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때 만나서 그 아이가 대학 3학년이 되도록 성장을 지켜보고 있는 여학생이 있습니다.
지난 해에는 교환학생으로 독일에 가기 위해 독일어 공부를 시작했다는 말을 들었어도 추억의 언어이긴 하지만 (고등학교때 독일어를 했고
대학원 시험에서도 독일어로 제 2 외국어를 했으니까요. 다만 시험에 패스하기 위한 언어여서 지금처럼 독일어를 소리로 듣는 일은 생각도
못하던 시절이었답니다. )
이제 다시는 독일어와 인연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렇구나, 떠나기 전에 독일어를 하게 되었구나 그런 생각만 하고 말았는데요
그녀가 다시 독일로 공부하러 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한국에서 독일어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지요. 선생님이랑 함께
공부하면 효과가 클 거라는 말을 듣고도 귓등으로 흘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서 생겼습니다. 새롭게 만나서 함께 공부하게 된 한 남학생이 유독 독일에 관심을 갖고 있더군요.
책도 유일하게 독일에 관한 것만 보고 언어도 독일어에 흥미를 보이고요., 다른 친구들이 스페인어나 일본어 하는 것을 보더니
독일어를 하고 싶다고 하기도 하고요. 잠깐 기다려보라고, 네가 독일에 대해서 한 달 이상 계속 관심을 보이고, 정말 할 의사가 있다면
그 때 선생님이 생각해보겠다고 했지요.
그리고 또 한 사건?은 목요일에 함께 공부하는 멤버의 아들이 피아노로 독일 캠프에 갔다가 그 곳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요. 그러니 만약 그 아이가 유학을 가면 엄마가 아무래도 왔다 갔다 해야 하니 독일어를 공부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고요.
갑자기 여기저기서 독일어 이야기를 듣다보니 제 안에서 슬그머니 독일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제 가족들이 모이고 나서, 일산으로 돌아오는 길, 다른 식구들은 먼저 일산으로 가라고 한 다음, 서울 시내로 나갔습니다.
마음에 담고 있던 영화 한 편을 보려고 한 것인데 시간이 조금 난 김에 영풍문고에 혹시나 해서 들러보니 문을 열었더군요.
입에서 톡 독일어를 구했습니다. ( 결국 이런 저런 사연으로 독일어를 그 여학생과 함께 해보기로 마음을 정한 것은 토요일 밤
만나서 이야기하다가 그렇다면 둘이서 한 번 토요일이나 일요일 아침에 만나서 조금 쎄게 공부해보기로 하자고 정했거든요 )
역시나 구관이 명관이라고 (이것이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 오래 전이라도 이미 공부했던 언어라서 프랑스어를 처음 시작했을 때
의 고생과는 비교가 되지 않더라고요 . 돌아오는 지하철속에서 휘리릭 넘기면서 기본적인 것을 본 다음, 보람이에게 부탁해서 mp3
파일에 소리를 넣고 나니 (최근에 나온 책은 소리만이 아니라 강의도 녹음이 되어 있어서 여간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서울
오고 가는 길에서도 독일어만 듣게 되는 , 마치 어린 아이가 막 새로 생긴 장난감에 흥미를 보이는 현상이 내게도 일어나서 혼자
실소를 짓고 말았습니다.
왜 이렇게 언어에 관심을 기울이는가 누군가 그렇게 물으면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군요. 언젠가 철학책을 독일어로 읽어보고 싶다
이것은 너무 요원한 이야기이고, 지금은 독일어로 어린이용 음악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가
궁금하기도 하고, 현대사에 관한 글을 어린이용 역사책으로 읽어보고 싶기도 하고요.
막 시작한 공부를 이렇게 떠벌리는 것은 막 시작한 것이므로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초대하기 위한 것입니다.
혼자서, 둘이서 하는 것보다는 역시 여럿이서 격려하면서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니까요. 일단 둘이서 해나가면서 방향을 잡아보고
그 다음에 장을 열어보는 것이 좋겠지요? 그래도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이 두렵지 않고 설레는 것을 보니 그동안 내공이 조금은 생긴
모양이라고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