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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청소를 하다가......(혼수일기)
82쿡에 드나들면서 저도 살림에 대해서 참 많이 배웠어요.제가 지금쓰는 냉장고는 결혼할때 산 건데 지금생각해 보면 제가 참 혼수를 성의없이(?) 골랐던거 같아요.
결혼전 대구에서 현대미술을 주로 전시하는 갤러리의 큐레이터로 있었는데 (말이 좋아 큐레이터지 육체적 노동+정신적 압박감+박한 임금을 이겨내야하는 3D업종이라 할수있죠^^;.)결혼과 동시에 그만 둘 상황이라(남편 근무지 따라)결혼직전까지 전시마무리와 인수인계등으로 정신없었죠.
스물여덟이라는 적지않은 나이에 결혼함에 불구하고도 철이 없던 때라 혼수는 당연 부모님이 해주시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살아왔던지라 모아둔 돈도 없었는데 때는 2000년 IMF끝물이라 저희 아버지도 그당시 하시던 일 다 정리하시고 별로 형편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제가 할 수 있었던 건 해주시는대로 조용히 간다와 일절의 겉치레는 생략! 그정도였죠.
신혼집이 이천이라 분당 이마트에서 가전을 사기로하고 당일 대구에서 3시간반동안 차를 타고 도착해서는 입장에서 카드에 싸인 하는동안 딱 30분 걸렸습니다. 미리 디자인을 보고 갔느냐? 뭐 가전 리플렛정도는 봤지만 기계치라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고 대충 가격대만 봤죠. 딱히 정해 놓은 것도 없었습니다.
아,,, 배도 고프고 빨리 고르고 밥먹자는 심정으로....^^
저의 선택기준은 기능무시--: 단지, 디자인대 가격대비로 "고놈 꺠끗한데 가격도 만만하군" 싶으면 오케이였죠.그렇게 TV를 고르고 같은 회사걸로 비디오를사야 리모콘이 하나로 쓸 수 있단 말에 같은 회사 비디오.
오디오는 음악에 별 취미가 없었던지라 정말 싼걸로 구색 맞추는 정도
세탁기는 안보이는거니 그냥10kg짜리중 싼걸로...
전화기랑 전자레인지느느 선물로 들어온다니 생략
가스레인지는 오븐아닌 그냥 그릴만 있는 걸로.
저희 엄마는 평소 저의 성격이나 취향을 아는지라 (무난한 취향은 아닙니다....**)제가 선뜻 이렇게 쑥쑥 고르니 좀 놀란표정으로 보기만 하시다가(아무래도 나름대로 각오를 하고 계셨나 봅니다)냉장고는 큰게 좋은데 하시면서 끄떄 한참 바람이 일기 시작한 캐비냇형 냉장고를 만지작 거리셨죠.
저는 엄마. 식구도 없잖아. 뭘, 하고 심플하게 일반형으로 찍고 이제 끝!을 외치고 밥 먹으러 가자고 했습니다. 지금까지도 뭐 별 불만없이 잘 쓰고 있습니다.
신혼여행 갔다와서 시댁으로 가는 첫날 아버지가 따라 가셨는데 시어른과 약주 살짝하시고 돌아가실때 마지막으로(뭐가 마지막?)친정아버지랑 인사하라고 한방에 넣어주시는데 울아버지 절 와락 끌어안으시면서 더 잘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울먹거리시는데 결혼식장에서도 안나오던 눈물 줄줄 흘리며 내가 참 불효녀구나 생각했습니다.왜 울아버지가 그런 생각해야 되냐구요....
한번씩 김치가져다 주시면서 울엄마가 냉장고는 큰 걸로 살걸 그랬다. 하시는데 저는 마르고 닳을때까지 쓸랍니다. 앤틱 냉장고로 대접받을때 까지요.
쓰고보니 부끄러운 저의 지난날인데 왠지 고해성사하는 기분이 듭니다. 정신적으로는 부모한테 독립하려고 안달부리면서도 경제적으로는 부모님한테 의지하는걸 당연히 여겼던 저의 성숙하지 못한 처녀시절이었죠.
아,, 그래서 우리딸래미는 강하게 키울려구요.
가을인가 봅니다. 주절주절......
1. 러브체인
'03.10.1 12:11 AM (61.111.xxx.100)앗 읽는데 마지막에서 눈물 나네여...
