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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코시 2탄--- 나, 코시 일기

| 조회수 : 1,803 | 추천수 : 0
작성일 : 2011-09-09 17:34:07

바보 코시

 

 

한밤 중에 아내가  깨는 바람에 덩달아 잠을 깼다.

아내는 화장실에 가고 따라 일어난 나는 목이 말라 주방으로 갔다가

놀라 뒤로 넘어갈 뻔 했다.

싱크대 구석에 있는 전자레인지 뒤에서 시커먼 쥐가 한마리 쓰윽 나와 펄쩍 펄쩍 튀더니

냉장고 뒤로  후다닥 숨는 것이었다.

너무 놀라 나는 허억하고 뒤로 물러서면서  미친듯이 뛰는 가슴을 진정 시키려고

숨을 고르는데 화장실에서 나온 아내가 왜그러느냐고 묻는다.

본대로 얘기하면 아내도 충격받을 것 같아서 나는

침착하게 돌려서 말을 하려는데 꽉 잠긴  말이 목구멍을 넘어오지 못한다.

<믹믹..믹키 마우스가...> 까지만  겨우 목구멍에 올려놓고,

< 집..집안에 들어왔나봐...>는 턱을 떨며 입모양으로만 떠듬떠듬 말했더니

아내가 <난 몰라 >하고는 잽싸게 안방에 들어가면서 문을 쾅 닫는다.



솔직히 남자로 태어난게 원망스러운 순간이었다.

고백컨데 나는 세상에서 쥐가 제일 무섭다.

건드리면 물컹한 그 느낌 때문에 집게로 죽은 쥐도 집어들지 못한다.

그런데  그 무섭고 징그러운 쥐가 집안에 들어와 있고

남자인 나에게 임무가 주어진 것이다.



나는 바깥으로  쫒아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거실문을 활짝 열어놓고

손에 잡히는 대로 진공청소기를 돌리면서 냉장고를 쾅쾅 두드렸다.

그런데 그 쥐가 열린 거실문을 통해 밖으로 튀었으면 서로에게 쉬웠을텐데

유감스럽게도 냉장고 밑에서 튀어 나오더니 거실을 가로질러 소파밑으로 숨어버렸다.

그 넘도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당황했는지 활짝 열어둔 문을 보지 못하고

당장 숨을 곳만 보이는 모양이다.

여름 밤 열린 문으로  나방이랑 딱정벌레가  얼씨구나 날아 들어와

그야말로 파티를 벌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문을 닫고 용감하게 쥐와 맞서기로 했다.

근데 뭘로 맞서지? 진공청소기로 쥐를 빨아들일 수는 없는지라

마당에 나가서 내 키보다 큰 대나무 막대를 하나 주워가지고 왔다.

내가 소파 위로 올라가서 펄쩍펄쩍 구르며  막대기로 소파를 탁탁 두드리니

쥐가 놀래서 튀어나와 다시 냉장고 뒤로 숨는다.

땀을 뻘뻘 흘리며 냉장고와 소파 사이를 오가는 상황을 몇번 반복하다가

밤새도록 이럴 수는 없다 싶었는데   묘안이 떠올랐다.

(그래... 코시랑 협공을 하면 쉽게 잡을 수 있는데...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지...)

나는 즉시 마당에 있는 코시를 불러 들이고 역할을 분담했다.

내가 몰이꾼을 할테니  너는 사냥꾼을 하라구...알았지!



코시는 집안에 들어서자 마자 상황을 파악하고  사태를 장악했다.

(역시 사냥개는 다르군...ㅎㅎ 진즉 불러 들일걸...)

코시가 소파 밑에 코를 박고 소리를 지르며 꼬리를  흔드는데

얼마나 격렬하게 흔드는지 엉덩이가 같이 흔들린다.

엉덩이 춤을 추며 기쁨에 겨워하는 모습을 보니

아마 코시는 소파밑의 저 쥐와는 이미 초면이 아닌 모양이다.





결국 내가 막대기를 탁탁 두드리며 쥐를 몰아붙이자

쥐가 겁을 먹고 다시 냉장고를 향해  튀고,  기다리고 있던 코시가

앞발로 보기 좋게 한방 먹여  상황 종료~

이게 내가 원헸던 시나리오였다.

유감스러운 것은 쥐가 이 시나리오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냥꾼보다 몰이꾼을 더 만만하게 본 쥐는  나를 향해 달겨들었고

깜짝 놀라 펄쩍 뛰는 내 다리 사이로

쥐가 먼저 코시가 이어서 휙 휙 지나갔는데

마치 톰과 제리를 보는 것 같았다.

