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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잃은 여자의 넋두리...

김경자 조회수 : 978
작성일 : 2002-12-23 11:41:12
여긴 요리에 관련된 이야기를 써야겠지만 지금 너무 우울하고 답답해서 넋두리좀 늘어놓겠습니다.
지금 제나이 서른여섯. 결혼 만 4년차. 직장인. 아이 없음. 19평 아파트에 살고있음.
부모님과 주변사람들의 반대 무릅쓰고 결혼한 남편,
결혼이후 변변한 생활비 한번 갖다준적 없으며, 장점이라고는 한없이 착한 성격하나.
점점 이 생활이 너무 싫어집니다.
점점 대인관계에서도 자신이 없어지고 자꾸 혼자있고만 싶어집니다.
내 인생이 너무 구질구질해졌다는 생각이 요즘 너무 자주 듭니다.
그런데 자꾸 책임을 남편탓으로 돌리려하는 내가 또한 너무 웃기고 싫어서 우울합니다.
지금 저는 회사를 그만두려합니다.
좀 쉬다가 남편하고 다시 디자인기획사무실을 내려고요.
그런데, 하루에도 열두번씩 생각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네요.
마음만 좀 강하게 먹으면 무슨일이든 잘 할 수 있을거라고 자신하다가도
당분간 경제적인 곤란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순간적으로 자신이 없어집니다.
저 혼자라면 뭘 해도 할 수 있지만, 남편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무거워져요.
남편은 좀 뭐랄까 책임감이 없고, 한마디로 무능하면서 마음만 착한데다 나이도 저보다 훨씬 많습니다.
도저히 제가 기댈수는 없는 사람이죠. 사실 제가 가장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어젠 일요일이라 모처럼 같이 운동을 나가려 했는데, 남편이 하루종일 머리가 아프다고 누워있었어요.
남편은 자주 아프다고 합니다. 보기에도 건강해보이진 않습니다.
저보다 키도작고, 간신히 살가죽만 붙어있는 모습이거든요. 거기다 끊는다고 골백번도 더 말해놓고
아직까지도 담배도 못끊고 있네요.
남편을 생각하면 어찌해야할지 정말 막막하단 생각뿐입니다.
아기도 사실 키울자신이 없어서 아직 못갖고 있거든요.
아 어쨋든 이왕 제가 선택한 삶입니다.
좋든 싫든 일단 최선을 다해봐야겠지요.
새해에는 좀 자신감있는 성격을 되찾고 프로비즈니스우먼이 되야되겠습니다.
제자신에게 이렇게라도 약속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우울하게 신세한탄이나 하면서
시간을 까먹게 될거같아 두서없이 이런 글을 썻습니다.
IP : 211.176.xxx.205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나그네
    '02.12.23 1:43 PM (211.251.xxx.129)

    착하다는거 참 힘들죠.
    밖에서 보면 다 부인이 기죽여서 그런거고 말한마디만 하면 무조건 무시한다, 기죽인다그러는거고 시댁가족들 모두 남들은 모두 다 말만 뻔지르 해서 그렇지 다 마찬가지다 별수없다.
    참 속편한 사람들이죠.
    우리집은 남편이 딱 관리비와 공과금 잘잘한거 몇개만 내면 정말 한푼도 지출안합니다.
    그러고도 집안일하나 도와주는거 없죠. 오히려 조금만 힘든내색하면 됩데 몇배로 화를내고 며칠씩 말을 안하죠. 돈벌어 무슨 공치사냐 이런거겠죠.
    그리고 언제라도 힘들면 안살면 된다 이런식이죠. 왜냐면 아닌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남편은 나가면 데리고 살겠다는 여자가 몇 명은 될겁니다. 몇년전에는 외국사는 교포를 만나서 따라나서려다가(지금도 미국만 가면 자기가 할일이 널린줄 아는 미국병 환자) 무슨 이유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그냥 돌아온적도 있답니다. 제생각엔 아마 막상 가보니 좀 자신이 없어진 모양인것 같더라구요.
    그런데도 왜 사냐면 그냥 오기로 산다고 할까요.
    그런 애비마저 없으면 말만들기 좋아하는 인간들이 내 아이에게 흠집내려고 꼴갑떠는거 보는것도 스트레스잖아요. 지금은 오히려 남편이 밥값을 내거나 계산을 하면 오히려 굉장히 불편하고 심지어 고맙기까지,
    그쪽도 내가 뭐 그리 예쁘겠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너무나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책임감도 훨씬 무거워 지죠.
    착한거, 사람좋은거 이런사람이랑 사느라 받는 상처 아무도 이해못할 겁니다.
    누구도 위로가 안됩니다. 그냥 나혼자 이겨내는 방법밖에는.

