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요즘 만들어 먹은 것들

| 조회수 : 16,817 | 추천수 : 190
작성일 : 2009-06-01 20:59:33
지난 주 일요일날 치러졌던 어머님의 생신상을 올리고 보니, 저 혼자만 고생한 것 같은데요..그런 건 절대 아니랍니다.

우리 kimys, 제가 두번이나 나가서 하자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차리는 것을 고집했던 걸...
제가 200% 이해하긴 합니다.
아시다시피 저희 어머님이 올해 아흔하나세요.
정말 얼마나 사실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기회가 닿는대로 정성껏 상을 차려드리고 싶은 게 아들 마음 아니겠어요?
게다가 지난번 자기 생일도, 어머니 생신에 동생들 초대하지 싶어서, 하지 않았고,
또 솔직히 kimys , 자기 마누라가 요리 좀 한다고 동생들에게 뻐기고 싶어하는, 그런 심리도 조금은 있습니다.
그걸...제가 맞춰줘야지, 누가 해주겠어요.

8남매나 된다면서, 왜 도와주는 사람이 네째 동서밖에 없었냐고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계신대요,
저희 오형제이긴 하지만, 둘째동서는 참석하지 못할 사연이 있고,
세째동서는 시동생이 일찍 세상을 떠나, 그저 와주기만 해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랑 네째동서, 다섯째 동서가 환상의 삼복조인데...외국인회사의 대표이사인 막내동서가 지금 해외출장중입니다.
게다가, 저희 부엌이 비좁아서, 일손이 많아도 걱정입니다. 오히려 능률이 안오릅니다.
그래서 시누이들은 식사후 뒷정리, 설거지, 과일깎기, 차 준비 등을 모두 해줬어요.
저....요리는 하겠는데, 설거지는 좀 재미없어 하거든요. 설거지만 해줘도 어딘데요.
그리구...이거, 우리 시누이들이 보면 안되는데....솔직히, 우리 시누이만한 사람들도 없습니다.
일년에 두어번, 저 숨 좀 쉬고 살라고, 가기 싫다고 하시는 어머니를 1주일이고 2주일이고 억지로 모시고 갑니다.
일년이면 이렇게 몇주, 저 좀 편하라고, 제게 휴가를 주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시누이들입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집에서 차려 먹길 잘했어요.
어머니 생신을 차리고 나서, 1주일 이상 요리를 안했습니다.
요리할 맘이 눈꼽만큼도 없었는데...남은 음식이라도 없었으면 어쩔뻔했는지...
그저 동네 중국집이나 피자집, 족발집에 전화했을텐데,
조금씩 남은 음식이 있어서, 전기밥솥에 밥만해서 식구들 끼니 챙겼거든요.

지난 25일부터, 오늘까지, 고작 해먹은 음식이 이거랍니다.
  



냉샤브샐러드에 들어가고 남은 샤브샤브고기와 채소,
그리고, 해파리 냉채에 곁들였던 새우를 넣어서 한접시 뚝딱 만들었어요.
맛은...기억도 안납니다.
그냥 꾸역꾸역 밀어넣었어요. 먹어야하기 때문에.




도토리묵국수.
저번에 강화에서 사온 도토리묵이 한모 남아있는 걸, 발견했어요.
멸치육수 우려서, 김치 무치고, 김올려서, 묵국수로 먹었어요.




연어회 먹고 남은 연어로 만든 샌드위치.
오이와 양파 연어를 넣었어요.




먹다남은 감자샐러드로 만든 샌드위치




소금기 빼지 않은 해파리 통을, 소금기 빼서 밑간까지 한 해파리인줄로 착각,
오이도 썰고, 소스도 만들었는데, 알고보니 손질하지 않은 해파리!
부랴부랴 소금기 씻어내고, 미지근한 물에 담가 쓴맛 더 빼고, 식초, 설탕, 참기름으로 밑간해서 만들 해파리냉채.


이게 전부입니다.

