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낮에 잠깐 볼 일이 있어서 나갔다 왔는데...
도심의 벚꽃은 이미 다 꽃잎이 떨어지고, 잎사귀가 나기 시작했지만, 산에는 꽃들이 한창이어서 여기저기 희끗희끗 하네요.
배나무도 하얀 꽃을 피웠고..
배꽃을 보다가 문득, 어렸을 때 봤던 만화가 생각났어요. 제목이 '사과나무 아래'였던가?!
소년잡지의 별책부록으로 나왔던 만화였는데, 내용은 이런거에요.
'배경은 영국, 결혼기념일을 맞은 노부부가 시골로 여행을 간다.
여행지는 남편이 젊었을 때 여행한 적 있는 시골.
그곳에서 커다란 사과나무 아래에 있는 초라한 무덤을 발견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사과나무 아래에 잠들어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며 두 부부는 이야기하다가 지나가던 동네노인에게 사연을 듣는다.
동네 노인의 말인즉,
몇십년전 도회지에서 두 대학생이 이곳을 여행했는데, 그중 한 젊은이가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잠시 이곳에 머무르게 됐었다고.
다리를 치료하는 동안 동네의 아름다운 소녀와 사랑을 하게되고 이 사과나무 아래에서 사랑을 굳게 맹세했다고.
다리가 다 나은 청년은 도회로 돌아가면서 꼭 데릴러 오겠다고 약속했으나 한해가 지나고 두해가 지나도 소식은 없고..
기다리던 소녀는 그만 시름시름 앓다가 내가 죽거든 그 사과나무 아래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고.
그 이야기를 듣던 그 노신사..
그 젊은이가 자기였고,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젊은 날의 풋사랑을 기억해내고 슬퍼한다는...'
이런 뻔한 내용의 만화인데...그 그림까지도 생생하게 생각나는 거 있죠...
그때 어린 마음에 그 만화를 보고,
나도 만화의 주인공처럼 사랑하는 이를 남겨놓고 일찍 세상을 떠나, 그 사람 가슴에 남아있으면 좋겠다는 잔망스런 생각을 했었다는...^^;;
지금 생각하니...참 맹랑했던 것도 같고, 조숙했던 것도 같고...
암튼 옛날 생각에 젖어 만들어먹은 오늘 저녁반찬입니다. 샐러드와 바지락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