.
    그래도 님..너무 비약적으로는 생각하지마세요..혼자 버는게 억울하다라던가..노니깐 이런대접을 받는다라던가..ㅇ ㅏ주 속상해서 혼자 지레 생각하시는거같애요..

    남편분께서 속으로는 님이 집에 있어서 좋은걸 표현못하는 걸수도있어요..
    슬쩍 마중나올까?..이런 기대도 있구..ㅇ ㅏ..먼가 맞있는거 해놨나?..하는 생각도 하고..
    저희 남편도 퇴근하다 전화도 해요.".나 집에 올라가는길인데 마중나와야게써!!..
    그럼 저는 물어보지요.."왜요?..어디아퍼여?.."남편왈" ㅇ ㅏ니야!!..걍 당신이 그래야게써!!.."
    자세히 혼자 생각해보니..그래요..일한다구 평균 열한시쯤 집에 들어오는 마누라 였었거든요.
    남자들 큰애기라고..제가 집에있으니 이것저것 챙겨주고..엄살도 부리고..딱 애들이더라구요.
    님 넘 우울해 하지 마세요..님에 남편분도 그걸거에요..
    글구요 결혼 오년만에 딱한번..에휴..그건 님이 복받으신거에요..
    넘 고민하지마세요..절대..그리고 낼 은 님이 남편분ㄲㅔ "어서와요~ 이거먹어바여~힘들었지요~"함해보세요..별반응없어도 속으로는 무쟈게 좋아할거에요..
    그러다 저도 요즘 임신가능성이 있어서 낼 임신검사 함해볼라구요..
    저도 안생겼었거든요..
    힘내시구요..당분간 모든걸 깊게 생각하지마시구..넓게 생각하세요..
    무언가 힘이나는 말을 해드리고 싶었는데..말만 길어졌네여..ㅇ ㅏ자아자 화이링~~~

    저도 아기없고 가게하다 접고((친구와 동업으로 건진게 거의없이 손해를본..흐흐))
    전업이에요..한동안 편하게 쉬세요..휴가받은 기분으로 그러다 보면 분명히 하고싶다거나
    아님 살림노하우가 쌓인다거나..좋은일이 생겨요..
    님이 일안하셔도 살림에는 영향이 없다는것도 참다행이구요..

  • 3. 연분홍
    '04.11.11 2:00 AM (211.212.xxx.80)

    글을 읽다보니 어떤기분이셨는지 공감이 가네요
    남자들은 일일이 말 안하면 저런 기분 잘 모를거예요 뭣때문이 아니라 '그냥' 일겁니다
    저두 직장생활 오래하다 일을 그만두니까 괸시리 우울하고 날카로워지더라구요 남편이 뭐라고만 하면 돈버는 유세같고 그런식으로 자꾸 비약했었어요
    오래하던일을 그만둔 뒤끝이라, 더군다나 여러가지로 복잡하게 그만두신거라 그 여운이 더 남았을겁니다 힘내시구요~ 좋은일 많이 생기세요~

  • 4. 마농
    '04.11.11 2:06 AM (61.84.xxx.28)

    그 기분 조금 알아요.
    글읽으며서 잊고 있었던 아주아주 옛날 생각에 잠시 빠졌습니다.
    의기소침해지거나 기죽지마시구요.
    담담이 아니라 당당해지시구요......

  • 5. 삼천포댁
    '04.11.11 2:31 AM (221.152.xxx.98)

    저두 휴직하고 남편따라 삼천포 내려와서 한동안 그랬어요.

    맞벌이 할때는 정말 집안일 잘하는 남편이었거든요.
    청소는 혼자서 다 도맡아서 했고 제가 늦는 날은 집안 싹 치워놓고 맛있는 요리로 감동도 시키고... 그러던 사람이 이젠 청소도 요리도 이벤트 행사가 되버리대요.

    그리고 아이가 어려서 밖에 잘 못나가니까 그리고 이 동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니까 주로 인터넷 구매를 많이 했었는데요. 뭐 하나 배달되면 뭐가 온거야? 하는 그 말이 꼭 힐난하는 말처럼 들려서 너무 싫더라구요.
    걍 애들 물품이거나 집에 필요한 살림살이면 상관이 없는데 내 옷이거나 그러면 괜히 눈치도 안주는데 먼저 눈치 보이구요.