집에 커피도 떨어졌고, 티슈도 떨어졌고, 또 뭐더라...또 뭔가 생필품이 떨어졌는데...
장을 봐올 의욕이 아직은 없습니다.
쌀이랑 과일은 아직 있으니까, 끝까지 버티면서, 뭔가를 사겠다는 의욕이 생길때 장보러 갈까봐요.
2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름나무
    '09.6.1 9:03 PM

    울엄니 생신때 멋지게 차려드려야 하는데 맛은 있을레나 솜씨가 없어서......

  • 2. 묵향
    '09.6.1 9:13 PM

    이런..맽에 댓글을 다니..새글이 올라왔네요.
    실컷울다가도..
    배고프면 울 힘이 없어..
    먹고 또 울던 일도 있었드랬는데..

    잘먹어야..
    또.. 뭔가를 위해서..
    힘을쓰고 싸우는것 같아요..

  • 3. 서산댁
    '09.6.1 9:19 PM

    샌드위치 사진을 같이본 작은아이가
    내일 꼭 해달라고 합니다..
    저도 한 입 먹고 싶어요.
    아침에 유부초밥으로 큰아이 도시락싸고
    저녁에는 샌드위치로 먹어야 겠어요
    약속은 지켜야 하니까.

  • 4. crisp
    '09.6.1 9:33 PM

    걷기운동 하시면서 '검봉다리(??)'에 한두개씩 장봐오세요. ^^;;

  • 5. 유미연
    '09.6.1 9:33 PM

    원래 로그인도잘 안하고. 눈팅만 하고.
    그러고 가곤 했는데.

    기운내시라고 한자 끄적입니다.
    쓸데없는 걸로 원망하는 사람보다는 감사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걸 기억해주세요.

  • 6. 한결한맘
    '09.6.1 9:33 PM

    대단한 시누이들이시네요 부럽습니다.
    저흰 할머니가 싫다고 하신다고
    어쩔 수 없다는 식인데ㅜㅜ
    정말 마음이 있으면 억지로라도 모시고 가야하는데
    사실 저희가 봐도 그냥 해 보는 소리같아요^_^

  • 7. 용감씩씩꿋꿋
    '09.6.1 9:48 PM

    선생님
    큰일 났습니다.
    희망수첩을 볼때마다
    그릇 먼저 보게 됩니다.
    요리도 못 배우고,
    선생님 큰 마음씀도 안 배우고
    오로지 그릇만 보더니
    급기야 밥 해먹기 귀찮은 제 마음을 그릇이 안 예뻐서 그렇다는 쪽으로
    물증은 없으나 심증을 굳혀가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어머님께서는
    참 복인이시네요
    효자 아드님과 좋은 자부,
    가족을 헤아리는 따님들이 있으시니
    그 복이 넘쳐보입니다^^

  • 8. Hepburn
    '09.6.1 9:52 PM

    저기요..저 좀 푼수기가 있나봐요..
    이 나이에..왜 이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한게 눈물이 날까요?
    녹녹치 않았을 세월속에서, 서로에게 상처도 받고..위로도 받고..
    그런 세월이 녹아있는거 같아서요
    선생님의 노고를 고마워하는 식구들이 있고,
    그 노고를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시누들의 마음을 고마워하는 선생님이 있고...
    그런 의미에서 세월을 그냥 흐르는건 아닌것 같아요
    저도 약간의 치매가 있는 연로하신 친정어머님이 계서서인지 선생님의 마음이 너무 감사하네요..남편분의 깊은 마음을 헤아려주시는 배려도..

    전 지금 쌀 사러가야해요
    전 아직까지 직장이고, 언니가 오늘 저희집에 왔다가 전화가 왔네요
    쌀독이 비었다고..
    우리모두 몸은 움직이는데 정신은 다른곳에 가있는거 맞지요?

  • 9. 계영이
    '09.6.1 10:21 PM

    고생은 좀 하지만 집에서 손님접대등등 하고 나면
    음식은 좀 남아서.. 몇일이 좀 편하긴하죠... ^^

  • 10. 욱이맘
    '09.6.1 11:54 PM

    아웅~~~~~~이글을 보면서도 눈물이 찔끔찔끔 나는 저는 진짜 푼수중의 푼수같아요..

  • 11. yummy
    '09.6.2 12:23 AM

    다른가족 없이 오랫동안 타지에서 살다보니
    이런글이 제일 가슴아려요. 진정 부럽습니다.