저두 그런 상황이면 눈물 날꺼 같아여..2. 초록빛모자
'03.10.1 12:16 AM (220.74.xxx.2)가전 고르는 수준이 거의 제 수준 이내요
지금 생각하면 내가 결혼 할때 82쿡 같은 사이트가 있거나-96년도니 있으리도 만무하지만
그에 준하는 살림꾼 친구라도 있었으면 살림이 지금과 같지는 않았을텐데...
그렇지만 님 수업료라고 생각하세요
앞으로 먼먼 생을 살아가는 출발점에서 치른 수업료
그리고 다소 불만족스럽더라도 좀 지나면 적응이 된답니다3. 김혜경
'03.10.1 12:37 AM (211.215.xxx.239)꾸득꾸득님...
4. 김수영
'03.10.1 12:49 AM (203.246.xxx.146)아이디두 참 맘에 드네요.
꾸득꾸득 말린 곶감이 생각나요.^^5. 레아맘
'03.10.1 5:31 AM (193.251.xxx.182)마음이 싸~아 해 지네요.
저도 없는 살림에 잘났다고 무리해서 유학나와 부모님 마음고생 무지 시켜드리고...느즈막히 주제파악했죠. 왜 일찍 주제파악을 못했는지 후회 많이 하고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아픈만큼 성숙해 진다고 꾸득꾸득님은 아주 현명하구 따뜻한 엄마가 되실꺼예요.6. 호야맘
'03.10.1 9:49 AM (203.224.xxx.2)저도 아침부터 눈물이...
이제 한달 뒤면 시댁살이 5년만에 분가합니다.
며칠전 시어머니 말씀
"친구들 집들이 해라~~ 친정엄마 그때 좀 써먹지 언제 써먹니???"
너무나 섭섭한 말씀....
동감합니다.
정신적 독립!!! 경제적 독립!!!!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제가 하렵니다.7. 푸우
'03.10.1 1:18 PM (218.51.xxx.77)저두 끝자락에서 눈물이 나네요,..
근데, 호야맘님,,, 친정엄마가 도우미 아주머니도 아니고 써먹다니,,
저는 화가 나네요,,8. 반야
'03.10.1 4:33 PM (219.250.xxx.126)이년전 돌아가신 아버지생각이나서 눈물이나네요...
9. 호야맘
'03.10.1 6:22 PM (203.224.xxx.2)푸우님~~
그러게요...
써먹다는 표현에 제가 너무 질려서 시어머니께 정말 아무말도 못했어요.
갓결혼한 새색시가 집들이 하는것도 아니고.. 결혼 5년만에 편하게 친구들 집에 놀러오라했는데..
저 시댁살이 하면서 친구고.. 후배고 아무도 저희집에 온적이 없었거든요.
제 친구들도 저희집에 얼마나 오고 싶었을까요???
시어머니랑 친정엄마랑 정말 틀린거 같아요.
친정엄마는 뭐 하나라도 못줘서 안달이시고.. 시댁은 뭐하나 더 가져가시려 하고..
그것도 너무나 당당하게...
슬프지만.. 현실이예요..10. 통통
'03.10.3 12:04 AM (221.153.xxx.233)꾸득꾸득님...!
신혼집이 이천이셨다구여?
그럼 혹시 지금도 이천에 사니나여?
저 이천 사람이거든여... 왜 진즉에 몰랐을까?
근데전 지잔 7월에 이곳 수지로 이사왔어요. 아직도 이천이 제 동네인냥 익숙하고, 친구들 만나러 2주에 한번 정도는 이천에 가서 놀고 온답니다.
반가워서요...
저두 결혼할때 사온 냉장고가 불만스러워 계속 바꿀궁리중이 었는데, 다시 생각해 봐야겠네요.
우리 냉장고 오래 도록 쓰자구여...11. 꾸득꾸득
'03.10.3 10:34 PM (220.94.xxx.46)통통님, 지금은 대구에 있어요. 결혼 한지 3년 좀 넘었는데 그새 분당 한번 찍고 대구로 내려 왔습니다. 남편이 건설회사에 다녀서 좀..이사가 많죠? 당분간은 대구에 있을것 같아요.
저도 반가워요. 신혼 첫집이어서 그런지 이천생각 저도 많이 합니다.
이웃들도 좋았구요.지금도 연락하죠. 근데 미란다 혼천호텔이 스파로 싹 바껴 좋아졌다면서요? 겨울에 겸사겸사 놀러 가 볼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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