    그리고 웃자고 한 얘기도 괜히 확대해석해서 말꼬리잡고 시비걸구요.

    그런데 좀 지나 적응을 하고 나름대로 정 붙일 곳이 생기니 나아지더라구요.
    내 스스로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도 날 인정하고 사랑해 주지 않는답니다.
    원글님 님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존재인지 남편분에게는 더더욱 그렇다는 거 잊지 마세요.

  • 6. 나도 애기 없음
    '04.11.11 8:37 AM (61.109.xxx.36)

    서운하면 남편한테 바로 말하세요.
    남자들 얘기 안하면 잘모르잖아요.
    자존심 생각하지마시고요.
    우리 남편 아직도 애기랍니다.
    자기 마중안나온다고 은근히 섭섭해해서 일부러 마중도 나갔었어요.
    귀찮아도 데이트삼아 마중나가세요.
    재미있잖아요.. 물론 즐거운 마음으로요.
    노력해야 부부사이도 좋게 유지되는거 같아요.
    애기도 없는데 더 재미있게 살아야죠.

  • 7. 여자
    '04.11.11 9:01 AM (61.32.xxx.33)

    저는 여잔데, 남자들이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게 당연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경제적 보탬이 몫을 하던 시절의 남편이 나에게 해주던 대접을 그대로 바래서야 되겠나요?
    남편이 직장을 그만뒀다 생각해보세요.. 저는 아마 얼굴도 마주하기 싫을 거 같거든요. (가정의 경제적 책임은 남자에게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전달이 잘 될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님도 님의 몫을 다 하셔야죠.. 남편한테 너무 바라지 마세요.
    길지않게 살았지만 인생이라는 쉬운건 아니고 삶에 있어서 공짜는 별로 없는것 같거든요.

    남편분도 섭섭하실 거에요.

  • 8. 겨란
    '04.11.11 9:02 AM (211.119.xxx.119)

    15분 정도는 걸어다니는 것이 건강에 좋습니다.

  • 9. 미미
    '04.11.11 10:44 AM (166.104.xxx.182)

    아마 처음이라 님도 조금 어색하고 남편분도 뭐라고 말할지 결정하지 못한 것 같네요.
    한 일주일간 기회를 주신 후 그때 몰아서 뭐라고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아요.
    저는 결혼하면서 명예퇴직해서 처음에는 정말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괜시리 서러운 맘도 많이 들구. 결혼전엔 내가 공주더니 이젠 내가 무수리구나 자긴 완전 왕자가 되었군 하는 느낌ㅋㅋ(실은 저는 시부모님과 함께 살거든요, 그러니 더)..
    뭐 유치하긴 하지만 결혼해서 내가 손해 보는게 참 많다는 생각 많이 했구요. 그 때 남편을 집안일 잘 도와주게 길들이지 못해서 여러모로 아직도 힘들어요.(차마 시킬 수 없었죠...)

    근데요, 그냥 기분나쁘고 말아야지, 스스로 스트레스 받음 그건 아무도 못풀어줘요.
    또, 뭔가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것도 좋아요.
    저도 아기낳는 것 땜에 여러 문제가 있어서 어영부영 있다가는 암것도 안되겠다는 생각에 맘 독하게 먹고, 선생님 되고 싶어 교육대학원 진학했어요.(결혼후 마냥 쉬기 싫어 학원강사 했더니 나름대로 적성에 맞더군요) 서로 바쁘니 뭐 싸울일도 없어요.

    그리고 첨에는 좀 어색해서 이런말 하면 상대방이 어케 생각할까 하고 예민해지는데요 살다보면 암것도 아니예요. 아줌마 정신으로 뻐팅기는 것도 중요해요.

