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내내 있었던 국립 서양 미술관에서 이제는 충분하다고 느끼고 밖으로 나오니 실외에 있는 조각을 그냥
지나치고 나갈 순 없는 노릇
태풍이 언제였나 싶게 날씨가 좋아져서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중국어로 이야기하는 한 가족이 함께 구경하기도 하고 따로 구경하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더라고요.
중국인 가족이라고 말하고 나니 어제 처음으로 위안화를 구입한 일이 기억나는군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중국 여행을 가고 싶다고 생각해서 (월요일 사기열전 수업을 하다보니 중국이 가깝게 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
라고요. 그래도 역시 우선순위에서 밀려 언제 떠날 수 있는지 장담할 수 없지만 관심이 생기니 책 살 돈에서
조금 떼어내 아주 조금이라도 위안화를 장만해야지 하고 불쑥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한 발 내딛었다는 것의
상징성, 제 나름의 결심 그런 거창한 명분을 달지 않아도 그런 실제적인 액션이 그 다음에 무엇과 연결될지
기대가 되네요 ) 은행 갈 일이 있을 때 시도해본 것인데요 창구에서 환전해주는 분이 중국 언제 가세요?
물어보네요. 기회 있을 때 가려고 워밍업으로 조금 사는 것이라고 하니 그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웃더군요.
단테의 신곡,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그리고 로뎅의 이 문, 이렇게 한 사람의 상상력이 변형되어 수용되는 것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여기까지는 입장료 없이도 들어와서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혹시 우에노에 가실 일이 있는데 미술관까지
들어갈 시간이 없다면 이 곳에 들어와 조각만 만나고 갈 길을 계속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요?
같은 조각이라도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이제 정말 떠나려고 하는데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 그녀가 한 장의 그림으로 보이길래 한 컷,
이 전시는 일본에 가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것인데요 지하철역의 게시판에서 홍보를 하길래 관심이 갔습니다.
더구나 이 절은 아주 오래 된 절이라서 무엇을 들고 와서 보여줄 것인가 기대가 되기도 하고 겨울 여행을 미리
앞당겨서 체험한다는 느낌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글에서만 읽었던 하쿠호시대라는 말이 실제로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이 학교가 우에노에 있다는 정보만 있는 상태에서 무작정 학교처럼 보이는 곳을 찾다가 만난 조각입니다.
학교인가 하고 갸웃거리고 있었는데 발견한 것이 도쿄도 미술관, 그런데 그 곳에서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온
지중해 4000년 유물전을 하고 있더라고요.그 때만 해도 또 루브르인가? 무심코 넘어갔습니다. 우선 도쿄 예술대학을
찾는 일이 우선이니까요. 찾는 과정에서 만난 것이 오래 전 우에노에 있었던 도쿄 음악대학의 실기실 건물이었습니다.
아니, 이것은 순정반짝이란 일일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다녔던 학교네,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보존을 위해서 문을 열지 않는다고요. 갑작스런 추억에 잠긴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음악을 마음에 품고
이 곳을 드나들었을 젊은 청춘들을 상상해보기도 하면서요.
역시 특별전이라 사진 촬영은 금지, 그런데 한가지 크게 깨달은 것은 제가 불교에 대해서 불교 미술을 제대로
보는 일에 대해서 배움도 공부도 소홀히 한 것이 결국 이런 전시에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는 것입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아침에 본 전시와 얼마나 다른 감각으로 보고 있는가, 마음 시리게
느낀 시간, 그것이 자극이 되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조금은 다른 자세로 불교 미술에 대해서 읽게 되더라고요.
역시 이 곳도 특별전시중이라 상설전은 없다고 하네요. 생각보다 불상등 전시품이 적어서 두 번을 둘러 보고 나서도
조금 여유가 있었습니다 . 그래서 학교 안을 한 바퀴 돌았지요. 교정안에는 발자크 상이 있더라고요. 로뎅이 궁금하지만
파리까지는 갈 시간이나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겐 우에노가 딱이네요. 얼마나 로뎅의 작품이 많은지 여기가 일본인가
프랑스인가 헛갈릴 정도로요.
오전 오후를 우에노에서 보내고 그 다음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아사쿠사입니다 작년에도 못 가보았고
다른 날 일부러 가게 될 것 같지는 않고, 마침 우에노에서 그다지 멀지도 않고요.
지하철 타러 가는 길에 만난 국립 박물관 다음 특별전을 알리는 간판을 보았습니다. 상해박물관에서 무엇이
올까 공연히 혼자 상상을 하게 되는 시간, 한국에서도 중국의 다양한 전시를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하게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