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어머니는 호박오가리와 시래기, 가지, 머위대, 고춧잎 이렇게 준비해두셨더군요.
호박오가리는 양쪽 모두 조금씩이어서 섞어 쓰기로 했거든요.
이렇게 해서 9가지를 하려고 했는데...
그런데 아무 고춧잎이 좀..., 재료에 대해 까다로운 엄마 성에 안차신대요.
그래서 과감히 볶지 않기로 했어요. 양념 잔뜩 써가면서 공들여 볶았는데,재료가 이상해서 맛이 없다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싶어서요.
하여 이렇게 여덟가지만 볶았습니다.

왼쪽 윗 접시에 담긴 건 왼쪽부터 토란대, 뽕잎, 시래기 입니다.
왼쪽 아래 접시에 담긴 건 머위대, 다래순, 가지 입니다.
오른쪽 접시에는 호박오가리와 취나물이 담겼는데, 접시 색이 넘 진해서 취나물은 잘 보이지 않네요.
엄마가 큰 볼에 나물을 담고 국간장과 파 마늘을 넣어 조물조물한 다음 잠시 간이 배게 해두시면 전 그걸 식용유를 두르고 달달 볶다가 물 조금 넣고 뚜껑 덮어서 익히고....
그러면 엄마가 들기름과 참기름을 넣어 간보고, 불을 올렸다 줄였다 조절해서 맛내고...
이렇게 둘이서 분업형태로 볶으니까 3시간 정도 걸리더군요. 아, 물론 양이 많죠, 네 집이 먹어야 하니까...
그리고 전 아예 오곡밥까지 해왔습니다.
엄마네 전기 압력솥에 오곡밥을 해서 벌써 먹었네요. 내일도 또 먹어야죠.
오랜만에 입맛을 찾아 밥 한그릇을 다 먹었네요.
점심때만해도 밥수저를 드는 둥 마는 둥 해서 친정어머니 걱정 끼쳐드렸는데...
엄마네 김치독에서 마지막 김치 한통 퍼오고, 오곡밥에 여덟가지 나물까지, 차에 싣고는 연신내 양지스포텍까지 들려서 집에 들어왔어요.
모처럼 하루 시간을 알차고 보람있게 쓴 것 같아서 뿌듯하네요.
여러분들은 내일 나물과 씨름하셔야겠네요...저희 이제 며칠동안 국물만 있으면 됩니다. 저 나물을 줄기차게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