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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검봉녀의 검은 장바구니

| 조회수 : 14,726 | 추천수 : 195
작성일 : 2009-05-11 19:01:38
오늘..광화문에서 모임이 있었습니다.
회사 다닐때는 자주 가던 국수집에 갔는데...근 10년 정도 발길을 끊었다가 가보니까..두배로 넓어진 거 있죠?
역시 먹는 장사가 젤인가봐요..
모임이 끝나고..청계천이랑 동대문 종합시장에 다녀서 들어왔어요.




검봉녀가 요즘, 핸드백 안에 접을 수 있는 검은 장바구니를 두개씩이나 넣고 다닙니다.
그만큼 뭔가 많이 지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다닌다는 뜻이지요.
오늘 비만 안왔더라면..장바구니 두개 다 채워왔을 지도 모르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관계로.. ^^

청계천에 갔던 목적은 수 도안집을 사려는 것이었어요.
조건은
1. 프랑스 자수 도안이 많아야 하고,(십자수에는 뜻이 없으니까...)
2. 일본책이어야 하고, (한국책보다는 일본책이 더 흔하고, 도안이 서양책에 비해 정서에 맞으니까)
3. 그리고 중고책이어야 하는 것, (당연히 값이 쌀테니까)
였습니다.




그리하여..
청계천 헌책방을 하나하나 뒤지면서, "자수책 있어요?"하고 물으면서 다녔는데..
저, 좀 서러웠잖아요. 어쩜 그렇게 한마디로 잘라서 "없어요" 하는 지...

그랬는데 한 집에 가니까 어린이용 십자수 책은 있다는 거에요.
좀 보여달라고 했더니,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더니, 이 책을 꺼내서 보여주는거에요.
두권 합쳐서 6천원을 내라고 하는데..
저, 정말 십자수에는 뜻이 없거든요.
그런데, 보자고 한 죄로, 주인아저씨 사다리 타게 만든 죄로, 한권만 사려고,
"한권만 사면 안되요?" 하니까, 값을 깎아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그 아저씨, "5천원만 내고 가져가요, 그거 세트거든요, 헌책도 아니고, 새책이에요. 노트 값도 안되네.."
이러셔서 그냥 샀습니다, 5천원에.
(혹시 어디서 샀냐고, 쪽지 보내지 마세요. 기억 못합니다...ㅠㅠ...그냥 청계천에서 샀어요.)




아무래도 수책 사기는 틀렸나보다 하며, 외국의 패션잡지 파는 서점에 들어가서 허설수로 물었더니,
이책을 딱 꺼내주시는 거에요.
아주 작은, 딱 행주용인 수 도안이 잔뜩 들어있는...제가 찾던 그런 스타일의 수도안집이었습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새책이라는 점..

아니, 뭐, 두고두고 수를 많~~이 놓을거라면 책값이 뭐가 아깝겠어요?
얼마나 놓을지도 모르고...
투자했다가 본전을 뽑지 못할 지도 몰라서 망설이다가 결국 1만7천원 주고 샀어요.
비싸게 산 것 같지는 않은데...




책이 세권이나 되다보니, 나름 묵끈한 가운데, 동대문 종합상가에 올라가서,
일단 수틀 하나 사고, 실을 잘 꿸 수 있는 보조기구(이거 이름이 뭐죠??),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잉크가 사라진다는 펜도 하나 샀어요.

헉..근데..정말 큰일이네요.
펜은 2천원 준 것 같은데..수틀은 얼마였는지..7천원이었는지..아삼삼하네요..




여태 재봉용 가위없이,
종이 자르는 문방구용 가위만 갖고 살다가, 큰맘 먹고 가위도 장만했어요.
울 친정엄마가 쓰시던 잠자리표로...잠자리표도 국산이 더 비싸다네요..
2만6천원에, 골무 하나, 이불 홋청 꿰맬때 쓰는 돗바늘도 한쌈 샀어요.

제가..사다사다 이제는 별 걸 다 사죠??
그런데..어쩌겠어요..제 관심이 점점 요리에서 바느질로 움직이는 것을...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더니..정말 그런가봐요??
마음이 움직입니다.
3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클라투
    '09.5.11 7:05 PM

    어릴때 엄마가 베개에 수 놓아 주셨던 그 그림이네요. ^^ 반가워서

  • 2. 051m
    '09.5.11 7:05 PM

    한 동안 놓았던 바늘이랑 실을 다시 꺼내고 싶게 만드는 사진들입니다.

