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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데코

손끝이 야무진 이들의 솜씨 자랑방

땅을 샀습니다.

| 조회수 : 6,464 | 추천수 : 110
작성일 : 2010-11-09 13:05:42
이거이...
리빙데코란이 맞는지, 줌인줌아웃란이 맞는지...
나름 82 죽순이인데 여지껏 그런 것도 구분 못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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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군이 태어나기 전부터 아기가 태어나면 주말농장에 가입하자.. 라는 얘기를
남편과 종종 했었어요.
아기에게 흙도 만지게 해주고, 맨발로 밟아도 보고, 새싹이 자라서 열매맺히는 것도 보면서
자연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알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그러다가 한달전쯤에 남편과 엄마가 저 없는 사이에 부동산 웹서핑을 하더니
나중에 집에 돌아온 저에게 집에서 30분 거리에 괜찮은 땅이 나왔다면서 그걸 살까..
하는 말을 하더라고요.




엥.............?  



말이야 자주 했었지만 갑작스레 땅을 보러가자고 하니 좀 당황하긴 했지요.
주말농장은 시에서 운영하는 것을 분양받을 예정이었고,
땅 사자.. 라는 말은 그냥 정말 막연하게 우리 나중에 그림같은 집 짓고 살자..
하는 식이었는데 말이죠.


정면에 보이는 두개의 전신주 사이의 땅입니다.
앞에 보이는 논자리는 아니고요, 그 아랫단의 땅이에요.




직접 가보니 농지로 잡혀있는 한 종중에서 내려오는 땅인데
유산으로 상속받은 여러명의 후손중에 한 분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져서 본인 몫의 땅을 내놓은거였어요.
그래서 다른 분들의 논과 밭 한가운데 느닷없이 한 부분만
외따로 줄로 표시가 되어있더라고요.




그런데 조건이 꽤 괜찮았어요.

길 바로 옆이어서 접근성도 좋고, 길 아래로 실개천도 흘러서 물 대기도 좋고,
바로 옆에 전신주가 지나가서 전기를 끌어올 수도 있고,
무엇보다 좋았던건 정확한 네모모양이라서 허투루 돌려지는 부분이 없다는 거였어요.
살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일단 집에 가서 더 얘기하자.. 하고 돌아왔습니다.






일단은..

1. 아시다시피 저희가 부자가 아니라서 아무리 작은 평수의 땅이라도 살 돈이 없어요.
2. 농지로 등록되어있는 시골땅이라서 대중교통으로는 갈 수가 없습니다.
3. 그 주변 땅이 모두 그 지역의 토박이분들 땅이던데 은근히 텃세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하지만 다른 생각도 들었어요.

1. 어차피 주말 농장도 분양받으려고 했으니 아예 맘놓고 쓰는 텃밭이라고 생각하자.
2. 만두군에게 자주 시골풍경을 보여줄 수 있겠다.
3. 무엇보다 만두군과 무언가를 가꾸고, 수확하고, 뒷마무리하는 과정을 앞으로 계속 하면서
우리가 누리게 될 말로 표현못할 가족애는 그 땅값을 넘고도 남을 것이다.

라는 거였어요.


그런데 정말 일이 되려고 그랬던지 문득 만두군 백일잔치와 돌잔치 때 받은
축하금이 떠오른 거였어요.
하나도 쓰지 않고 모아두었던터라 후다닥 셈해보니
얼추 '땅값 + 각종 등록비 + 세금'과 거의 맞아떨어지는거에요.
그래서 만두군에게 선물로 땅을 사주기로 했습니다.

물론 본인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그 땅이 농지인데다가 계곡 사이에 낀 아주 좁은 땅이라서 개발의 여지가 전혀 없어요.
즉, 땅값이 더 오른다거나, 건물을 올린다거나 할 일이 없다는 거에요.
그냥 우리 가족이 달라붙어서 봄부터 초겨울까지 이것저것 심고, 매만지면서
드라이브삼아 오가는 정말정말 친가족적인 공간이 될 뿐..

으흐흐흐흐...





그래서!!

그 땅을 샀습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만두군 앞으로 해주고 싶었는데
농지법 상 실제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취득이 허락됩니다.
또한 중,고생은 학교관련법상 농지를 소유할 수 없고요.
그래서 부득이하게 일단 만두 아빠 앞으로 해놓고 만두가 성인이 될 때 돌려주기로 했어요.


땅을 사서 기쁜 남편은
여기에는 뭐 심자, 저기에는 뭐 심자.. 등 구상을 했습니다.
잘 되려나요... 히구~.






만두가 생후 2달여 지난 후 태변흡입증후군 완치 판정을 받던 날입니다.
건강하게 자라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내년부터는 저희도 텃밭에서 무언가 복닥거릴 수 있게 되었답니다~.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홍앙
    '10.11.9 1:16 PM

    추카 추카합니다. 내년에는 풍성한 수확물로 만나길 바래요~~~~~~~

  • 2. 라이
    '10.11.9 2:06 PM

    만두군은, 아주 휼륭한 엄마 아빠를 가진것 같습니다~!
    땅 사신거 축하 드립니다~!
    그 땅에서 행복함이 퐁퐁 솟기를요~~~^^

  • 3. 이층집아짐
    '10.11.9 3:23 PM

    축하드려요!!
    그럼 만두군이 지주고, 엄마 아빠가 소작인? ㅋㅋ
    이것저것 많이 심어서 만두군에게 건강하고 만난 먹거리 많이 해주세요. ^^

  • 4. 훈연진헌욱
    '10.11.9 4:53 PM

    하하하 태어났더니, 벌써 지주에다가 변심걱정 없는 소작인까지 둔 만두군은 진정 실력자 !!!

