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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설음식 알뜰하게 먹기 1 [명절음식 재활용법]

| 조회수 : 9,321 | 추천수 : 102
작성일 : 2004-01-27 00:03:18
국정홍보처에서 발행한 '2004 설 고향가는 길'에 실렸던 제 글 입니다.
야옹냠냠님이 자유게시판에 '기차에서 절 만났다'고 하신게 바로 이 걸 말씀하셨던 거구요.

설음식 남은 것 처리방법을 물으신 분이 있어서, 여기에 다시 한번 올려봅니다.


‘시어머니가 음식을 바리바리 싸주셨는데 이걸 다 어떡하죠?’
‘명절 내내 먹고도 아직 남은 음식들이 많은데 이젠 보기도 싫어요.’

명절 하면 ‘귀향’과 더불어 ‘맛있는 음식’이 생각날 만큼, 명절과 음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모처럼 오붓한 시간을 함께 하게 된 가족들끼리 풍성하게 준비한 음식들을 같이 먹는 건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정다운 모습이다. 그래서 명절이 ‘다이어트의 적’이라 불리지 않던가.
가족들이 많이 모이다 보니, 차례를 지내든 지내지 않든 아무래도 여러 가지 음식을 장만하게 된다. 또 집안에 어른이 계시면 ‘모자라는 것보다는 남는 것이 낫다’는 생각 때문에 먹을 수 있는 양보다 음식을 넉넉하게 만들게 된다. 그러다보면 명절을 보내고 나서도 음식들이 냉장고 안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주부들이 다른 가족들처럼 놀지도 못하고 부엌에서 머리가 아프도록 기름 냄새 맡아가며 힘들게 만든 음식들인데 이걸 제대로 먹지 않고 버리게 된다면 그것처럼 아까운 일이 또 있을까. 재료도 재료지만 주부들의 수고가 낭비되는 건 더욱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설부터라도 명절음식을 적극 활용해보자. 여러 번 먹어서 싫증난 음식이라도 조금만 변화를 주면 훌륭한 요리로 변신한다. 그러다 보면 며칠동안 부식비도 줄일 수 있는 ‘꿩먹고 알먹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전
명절에 이것만 하지 않아도 된다면 음식장만이 한결 수월할 것 같을 만큼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 바로 전이다.
전은 갓 지져냈을 때는 그리도 맛있는 것이 한두번 데워먹다 보면 쳐다보기도 싫어진다.
전이 너무 많이 남았다면 일단 한번 먹을 만큼 비닐팩에 담아서 냉동을 해뒀다가 먹어보자. 물론 바로 해서 먹는 것보다야 맛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반찬이 없을 때는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냉동하지 않고 색다른 요리로 변신해보고 싶다면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전골을 끓여본다. 사실 고급음식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신선로도 따지고 보면 고기국물에 전을 끓여먹는 것에 불과하다. 명절에 먹다남은 탕국이 있다면 탕국을 활용하고 없을 경우는 멸치국물을 진하게 우려낸다. 탕국을 국물로 쓰면 다소 진한 맛이 나고, 멸치국물을 이용할 경우 더욱 개운하다는 걸 유념할 것. 국물에 소금이나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 후 먹다 남은 전과 나물을 넣고 양념으로 다진 파 마늘과 후추 정도만 넣으면 신선로를 연상케하는 맛난 전골이 된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가정이라면 전골냄비에 전과 신김치, 양파 버섯 등 냉장고속의 재료들을 꺼내 돌려담고, 국물을 부은 다음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을 풀어서 만든 양념장을 얹은 후 칼칼하게 전골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 이때 국물은 멸치국물이 어울린다.
또 몇 번씩 데워서 맛이 없어진 전에는 달걀물과 튀김가루를 묻혀 다시 한번 튀겨보자. 새로한 튀김처럼 바삭바삭해서 어린아이들이 잘 먹는다.
또 중국식 볶음은 어떨지?
먼저 전은 데워 두고, 양파 피망 버섯 같은 채소를 전과 비슷한 크기로 썬다. 우묵한 프라이팬에 채소를 먼저 넣고 볶다가 굴소스나 두반장 같은 중국소스를  넣어 맛을 낸 다음 데워둔 전을 순식간에 섞은 후 참기름을 조금 떨어뜨리고 불을 끈다. 이렇게 중국식 볶음으로 변화를 주면 먹다둔 전 한조각도 버리지 않고 100% 활용할 수 있다. 굴소스나 두반장 같은 소스가 없으면 간장과 설탕으로 간을 해도 비슷하게 만들 수 있다.