꽤많은 제리는 계단을 타고 이층 아이들 침실로 달아나고

톰이 신바람을 내며 바짝 뒤쫒아 따라가는데...

나도 화면을 놓치지 않으려고 후다닥 이층으로 쿵쾅쿵쾅 올라갔더니

맙소사~쥐가 잠자는 아이들 침대를 밟고 창문 커텐 뒤에서 어른거리는게 보인다.

아이들은 세상모르고 자고 있고...

그래...독안에 든 쥐는 아니지만 이제 방 안에 든 쥐다 싶어

나는 아이들을 조용히 깨워 내보내고 문을 닫아버렸다.

방안에 있는 은폐물은 침대 두개, 옷장 하나뿐.

나는 침대를 하나 세워서 공간을 확보하고 다시 코시와 작업에 들어갔다.



쥐가 뛰어 다니는 바닥을 맨발로  서 있으려니 발바닥이 오그라드는 것 같아

나는 침대위에서 대나무 막대기를 어슬프게 휘두르고

톰은 옷장에서 침대로 침대에서 다시 옷장으로 오가며 제리를 쫒아다니는데...

아마 한 시간 이상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던 것 같다.

완죤  땀에 젖은채  헐떡거리다가

나는 코시가 상황을 즐기고 있을 뿐 쥐를 잡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없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그리고 이대로 날이 샐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기쁨에 겨워 괴성을 지르며 쥐를 쫒아다니는 저 멍청한 녀석이

고양이가 아니라 개라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내가 한심해졌다.

문밖에서도 아이들이 잠을 못자고 쥐가 튀어 나올 경우를 대비해 나름대로

계단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있는 모양인데...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과감하게 코시를 내보냈다.

그리고  바닥에 내려서서 용감하게 막대기를 찌르고 휘두르기 시작했다.



상황을 빨리 종료하고 내일 학교가는 아이들을 재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의 무거운 책무가 어깨를 누르자 두려움이 사라졌다.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결국 톰과제리는 끝났다.



다음날 아침 아내가 미키마우스가 얼마나 컸던지 묻길래

나는 아주 작고 귀여운 녀석이었다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순전히 나의 희망사항이었지만...  



  

        

나 ,   코시 일기

 

어제 밤에 있었던 일인데요

베란다 유리문으로 보이는 주인님이 글쎄 진공청소기를 들고

거실에서 펄쩍펄쩍 뛰어다니고 있드라구요.

그런데 그 모습이 약간 부자연스럽고 우스꽝스러워 호기심이 발동했지요.

유리문에 두발을 걸치고 유심히 보니 글쎄 주인님이 쥐를 쫒아다니고 있네요.

( 아니... 쥐가 어떻게 집안으로 드러간거야?)

얼핏 보니 안면이 있는 넘이었습니다.

(저넘은... 요즘 내 밥을 훔쳐먹는 그 넘이네...)

나는 심심하던 차에 잘 됐다 싶어 즉시 꼬리를 흔들고 컹컹 짖으며

응원하였습니다.

(잡아라~~컹 컹~~잡아라~~멍 멍~~)

그런데 주인님은 왜 진공청소기를 들고 쥐를 쫒고있지?

진공청소기로 쥐를 빨아들일 수도 있는건가?

하여튼 주인님은 진공청소기로 냉장고를 쾅쾅 두드리다 쥐가 소파밑으로

달아나면 소파아래로 팍팍 질러대기를 반복하고있었지요,

(그러지말고 나를 불러~~내가 몰아줄게~~컹 컹~~)


잽싼 쥐가 냉장고밑에서 소파밑으로, 소파밑에서 다시 냉장고 밑으로

수없이 왔다갔다하고, 주인님의 진공청소기가 수십번 허공을 찌르고,

내가 앞발로 유리문을 수백번 두드린 뒤

드디어 나에게 지원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주인님은 나를 불러 들이고는 진작 불러들이지 않은 자신을 질책하는 것

같았습니다. (자신을 너무 책망하지마세여~~이제부터 내가 몰아줄테니까...

저넘은 독안에 든 쥐라구여~~)



나는 기꺼이 주인님과 한조가 되었고 바로 상황을 장악하였습니다.

솔직히 가슴이 우째그리 쿵쾅대던지...

고백컨대 나는 너무 기뻐 어쩔줄을 몰랐습니다.

집안에서 주인님과 쥐를 사냥하게 될 줄이야...