  • 3. 귀여운엘비스
    '09.5.11 7:13 PM

    흐흐흐
    저랑 같은 잠자리표가위^^

    사랑은 움직이듯----
    지름신의 용도도 항시 변해요 : )

    무궁무진한 지름신의 세계에
    우린함께 살고있자나요♡

  • 4. 딸낳고파
    '09.5.11 7:22 PM

    저는 시어머님이 잠자리 가위 주셨어요...
    형님둘을 제치고 제가....흐흐흐흐

  • 5. 바하마브리즈
    '09.5.11 7:46 PM

    선생님, 저 가위로 종이 자르시면 안되는 거 아시죠? 종이 자르고 난 가위는 천이 잘 안잘라진다더라구요. 혹시나 해서요. ^^

  • 6. crisp
    '09.5.11 8:26 PM

    허설수...아삼삼....ㅋㅋ
    물어본 죄로 사는 거 저도 많이 해요. (웃다가 배아파요..^^)

    그런데 갑자기 그 소설이 생각나에요.
    국어책에 나왔던....뭐 그거 있잖아요. 바늘이랑 실패랑 가위들...막 어려운 한문으로 이름지어서 소설같이 쓰던...아~ 무얼까요?(네이버 다녀올께요. ^^)

  • 7. crisp
    '09.5.11 8:30 PM

    조침문 - 유씨부인(순조 4년) : 자식 없는 미망인이 바느질로 생계를 우지하다가 바늘이 부러지자 그 섭섭한 감회를 적은 글............이건가요? 이렇게 어렵지 않았던거 같은데...
    -----------------------------

    금년 시월 초십일 술시(戌時)에, 희미한 등잔 아래서 관대(冠帶) 깃을 달다가, 무심중간(無心中間)에 자끈동 부러지니 깜짝 놀라와라. 아야 아야 바늘이여, 두 동강이 났구나. 정신(精神)이 아득하고 혼백(魂魄)이 산란(散亂)하여, 마음을 빻아 내는 듯, 두골(頭骨)을 깨쳐 내는 듯, 이윽토록 기색 혼절(氣塞昏絶)하였다가 겨우 정신을 차려, 만져 보고 이어 본들 속절 없고 하릴 없다.

  • 8. 플러스
    '09.5.11 8:53 PM

    취미로 하셔도 책은 많이 있으면 심심할때 펼쳐보기도하고
    또 책꽃이에 꽃혀있어도
    보기만 하면 기분전환이 되실걸요.
    문제는 취미가 자꾸 변한다는거...
    뭐 그래도 다 거기서 거기 아닐까요? 산다는게 지름신과 삶의
    의욕이 비례한다는거...

  • 9. 소박한 밥상
    '09.5.11 9:31 PM

    ㅎㅎ 선생님께 쪽지를 보내서 귀찮게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걸 몰랐었네요 !! ^ ^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잉크가 사라진다는 펜이 있군요 !!

    이제 완전무장 하셨으니
    자 ~~ 서양자수와의 전쟁 시작하셔요 ^ ^
    부지런하시다는 좋은 느낌 !!!!!!!!!!!!

  • 10. 그레이마샤
    '09.5.11 9:53 PM

    crisp님 혹시 규중칠우쟁론기..뭐 이런거 아닌가요? 조침문 내용 국어 고문시간에 배웠던것도 생각나네요..

    수 도안 참 예뻐요. 저도 갑자기 우리 아이들 베겟머리에 예쁜 수 놓아주고 싶어져요.
    이름이랑...

  • 11. 깜찌기 펭
    '09.5.11 10:23 PM

    저랑 똑같은 검은 장바구니.. ^^
    찌찌뽕이예용... ㅎ

  • 12. crisp
    '09.5.11 10:26 PM

    그레이마샤님 맞어요!!!

    ...ㅋㅋ

  • 13. 유월장미
    '09.5.12 12:33 AM

    일기 예보입니다.
    조만간 82에 자수광풍이 휘몰아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집안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바쁜데, 더 바빠지게 생겼어요~
    쌤~때문이야요^^

  • 14. danchi
    '09.5.12 12:37 AM

    제가 찾던 장바구니네요. 가볍고 얇고...
    어디서 살 수 있을까요 ?

  • 15. crisp
    '09.5.12 12:51 AM

    시지프스님~

    가서 잘 읽고 왔어요...ㅋㅋ

    (저 너무 다른 방에서 떠드는 거 같아서...작게 얘기하렵니다.)

  • 16. 또하나의풍경
    '09.5.12 4:58 AM

    바느질용품을 보니 왜이리 반가운지요 ㅋㅋㅋ
    제 취미가 옷만들기거든요 ^^
    잠자리표가위 당근 있구요 (세개나 ㅋ) 수성펜도 있고 휘발성펜(선생님이 사신 보라색펜이요)도 있구 바늘 골무 다 있어요~~~
    게다가 옷만들기 이전엔 퀼트를 했던지라 수틀도 있고요...ㅎㅎㅎ
    원단 자르는 가위 종이자르는 가위 이렇게 따로 쓰셔야 해요 ^^ 막 혼용해서 쓰시면 날이 무뎌진다네요.
    17000원짜리 책은 겉표지만 봐도 늠늠 이쁜자수도안이 있을거 같은데요!!1

  • 17. yummy
    '09.5.12 10:18 AM

    잠자리가위 정말 좋죠? 아끼는 천만 저걸로 잘라요.
    다신 살 수 없기 때문에 저도 고이 모시고 삽니다.