◇나물
차례상에 오르는 나물은 대개 고사리, 도라지, 시금치나물, 이렇게 삼색나물.
삼색나물이 남을 경우 일단 시금치나물을 먼저 먹도록 한다. 다른 나물에 비해 훨씬 빨리 상한다. 고사리나물과 도라지나물은 다시 한번 볶아두면 며칠 더 두고 먹을 수 있다.
나물들을 처치(?)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비빔밥을 만들거나, 아니면 볶음밥을 해먹는 것. 커다란 양푼에 밥과 나물 고추장 참기름을 넣고 쓱쓱 비비면 손쉽게, 그리고 맛나게 먹을 수 있다.
가장 흔한 비빔밥이나 볶음밥 말고도 여러 가지 방법이 더 있다.
우선 밥전. 남은 나물들은 일단 잘게 썰어둔다. 볼에 찬밥과 잘게 썬 나물들을 넣고 소금 후추로 약하게 밑간을 한다. 여기에 달걀을 1~2개 정도 풀면 걸쭉한 전 반죽이 된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한수저씩 부쳐내면 아이들 간식으로도 훌륭한 밥전이 된다.
밥전 반죽에 햄을 잘게 다져넣으면 색감이 더욱 살아나고, 마른 김을 곱게 부서서 넣으면 감칠 맛이 난다.
또 나물로 싸는 김밥도 한끼 식사로 손색 없는 메뉴.
소금과 참기름으로 양념한 후 식혀놓은 밥을 김 위에 펴고 도라지나물 고사리나물 시금치나물을 올려놓고, 혹시 고기 산적이 남은 것이 있다면 고기 산적도 가늘게 썰어서 올린 다음 김밥을 말면 별미 김밥이 된다. 여기에 김치를 쭉쭉 찢은 후 꼭 짜서 참기름과 후추를 넣고 조물조물 무친 다음 같이 올려놓고 김밥을 말면 더욱 색다른 김밥이 된다. 꼭 단무지가 들어가지 않아도 한국인의 입맛에 꼭 맞는 김밥 완성.
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나물들을 넣고 국수를 비벼볼 것. 색다른 맛의 비빔국수가 완선된다. 소면국수를 삶은 후 나물들을 적당하게 잘라서 고명으로 얹은 후 비벼먹으면 맛 좋고 볼품있는 국수가 된다.

◇고기산적
고기가 귀하던 시절에는 고기산적이 남아돈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그러나 고기가 흔해진 탓인지 먹다둔 산적이 몇날며칠 냉장고 안에 남아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막 구웠을 때는 그리 맛있는 쇠고기 산적도 일단 한번 식은 것을 다시 데우면 너무 딱딱해져서 먹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너무 딱딱해서 먹기 어려운 경우라면 데워서 먹으려고 애쓰지 말고 차라리 곱게 다지거나 커터에 갈아서 지퍼백에 잘 펴서 담은 후 냉동 보관해둔다. 이렇게 해두면 다진 쇠고기를 볶아서 냉동해두는 것과 쓰임새가 같다. 비빔밥이나 떡국의 고명으로, 주먹밥이나 김밥의 속재료로, 쓰임새가 아주 크다.
또 마땅한 국물이 없을 때는 국물요리로 변신시켜보자.
고기산적을 잘게 썰어 물을 붓고 끓여본다. 산적은 간장과 설탕 등으로 양념이 되어있기 때문에 물을 붓고 끓이면 보통 쇠고기 국물처럼 개운한 맛의 국물은 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스끼야끼같이 달달한 맛의 전골 육수로는 그런대로 쓸만하다. 잘게 썰어서 국물을 낸 후 배추나 양파 파 고추 같은 채소와 당면이나 우동면 같은 국수를 넣고 끓이면 100% 만족스런 국물요리라곤 할 수 없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한 전골이 된다.
또 산적고기에 물을 붓고 푹 끓여 부드러워지면 간장을 조금 넣어 조려본다. 그냥 덥히는 것보다는 훨씬 먹기 좋은 조림이 된다.