먼 먼 조상들로부터 나에게 전해진 사냥유전자가 나를 자극하고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몰이에 들어갔습니다.

소파밑에 앞발을 밀어넣어 쥐를 몰아내고 냉장고 틈새에 주둥이를 구겨넣어

으르릉대며 쥐를 압박하였는데 내가 이빨을 반쯤 드러낸채 으르릉대고 겁을주자

쥐는 공포에 질려 거의 제정신이 아닌 듯해보였습니다.

나는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여 쥐를 생포해도 될 정도로 몰아부쳤습니다.

남은 일은 내가 몰아준 쥐의 뒷덜미를 주인님이 손으로 잡던지 아니면

발로 살짝 밟아 생포하는 것인데...

그런데 사태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납득하기 힘들겠지만 주인님은 자기 코앞에 오는 쥐를 잡지않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이렇게 완벽하게 몰이를 해주는데 왜 잡지않는 거지?

주인님은 시간을 끌며 이 유리한 상황을 좀 더 즐기려는걸까?

정말 그렇다면 이건 쥐에게는 좀 가혹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지요.

한번은 소파밑으로 달리는 쥐를 차단하여 주인님에게로

몰아준 결정적인 찬스를 내가 만들었는데...세상에 이럴 수가~~

납득할 수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주인님은 쥐를 생포하는대신 공중으로 팔쩍 뒤어오르며 쥐와

나를 그대로 통과시켜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쥐는 이층방으로 도망가버리고...



황당하고 이해하기 힘든 얘기지만 펄쩍 뛰어 오르던 주인님의

얼굴에서 내가 본 것은 세상에~~거짓말같네요. 바로 두려움이었습니다.

그랬습니다. 주인님은 그 조그만 쥐를 무서워하고 있었던 겁니다.

쥐보다 백배 큰 나도 무서워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잊혀지지 않는 주인님의 얼굴에서 본 공포는 쥐가

나를 무서워하는 것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혹 주인님이 쥐보다 덩치가 백배나 큰 나도 무서워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주인님 어깨에 앞발을 걸치고 이빨을 살짝 드러내며 은근히

으르릉 거려보았다가... 제기랄...입냄새난다며 괜히 머리만 한 대 쥐어 박혔네요.


어쨌든 주인님과 나는 이층 방문을 봉쇄한채 다시 쥐사냥을 시작하였습니다.

내가 침대밑에서 장롱으로 장롱밑에서 다시 침대밑으로 몰이를 하는동안

대나무 막대기로 재무장한 주인님은 침대위에서 펄쩍펄쩍 뛰며 소리나 빽빽지르는

한심한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주인님~~내가 쥐를몰아주면 그 막대기로 탁 때려버리지 왜 침대위에서

소리만 빽빽 지르구 난리여유? 도대체 쥐를 왜 무서워하세유?

저건 괴물이 아니라 그냥 쥐라구요...컹~컹~)

아마 내가 쥐를 몰아부친게 한 시간 이상 된 거 같네요.

개발에 땀이 나도록 몰아붙쳐 주었건만 상황의 진척이 없자

주인님은 갑자기 나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내가 잘못해서 상황의 진척이 없는 것 처럼 말입니다.

뭐 바보코시? 차암 내~~ 어이가 없네요.

주인님은 나를 바보코시라고 핀잔을 주었고

나는 억울하게 내침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이번 사냥이 성공하면 나도 꼬리에 힘좀 주려고했는데

개발에 땀이 나도록 뛰었건만 나만 바보되고 말았네요.


내가 코앞에까지 몰아준 쥐도 못잡으면서 혼자서 쥐를

잡았을 리는 만무하니 아마 그 쥐는 무사히 밖으로 도망갔겠지요.

그래서 나는 오늘 일부러 밥그릇에 밥을 남겨둔채

그넘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잠든척하고 있습니다만 무슨 바쁜 일이 있는지

아직 나타나지는 않네요. 쩝~


 

쉐어그린 (sharegreen)

시골에서 농사짓기 시작한 지 13년입니다. 지리산 자연속에서 먹거리를 구해, 시골스런 음식을 만들어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곶감만든지 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프리스카
    '11.9.9 5:59 PM

    코시는 장난감 삼아 놀았나봐요.^^

    우리 진돗개 별이는 전에 살던 뒷마당에 지 집앞 지나가는 쥐를...
    남편이 두어 번 치웠다네요. 아마도 발로 탁 치나봐요.

  • 2. 쫀마리
    '11.9.10 8:51 AM

    코시의 말도 일리가 있군요...음..코시말이 맞는것 같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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