  • 18. candy
    '09.5.12 10:27 AM

    십자수책 필요없으시면 제가 살게요.;;;
    샘 글 읽다보니 집 안 어딘가에 있을 십자수실 뭉치가 생각나네요.^^

  • 19. 오렌지피코
    '09.5.12 11:50 AM

    선생님 조심하세요. 바느질도 한번 중독 되면 헤어나지 못해요.
    근데 그 폐단이 요리에 비해 더 심한거 같아요. 요리는 먹어치우면 그만이지만, 바느질은 자꾸만 살림이 늘어서...ㅠ.ㅠ
    제가 살림이 나이에 비해 보통 많은 편이 아닌데, 재봉틀에 수틀에 천쪼가리까지 이고 지고 사느라고 남편 눈치를 보고 산답니다. ㅎㅎㅎ

  • 20. 레지나(스프라이트)
    '09.5.12 12:13 PM

    아 82쿡에 자수의 광풍이 불러올것같아요. 샘~~
    저두 얼마전 티코지에 수놓인 류님 작품을 보고 @@ 눈이 돌아가던데요..
    솜씨가 꽝이라 언제 도전할지 모르지만 수놓고 있음 좋을 것같아용.
    예쁜 작품 많이 만드셔서 좋은 구경 많이 시켜주세요.

  • 21. 지나지누맘
    '09.5.12 1:12 PM

    맞아요.. 요리는 먹으면 없어지지만...
    이 바느질이란게 조각천도 쓰임이 있을거 같아 여기 저기 쟁여두니......

    이제 우리는...
    이쁜 행주 구경만 남았을뿐이고!~

  • 22. 좋은소리
    '09.5.12 1:42 PM

    ㅎㅎㅎㅎ
    앙..선생님...귀여우세요..어쩌나..ㅎㅎ혼날려나..ㅎㅎㅎ

  • 23. mulan
    '09.5.12 2:11 PM

    그런데요. 바느질에서 다시 요리로 움직이실거예요. ㅋㅋ 바느질이 더 몸이 아프던뎅.. ㅎㅎ

  • 24. 베고니아
    '09.5.12 2:12 PM

    "주인아저씨 사다리 타게 만든죄로 "....
    이제목에 펑~~ 터졌어요.
    울며 겨자먹기로 ...ㅋ

    마음이 너무 여리신가봐요~~~

    선생님의 바느질 솜씨가 기대됩니다^^

  • 25. 상큼마미
    '09.5.12 3:05 PM

    골무 너무 오랫만에 들어보는 이름 가슴이 설레입니다.
    제가 요즘 선생님 따라 행주 만들고 있거든요.
    요 골무 꼭 필요한데 어디서 파나 궁금했어요.
    역쉬 샌님은 나의 구세주 고맙습니당~~~~~~~~~~

  • 26. 냉장고를썰렁하게
    '09.5.12 4:34 PM

    검봉녀라는 말이 참 재밌네요~
    저도 핸드백 안에 착착 접으면 쏙 들어가는 장바구니 하나 넣어 다닙니다^^
    그런데... 저는 눈이 안좋아서(노안^^;;) 도대체 바늘 잡고 하는 건 할 엄두가 안납니다.
    돋보기 쓰면 잘 적응 안되어 어질거리고...
    요즘 걷기 운동 하시면서 이것 저것 쇼핑하시는 모습 정말 같이 즐거워 지네요.
    저도 사실 걷기 운동 중입니다.
    하루 꼭 한시간씩 걷는데 이게 어중간하게 살은 안빠지고 입맛만 좋게 하는 효과가^^::
    그래도 살은 빠지든 말든 제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위해 걷는 답니다.
    늘 희망수첩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27. 아궁
    '09.5.12 8:57 PM

    선생님, 저 동화십자수 도안 넘예쁘죠?
    저 거기 나온 도안 거의 다해봤어요.
    앞표지의 마들렌느 인형도 똑같이 만들어서 아직도 가지고 있죠.
    그 인형주인이 벌써 초등5학년이예요.
    언제 한번 리빙데코에 사진 올려볼께요.
    아이 옷에 달았다가 옷이 작아져서
    떼어낸 도안도 많아요.
    근데 너무 몰두하진마세요.
    저 1권만 샀길래망정이지 2권까지 샀으면 따라하느라
    눈 다버렸을거예요..

  • 28. 동동
    '09.5.12 10:57 PM

    자수는 여중, 여고 때 가사 시간 이후로 손을 놓았는데...
    다시 해볼까 하는 욕망이 생기네요.

    그 시절 쓰던 수틀이며 다 고향집에 있을텐데...

  • 29. 피노키오
    '09.5.22 10:04 PM

    퀼트사이트에 가면 저런 십자수도안책 파는데...
    아기자기한 일본책이구요,,,중고는 아니지만요.
    인터넷샵에도 들러보세요.

  • 30. 아이미
    '09.6.3 2:24 PM

    마트에서 시식 한입 하시면,,
    미안시럽다고 꼭 사오셔서는 맛없다고 드시지도 못하는 울 시엄니 생각이 나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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