  • 10. 동글이
    '04.11.11 12:39 PM (128.59.xxx.138)

    전 그마음 이해가 가요...정말...그런 기분 참 그래요...지금 전업인전 가끔 남편과 다투면..말을 꼭 심하게 합니다...집에서 있으면서...누군 와이프가 벌어 아파트산다던데..너가 뭐하는거있냐는둥...도와주지못하면 가만히라도 있어라는 말들...
    그러면서 내가 틀린 말했냐는 말까지 보탭니다....정말 전 억장이 무너져요..물론 이 사람이 힘드니까 화가나면 생각나는 대로 떠든다는 건 압니다...근데...그래도....전 제가 이런 말 들으면서 살게 될줄 몰랐습니다....

  • 11. Happy
    '04.11.11 12:59 PM (218.159.xxx.66)

    저도 직장다니다가 결혼후 2년정도 집에 있을때 괜히 혼자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도 뭐 아주 논것도 아니고, 조금씩 부업개념으로 수입을 올렸지만은..
    남편도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닌데도.. 괜히 남편 눈치가 보이게 되더라구요.
    경제적으로 꼭 종속된것 같은 느낌..
    한2년 애기낳고, 교육받고, 그리고 모니터활동 조금씩 하다가..
    취업하게 되었거든요.
    남편에게 전화를 했더니 좋아하는 그 기분이 수화기로 생생하게 느껴지던데요.
    혼자서 벅찼나보다.. 뭐 그런 생각도 들고..
    지금 직장을 다니니까 저도 남편도 아주 만족해요.

  • 12. 다이아
    '04.11.11 1:32 PM (218.155.xxx.98)

    강냉이님 말씀에 한표!
    남자들은 어린애같아요. 엄마가 없을때 집에 들어오면 기분이 별로잖아요.
    엄마가 집에 있으면 괜히 응석부리고 싶고 맛있는것도 해달라구 싶구..
    아마 남편분도 그럴거에요.
    부인이 그동안은 시간이 없어서 못챙겨 주던거.. 집에 있으니까..
    응석부리는 애들처럼 한번 투정부린다 생각하세요.
    근데.. 정말 남편이 같이 맞벌이를 하기 원하셔서 그런거라면
    대놓고 물어보심도 좋을듯하네요. 싸우는 투로 말하지 말고..
    술한잔 하시면서 대화해보세요.

  • 13. 국화
    '04.11.11 3:48 PM (211.225.xxx.49)

    축 콩이 출산
    역시 임신했었었나 보네요.
    이집은 아무래도 미묘의 맥이 있는 듯 싶습니다.
    콩이도 그렇고 회색 코트의 녀석이라니.
    시어머님이 한마리 데려가신다니 님 댁 키우시는 것도 당연히 반대 안하시겠고.

    그리고 콩이 어머님... 제발... 제제발...쫌...
    아이들 사진 좀.... ^^;;;;
    이제 자게 사진 되잖아요~~!
    콩이 아기들이랑 회색아기 사진 보고 싶네요... 힝...

  • 14. 전업주부당당
    '04.11.11 4:01 PM (211.58.xxx.249)

    회사두 다녀봤고, 맞벌이두 해봤고, 전업주부도 해봤는데....
    전업주부가 젤루 힘이 듭니다....
    큰소리쳐두 됩니다....진짭니다...

  • 15. ///
    '04.11.11 5:49 PM (61.32.xxx.33)

    전업주부당당님.....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남자들이 이해를 못하니까 문제죠... 흑

  • 16. 글쓴사람이에요
    '04.11.12 10:58 AM (210.206.xxx.171)

    여러분들의 말씀이 많이 위로와 도움이 되었어요...

    오후에 전화가 왔길래 평소처럼 받았더니 "괜찮아?" 그러네요...
    "음...그냥, 뭐, 괜찮아.." 했더니,
    "장난친건데, 너무 심각해져서 수습을 못하겠더라. 나도 당황했어...
    상처받지마. 나, 자기 하고싶은일 하고 하기싫은일 하지않고 그렇게 살게해주고 싶어.
    그럴려구 내가 열심히 일한다는거, 알지?"
    그러네요...
    혼자서 괜한 자격지심에 북치고 장구치고 했던것 같아요...
    하지만 제 자리 제가 지켜나가야겠다는 생각 많이 들었어요.
    그런말에 여유롭지 못한것 자체가 제겐 또다른 자극이 되었거든요.
    감사하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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