  • 12. 주성이 각시
    '09.6.2 1:40 AM

    선생님 글보고 맘 편안해 집니다.
    생신상 차리신 글 보면서도.
    힘들지만, 그래도 해 냈을 때의 뿌듯함 간접 경험해보았어요.

    저도 시댁식구가 많지만, 도와주는 사람은 동서 하나에요.
    동서가 일을 잘 하기도 하지만,
    맘에 맞는 사람 한 사람만 있으면 되는 것 같더라구요.

    연어샌드위치 참~~~맛있어 보입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옛날에 희망수첩에 시어머님에 대한 글에 답글을 달았더니 선생님께서 쪽지를 주신적이 있어요.
    그 때도 그렇고 오늘 도 그렇고,,
    선생님은 참 마음이 따뜻하신 분 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 13. 예쁜솔
    '09.6.2 1:43 AM

    어머나...
    선생님 시누이들도???
    저는 제 시누이들만 착한 줄 알았는데...
    참고로 저는 7남매 외며느리~
    명절에 설겆이 해 본 기억이 전혀 없답니다.

  • 14. 발상의 전환
    '09.6.2 2:30 AM

    선생님 책에도 나오잖아요.
    어머님께서 식구는 많은데 일할 사람이 없다고 그러신다고...
    알고는 있었는데요.
    그래두요.
    시누이(님)들도 보실테니까 잘 말해야지~
    선생님 뒤에는 플러스 알파로 82식구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켜드리고자...!
    ㅋㅋㅋ
    저는 시어머님 3박4일 계시는 동안 죽는 줄 알았거든요.
    어머님 가시고 선생님께 쪽지도 보냈죠.
    완전!!!!!!!!!! 무조건!!!!!!!!!!!
    존경한다구요....
    kimys님께 안마 쿠폰 10장 발매해달라고 하세요~ㅋㅋㅋ

  • 15. 아이사랑US
    '09.6.2 6:36 AM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지나가듯이 제가 82에 로그인 하고 희망수첩을 그냥 못지나치게 되었어요.^^ 정말 아이디어도 많으시고 오늘은 어떤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실까?
    어떤 요리이야기를 들려주실까? 궁금하구요.
    연어가 남았다고 하셨는데.. 샌드위치를 만드셨네요.. 정말 선생님의 아이디어는 끝이 없으시네요..

  • 16. 미네르바
    '09.6.2 8:04 AM

    샘, 힘내세요.


    샘이나
    매발톱님의 글에서
    힘을 얻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일상으로 돌아가기 쉽지는 않네요.

    정말 노인 봉양한다는 것 쉽지는 않죠.

    그래서 맏며느리는 하늘이 내리신다잖아요.

    자식들에게 샘의 공덕이 다 갈겁니다..

  • 17. 오렌지영
    '09.6.2 11:38 AM

    힘내세요 선생님..

  • 18. 맑은하루
    '09.6.2 12:01 PM

    선생님 포근하고 넉넉한 마음에 제가 힘을 얻네요~

    이심전심 마음 알고 챙기는 가족들과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 19. 변인주
    '09.6.2 12:05 PM

    맏며느님노릇이 곁에서 도와주어도 힘은 들어요.

    시누님들도 다 좋으신것 같습니다.

    주고받는 정이 남달라 보여 귀감이 됩니다.

  • 20. 나마스떼
    '09.6.2 12:52 PM

    사이트 운영하시라.. 맏며느리 노릇하시느라.. 힘드시죠?
    그래도.. 그 자리에 있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 같으면... 억울한 소리.. 서운한 소리 들으면.. 아무것도 안하고..
    내가 맡은 자리 내놓고 싶을 것 같아요. ㅜ.ㅜ

    하지만.. 선생님... 부디 기운내시고... 꿋꿋하게 지금 이 자리 지켜주시니 고마워요.
    제 집보다 여길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 잊지 마시구요. ^^

  • 21. 말랑말랑
    '09.6.2 1:11 PM

    82쿡 얼마안 된 초보예요

    어제부터 82쿡에 폭~빠져서 너무 즐겁게 보내고있답니다

    저희 엄마도 할아버지 할머니 모시고 계시다가 얼마전 할아버님이 돌아가셨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왠지 엄마가 생각나네요

    기운내세요 선생님~

  • 22. 요리맘
    '09.6.2 1:59 PM

    저도 선생님 본받아야 하는데.......
    전 장남에 장손이라 큰일이 많을텐데 벌써부터 걱정이네요. 암튼 이쁜 마음가짐이 좋으네요. 수고하셨어요.....

