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는 큰 맘 먹고, 냉장고랑 김치냉장고랑 치워줬습니다.
상해서 버리는 재료들,
말라비틀어진 생강, 물크러진 고추 몇개, 새들거리는 양배추잎 등등,
또 언제적 먹던 건지, 배달피자와 같이 왔음이 분명한 피클조각에, 아이가 시켜먹고 남은 통닭집 무 몇조각까지...
이런 걸 다 버리면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얼마나 형편없는 주부인지....

며칠전 닭 한마리 사서, 카레라이스 해먹고 남은 닭은 밑간한 다음에 튀김가루를 살짝 입혀서 튀겼습니다.
그리곤, 냉장고 청소 하다가 찾아낸, 언제적에 만들었는지 기억도 안나는 조림간장을 이용해서 조려줬어요.
조림간장에 물 넉넉하게 타고, 물엿 조금 넣은 후,
마늘, 생강, 마른고추를 넣어 조렸습니다.
마른 고추는 얼마전 이태원에 있는, 외국인들이 즐겨찾는 슈퍼에서 산 쥐똥고추 2개를 부서넣었더니, 어찌나 칼칼한지...
울 아들 말로는 교촌치킨과 안동찜닭의 중간 정도 맛이라고 하네요.
제 입에는 얼치기 닭강정 같은데...

지지난주에는 참 별일도 많았습니다.
그릇을 잘 깨지 않는 제가 밥그릇을 두개나 깼는가 하면,
kimys는 밥을 먹다가 밥그릇을 살짝 들었다놨는데, 식탁을 덮고있던 8㎜ 짜리 유리를 깨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릇을 그렇게 세게 내려놓은 것도 아니고, 평소와 다름이 없었는데...
유리도 늙어서 그러려니 하고 말았는데, 아직 유리를 못 덮었습니다.
아니, 안 덮으려구요. 나무결을 느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맘 같아서는 광목 식탁보 여러개 해놓고 먹을때마다 새로 깔고 먹고 싶은데,
아마 그러면 우리집 식구들, 밥 못먹을지도 몰라요.
식탁보를 깔아주면 좀 긴장하는 것 같아요. 뭘 떨어뜨리면 어쩌지, 빨아도 안 지워지면 어쩌지..이렇게요.
김치냉장고를 청소하다가, 아껴둔 더덕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저녁에 더덕도 구웠습니다.

감자전도 부쳤습니다.
바질이 너무 잘자라고 있어, 바질과 어울릴만한 거 뭘할까 하다가,
감자 강판에 갈고 양파 살짝 섞은 다음 전을 부친 다음,
모짜렐라 치즈를 얹어 녹이고, 그위에 바질을 뿌려줬습니다.
완전 바질을 위한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