◇생선적
지방에 따라 차례상에 오르는 생선의 종류나 마릿수가 다 달라, 어느 곳은 남는 것이 전혀 없지만 어떤 곳은 남아돌기도 한다. 남아도는 생선적은 어떻게 할까?
우선 조기라면 국물을 조금 붓고 파 마늘 고춧가루 후춧가루 깨 참기름을 얹어서 조기찜을 해보자. 부드러운 맛이 그만인 찜요리가 된다.
찜이 싫으면 매운탕을 끓여도 맛있다. 서울의 아주 유명한 일식집은 생선매운탕을 끓일 때 일부러 한번 구운 것을 쓴다고 한다. 그러면 덜 비리면서 더 개운한 매운탕이 된다는 것이다.
차례상에서 내려온 조기를 그냥 데워서 먹으려고 애쓸 일이 아니라 매운탕을 끓여보는 것도 좋다. 단 조기 자체에 간이 되있기 때문에 평소 매운탕보다는 간을 싱겁게 한다.
가정에 따라서 도미를 상에 올리기도 하는데 도미가 남았다면 근사한 요리로 변신시킬 수 있다. 팬에 물과 고추장과 토마토케첩, 양파즙 설탕 물엿 맛술 등을 넣어 매콤달콤한 소스를 만들어 팔팔 끓인 후 여기에 도미를 넣고 간이 배도록 조려내면 아주 맛난 도미양념구이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말이죠, 이렇게 원고 써놓고, 전 귀찮아서 전찌개도 안끓이고, 나물김밥도 안 말았다는 거 아닙니까?!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귀차니
    '04.1.27 2:10 AM

    와~ 선생님, 감사합니다. 오늘 안그래도 냉장고안의 음식때문에 심난했었는데... ^^
    밥전이랑 매운탕으로 낙찰봤어요~ ^^

  • 2. 준서
    '04.1.27 2:27 AM

    준서 서울입니다.시차 때문인지 잠이 안와서 아들 잘자는지 본다고 올라 왔다가 살짝쿵!!
    명절 음식 버릴 수도 없고 골치인데 저는 전골로 정했습니다.

  • 3. 기쁨이네
    '04.1.27 2:47 AM

    오우~! 그냥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르네요.

  • 4. 깜찌기 펭
    '04.1.27 7:41 AM

    매운탕이 땡기네요~ 느끼한 전만 먹다보니 시원하고 얼큰한 매~운탕!!
    담번엔 꼭 해봐야지~ ㅎㅎㅎ

  • 5. didid
    '04.1.27 9:59 AM

    와우~ 이런 방법들이 있었네요. 이럴줄 알았음 남은 명절 음식 싸달래서 가져올걸 그랬어요. 처치곤란이라서 되려 싸준다고 해도 안 싸가지고 왔거든요. ^^;

  • 6. 꿀벌
    '04.1.27 10:07 AM

    올해 시댁에서는 새댁힘들다고 전을 안하셔서 명절에 몸은 편했는데
    막상 명절인데 전을 얼마 못먹으니 너무 서운하데요~
    지금도 선생님이 설날음식 재활용법이 잔뜩 올리셨는데도 못먹는 이내..심정 ㅋㅋ
    아무래도 냉동실의 동그랑땡이라도 오늘 데워먹어야겠어요^^

  • 7. 2004
    '04.1.27 10:16 AM

    호호, 샌님 저도 이글 봤어요. 시댁 가면서 기차 안에서요, 되게 반가웠는데
    그 순간 82에 글 남겨야지 했는데
    먼저 글 올리신 분이 계시데요 그래서 걍 말았습니다.
    우리 혜경님 어디까지 진출 하실지 기대 됩니다. ^^

  • 8. 카페라떼
    '04.1.27 1:55 PM

    명절음식은 재활용으로 멋지게 다시 탄생시킬수 있어요..
    재활용 할수 있는 음식이 나에게도
    많았으면 참 좋으련만...
    저는 제가 먹을것도 없어서 너무 아쉬워요...

  • 9. 아프로디테
    '04.1.28 8:55 AM

    며칠전에 티비에 어느 개그맨이 나와서, 나물 김밥 만들던데
    선생님이 쓰신 글 읽었나보네요,,,
    좋은 아이디어라 했더만,,,,역시,,

  • 10. 쭈~
    '04.1.29 3:02 AM

    전 두부부친거 시어머니가 싸주셔서 마파두부 해먹었네요..
    탕국(홍합, 문어, 북어, 무우)은 제사 조기 넣구 매운탕 끓이고요..
    이제 보쌈용고기 선생님 레서피대로 조리는 일만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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