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노 공원의 서양 미술관에서 본 작품들이 많아서 한 번에 기록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래서 두 번으로
나누어서 소개를 하고 있는 중인데요 우선은 저 자신을 위한 기록이고 또 하나는 혹시 이 중에서 무엇인가에 마음이
끌려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들이 생길 수도 있고 그런 만남으로 인해 그림이나 조각, 혹은 어떤 장소나
화가에 대해서 관심이 생길 사람들이 있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도 하고요.
여행기를 쓰는 동안 여행은 제 안에서 다시 증폭되어 시간을 연장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끝났으나 아직 끝나지 않은, 그래서 동시에 두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듯한 묘한 착각이 있다고 할까요?
내일 가족여행으로 통영에 가느라 수업에 못 온다는 연락을 받고는 학부형에게 통영 사진 보여주실래요?
자연스럽게 부탁을 했습니다. 그쪽에서도 역시 물론 좋은 사진 보낼께요 선뜻 답을 보내주었습니다. 이런 공감
물론 저는 아직 통영을 못 보았지만 여러 사람의 눈으로 본 통영으로 인해서 통영에 간다면 가고 싶은 장소들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아마 여행기를 읽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탈리아 판화안에서도 시대의 변화가 느껴지더라고요. 시대의 변화, 시선의 변화,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들
변하지 않아서 좋은 것도 있지만 변화를 거부해서 사람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들도 있겠지요?
메디치 가문의 문장이 보이는 이 곳은 피렌체이겠지요? 피렌체에서 보낸 시간은 단 5일, 그래도 제겐 아주
깊은 각인이 박힌 시간이었습니다 .시대를 골라서 돌아가볼 수 있다면 고대 아테네, 르네상스 시대의 피렌체
계몽주의 시대의 파리, 그리고 영정조 시대의 조선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엉뚱한 생각을 하곤 하거든요.
어제 밤 사진을 보다가 피곤해서 중간에 그만두고 잠이 들었지요. 그래서 이 글은 이틀에 걸쳐서 정리하는
꼴인데 어제의 잔상이 남은 덕분이기도 하고, 화요일 모임에 정기적으로 모이는 몇 사람이 결석하기도 해서
오늘은 두 명의 화가를 읽은 다음 르네상스 시대의 사회 경제적 토대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이런 파격도
재미있는 수업이었지요.
살아 생전에 신과 같다는 찬사를 받았다는 미켈란젤로, 그런데 그는 조카가 조각가 미켈란젤로라는 이름으로
편지를 보내는 것을 싫어했다고 하더라고요. 조각가가 당시에 사회적으로 그다지 명망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었겠지요?
자신이 조각가이고 신처럼 숭배받아도 그저 미켈란젤로 부오나르티로 불리길 원했던 그 시대 상황이 스며오는
발언이었습니다. 마침 조카와 주고 받은 편지를 원본 그대로 이 미술관에서 볼 수 있어서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도록에 수록된 일본어를 낑낑대면서 읽고, 다시 보던 시간이 아련하네요.
미술시간에 세계사 공부하기 이런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티치아노의 그림속에 나타난 카를로스5세를 소재로
해서 합스부르크 가문에 대한 소개를 하는 글을 읽고 그 책에 흥미를 느낀 유은씨, 책을 빌려가서 오늘 들고 왔더군요.
자신이 만약 이사무 노구치에 대한 이야기를 카톡에서 읽지 않았더라면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등장한
노구치란 이름을 그냥 스치고 지났을 텐데 한 번 들은 이름의 효과가 있더라고 이야기해서 웃었지요. 귀로 한 번
눈으로 한 번 듣고 나면 그냥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
그 시간에 읽은 캄피돌리오 광장, 오늘 읽으니 다들 그 광장에 대해 반응을 해서 다시 도판을 꺼내 광장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들에 관심이 있어서 함께 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일상을 함께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제겐 일상의 축복이라는 생각을 매일 하게 되네요.
국립 서양 미술관의 조각들, 다시 보아도 반가운 모습입니다.
세 시간 가량 이 곳에 있었더니 슬슬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고. 역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서요
구내 레스토랑 스이렌, 무슨 뜻인가 했더니 수련이 일본어로 스이렌이라고 합니다. 이 곳의 모네 콜렉션이
유명한데 레스토랑 이름도 거기에 맞추었더라고요. 오무라이스를 맛있게 먹으면서 바라본 풍경, 이미 태풍은
지나갔는지 비가 그쳤습니다. 오늘 하루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천만다행이네 안심하고 커피와 더불어
한참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작년 이 시기에 왔을 때는 저녁이라 그 공간에 대한 상상으로 대치했던 곳이라서요
기운이 나니 다시 한 번 미켈란젤로 전시장에 가 볼 힘이 생겨서 이번에는 그냥 떠나기 아쉬운 작품 위주로
둘러보고 다음 장소를 향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