    아빠품에 안긴 아가모습이 너무 너무 예쁩니다. 모든걸 오롯이 아빠에게 맞긴 저 자세...
    애기 안고 재울때 힘들어서 울던 그시절이 그리워질줄이야..그땐 미처 몰랐답니다.

  • 5. 단추
    '10.11.9 5:57 PM

    만두는 진정한 능력자...
    아부지랑 시국대화도 나누고 아부지, 어무니를 소작인으로 부리는 최연소 지주....
    만두야...
    내가 너를 처음부터 좋아했다니까.

  • 6. 미모로 애국
    '10.11.9 10:52 PM

    홍앙님 // 허억... 저흰 재주가 없어서 향후 3-5년간 수확은 기대하지 말자.. 생각중인데
    어쩌지요? 와서 도와주실랍니까?

    라이님 // 사실 아직도 땅을 샀다는 것이 실감이 잘 안나요. 헤헤. ^^;;

    이층집아짐님 // 전 언제쯤 아짐님의 오픈 마켓에 갈 수 있을까요. 흑.
    지방도 한번 뛰어주시와요.
    저희 지주님께서는 아직 한번도 저 땅을 본 적은 없습니다.
    가는 길에 늘 잠이 들어버려요. ㅋㅋㅋ

    훈연진헌욱님 // 정말 그때가 그리워지나요? 전 아직도 한번씩 숨고르기를 해요.
    하긴, 만두보다 어린 아기를 보면 엄청 이쁘긴하더라고요. 으하하핫.

    단추님 // 오오~, 단추님, 예지력 있으셨어용.
    엄마아빠도 보지못했던 만두의 능력을 이미 읽으셨다니.. ^^

  • 7. 살림열공
    '10.11.10 7:18 PM

    축하합니다. ^^
    두 분의 만두군에 대한 깊은 사랑이 느껴집니다.
    그리고...지나고 보면 정말, 아기가 저만할때가 부모도 가장 젊었을때 같아요.

  • 8. 예쁜꽃님
    '10.11.10 7:30 PM

    축하합니다
    정말 만두군의 무한한 사랑이 느껴 집니다
    혹 일손이 부족하심 콜 하세요
    달려달려 갈게요
    행복 만땅 사랑만땅!!!

  • 9. 민제
    '10.11.10 8:56 PM

    ㅎㅎㅎ
    닉네임이 얼마나 이쁘던지..제 머릿속에 콕 박혀계시던 분입니다.

    어딘가에 내땅이 생긴다는 거...
    음..
    내집만큼 푸근할 거 같아요.

    거기에 심는 게 그 무엇이 되었든 언제나 님 가정에 자잘한 행복들을 안겨다줄 것입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 10. 홍앙
    '10.11.11 9:54 AM

    미모로~~님 물질적인 풍요가 풍성함이 아니라 한 움큼의 수확물이라도 얼마나 푸짐할까 하는 생각이라는.........

  • 11. 미모로 애국
    '10.11.11 12:11 PM

    살림열공님 // 남편이 아기 자는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나중에 말 안듣는 '나쁜 청소년'이 되면 땅 안준다고 뭐라 하네요. ㅋㅋㅋ

    예쁜꽃님 // 정말 와주실 수 있으세요? 저희 정말 일손이 부족하거든요.
    사람도 부족하고, 실력도 부족하고, 능력도 딸리고.. 난리났어요. ^ㅁ^

    민제님 // 예전에는 남편이 어디 드라이브 갈까? 하면 그럴까, 그런데 어디로 갈까? 했는데
    요즘은 우리 땅이나 보러 갈까? 라고 해요. 정말 좋더라고요.

    홍앙님 // 옷. 그렇게 깊은 뜻이 담겨있었군요.
    전 산세베리아도 죽여버리는 저주받은 손이라서 무척 겁내고 있거든요. ^^;;

  • 12. 열쩡
    '10.11.12 3:31 PM

    농사, 큰 욕심 안부리면 얼마든지 수확의 기쁨 누리실 수 있어요.
    (땅값, 모종값, 노력값, 이런 본전 생각은 멀리 던져두신다면 ㅎㅎ)
    축하합니다. 저도 사고 싶네요. ㅎㅎ.

  • 13. 캐롤
    '10.11.14 11:50 PM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우리 땅이나 보러 갈까? 완전 부러운 대화입니다.
    근데 땅 일부가 저수지인가요?

  • 14. 내맘대로
    '10.11.16 11:01 AM

    축하해요. 저두 30분이내는 도저히 경제사유로 불가능하고
    1시간 이내로 지금 알아보는중입니다.

    돈이 없어 농지만 사두고. 우선 컨테이너 중고라도 하나 가져다 놓을껍니다.
    6평이하 농막은 건축법 적용을 안받거든요.
    정말 정말 부럽습니다.
    저두 2011년중으로 하나 잡아서 여기 자랑할수있었으면 좋겠어요.

  • 15. 미모로 애국
    '10.11.18 11:52 AM

    열쩡님 // 아. '본전'에서 숨이 콱 막힌다는.. ㅋㅋㅋ

    캐롤님 // 저수지는 아니고요, 양 옆이 논이어서 비닐을 두껍게 깔고 그냥 받아놓은 거래요.
    원래 전부 논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희는 '답'으로 받아서 없애도 상관없어요.
    안그래도 요즘 주말이면 우리 땅보러 갈까? 라는 농담을 한번씩 합니다. ^^;;

    내맘대로님 // 저희가 아주아주 지방에 살아서 가능한 가격이었어요. ^^;;
    저희도 컨테이너 중고로 들여놓고 싶은데 중고도 기백만원정도 하더라고요.
    운반비도 만만치 않고요. 어찌해야하나 고민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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