  • 23. Terry
    '09.6.2 4:57 PM

    일단 혜경샘은 남편 사랑이 정말 절절하시고
    매사 긍정적으로 보는 능력이 있으신 것 같아요.
    일일이 스트레스로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는데 정말 긍정적인
    사고방식 배우고 싶어요.

    그런데...이제 겨우 아흔 하나신 거랍니다..^^ 저희 할머니는 그로부터도 9년을 더 지나서 백수를 채우고 가셨지요... 십여년을 울 친정아버지 하신 말씀이 "살면 얼마나 사신다고..." 였는데 사실... 엄마 한 분을 거의 정신적으로 죽이다 시피 하신 거였어요.. 혜경샘 댁은 시누분들도 다 좋으시고 하신다니 다행이지만...이제 혜경샘도 이팔 청춘이 아니시니..건강을 생각해서 너무 힘든 일은 하지 마세요.. (간곡히 부탁. ^^)

  • 24. 뽀로로
    '09.6.2 7:38 PM

    개인 제자나 설겆이도우미 필요하시면.. ㅠㅠ

  • 25. 시네라리아
    '09.6.3 9:27 AM

    항상 보고만 가다 저도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전 5남매의 막내며느리.
    17년전 결혼해서 지금까지 시어머니 모시고 있습니다.
    올해 시어머니 93세...
    저에게는 할머니입니다...ㅠㅠ
    큰집조카가 저와 나이가 같으니 말입니다.

    큰 형님 8년전 돌아가시고 모든 제사와 차례 제게로 다왔구요...
    둘째 형님 나 몰라라합니다.
    작년부터 찾아온 시어머니의 치매...
    참 힘듭니다...

    고모들이 시어머니 모시고 한두달 모시고 가기에 저 이렇게 버티고 있습니다...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2122 서오릉의 아침 13 2009/06/14 8,425
2121 밥도둑 곰취쌈 11 2009/06/13 11,047
2120 한 접시면 끝! [쟁반국수] 23 2009/06/12 12,007
2119 어쩌다 새 반찬! 20 2009/06/11 13,320
2118 우리 집 뒷산에 사는 애들~~ 29 2009/06/08 12,841
2117 운동에 관한 중간보고 14 2009/06/08 10,973
2116 얼치기 닭강정과 바질 먹기 위한 감자전 9 2009/06/06 12,772
2115 내가 좋아하는 [치킨 카레] 12 2009/06/04 12,651
2114 일상의 밥상 16 2009/06/03 12,252
2113 요즘 만들어 먹은 것들 25 2009/06/01 16,817
2112 그래도 생신상은 차려져야 한다 42 2009/05/31 24,381
2111 꿈이었으면.... 246 2009/05/30 19,987
2110 쬐끄만 우리집 텃밭!! ^^ 26 2009/05/22 18,502
2109 두 가지 자랑!!! 34 2009/05/21 15,295
2108 저녁에 먹은 반찬들 [병어조림] 20 2009/05/20 10,633
2107 우물에 가서 숭늉찾기 14 2009/05/19 9,777
2106 바다음식들~[김무침, 미역초무침] 16 2009/05/18 12,137
2105 요즘 우리집 반찬들! 10 2009/05/17 13,646
2104 요즘 먹은 것! 15 2009/05/14 14,902
2103 열쩡님을 위한 소창행주만들기 46 2009/05/13 25,076
2102 수틀과 수 도안집 덕분에~~ 25 2009/05/12 11,987
2101 검봉녀의 검은 장바구니 30 2009/05/11 14,726
2100 잔머리 굴리기- 육수재료 준비 22 2009/05/10 13,548
2099 횡설수설 8 2009/05/09 11,264
2098 5월은 가장 바쁜 달!! 12 2009/05/08 10,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