  • 2. 김경자
    '02.12.23 2:29 PM (211.176.xxx.86)

    답글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근데, 공과금하고 관리비만 낸다는거 저랑 똑같네요.
    그거라도 내게 하지 않으면 정말 생활에 전혀 신경쓸것같지않아 내게 하거든요.
    그런데 님글 보니까 그래도 전 좀 낫다 싶네요.
    우리 신랑은 밥하고 빨래하는건 오히려 저보다도 솔선수범해서 잘하거든요.
    그런거가지고 유세도 안떨고요.
    그리고 워낙 사람이 변변치않다보니 여자관계라는것은?....-_-;;
    사람이 워낙에 순진무구하거든요, 나이가 그렇게 먹었어도...
    어쨋든 힘내세요. 새해에는 우리가 더 강해져야지요. 헤헤~

  • 3. 김혜경
    '02.12.23 2:45 PM (211.212.xxx.146)

    김경자님, 나그네님
    저도 지난 일을 얘기하자면 대하소설이지만요, 그래도 오래 두고 보면 착한 사람은 그 대가를 받는 것 같아요.
    사실 일방적으로 참으라고 하는 건 무리지만, 참을 만 하다면 상대방의 장점을 보도록 노력하면서...

    이렇게 말하면서도 좀 찔리는데가 있네요.

  • 4. 김경자
    '02.12.23 7:14 PM (211.176.xxx.86)

    고맙습니다. 김혜경님
    힘낼께요~

  • 5. 이브
    '02.12.23 9:12 PM (203.238.xxx.219)

    대한 민국 아줌마들 화이팅!!
    힘내세요. 인생이란 항상 굴곡이 있게 마련입니다.
    제 친구중에 하루에 만원만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남편의 사업 실패와 무능으로 늘 이혼을 얘기한 친구가 있었지요.
    얼마전 그렇게 가난에 허덕이던 친구가 남편이 사업이 잘 되어 (..)짜리 땅을 샀다고 전화가 왔지요.
    너무나 왜소하고 도무지 미래가 없어 보이던 친구 신랑은 일이 풀리자 사람 모습도 달라지데요.
    돈이 사람을 만든다더니...
    왜 제가 이친구 얘길 하느냐면요,아직 인생이 어떻게 그려질지 모른다는거죠.
    아직 많은 날들이 있으니...힘내세요.

    저도 그땐 울 신랑 비교가 되어 마음이 심란하고 그랬어요.
    그래도 아프지 않고 제 옆을 지켜주는 신랑의 소중함을 생각하니 모든 욕심이 사라지데요.
    울 신랑 몇년전에 많이 아픈적이 있었거든요.
    그 이후 어떤 실수를 하든 다 용서가 되더라구요.
    살아서 건강하니 격는 일이거니..하구요.그래두 그렇지 우이그...
    보따리 풀자면 저도 대하 소설감...따로 방을 만들던지..

    우리 미운 신랑 떡하나 더 주고 그렇게 삽시다. 실은 여자는 남자보다 강하잖아요(남자와 살아본 여자의 경험..ㅎㅎ

  • 6. 김혜경
    '02.12.23 9:24 PM (211.212.xxx.146)

    맞습니다, 미운 신랑 떡 하나 더줍시다~~아!!

  • 7. 권성현
    '02.12.23 11:25 PM (211.224.xxx.230)

    우리 따로 방하나 만들어 대하 소설 한번 찐하게 써봅시다.
    정말 하실 이야기들이 많을것 같아요.

  • 8. 김경자
    '02.12.24 9:06 AM (211.176.xxx.86)

    와~ 구래도 여기 글을 쓰고 좀 멋쩍었는데 이리 힘을 주는 리플들을 만나니 정말 기분좋습니다.
    정말 여자들은 어찌 이리 강한힘들을 갖고있는지.
    그냥 대충들 살아가는것 같아두 모두 다 대하소설 몇편씩은 다 쓰게 되나봐요.
    정말 살아가면서 힘든이야기들 여기서 다 풀고 서로 위로받고 위로하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
    전 벌써 큰 위로받았거든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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