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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에서의 하루- 국립 서양 미술관

| 조회수 : 1,006 | 추천수 : 0
작성일 : 2013-09-29 11:51:32

 

월요일은 보통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휴관하는 날입니다. 그래서 처음 여행 계획을 잡을 때 생각한 것은

 

월요일에 문을 여는 모리 미술관. 그리고 낮에는 지난 가을에 못 갔던 대학교나 공원, 진보초의 책방등을 보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현지에 가보니 월요일에 휴일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당연히 지금 미켈란젤로를 볼 수 있는 곳에서

시작해야지 방향을 수정했습니다. 문제는 아침 일찍 움직이고 싶어도 태풍이 오고 있다는 방송이 계속이라서

 

우에노 공원을 산책한다든지 하는 계획은 아무래도 취소할 수 밖에요. 그래서 방에서 전 날 밤 북 오프에서 산

 

일본어 책을 조금 읽은 다음, 집에서 들고간 아트 도쿄를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국립 서양 미술관과 도쿄 예술 대학

 

미술관에 관한 것을요. 오늘 가고 싶은 두 곳이 바로 그 곳이라서.

 

빗속에 짐을 최대한 가볍게 하려고 카메라도 두고 간 날, 나중에 생각해보니 조금 고생스럽더라도 카메라를 들고

갈 걸 싶더라고요. 그러니 우리가 선택하는 것들이 사실 일주일후, 혹은 한참 시간이 지난후에 보면 그 때

 

왜 그렇게 생각했을꼬, 왜 그런 선택을 했지? 하고 후회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 것일까요? 생명에 지장이 될

 

정도의 큰 결정이 아니라해도 그렇게 크고 작은 결정속에서 나중에 후회하고, 아파하는 일들을 줄일 수 있다면

 

싶다가도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사람이 아닐까 이렇게 위로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네요.

 

오늘의 첫 전시는 바로 이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많은 작품중에서 왜 포스터로 이 작품을 고른 것일까

 

이 여성은 누구일까 하는 의문은 전시를 다 보고서야 풀렸습니다.

 

고맙게도 이 날 바로 이 전시도 하고 있었습니다 .이 미술관을 설계한 르 꼬르비지에, 그의 특별전이 있다는

 

소식이네요. 표를 사려고 줄을 서는데 아기를 업은 젊은 엄마가 빗속을 뚫고 조금 큰 여자 아이들 세 명과 (아마

 

이 아이들은 친구인 모양이더라고요. 그러니 딸을 위해서 온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보고 싶어서 아이를 들춰 업고

 

휴일 날 딸아이와 다른 친구들과 동행해서 온 것인가 갑자기 제 머리속에서 소설 한 편이 완성되는 기분이 드는

 

출발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기획전중에 이탈리아 판화전이 있네요, 그렇다면 오늘 이 세 전시를 보고 상설전의 작품들을 조금 더 보면

 

오전이 다 가겠구나, 욕심을 버리고 오전에 서양미술관, 오후에 도쿄 예술 대학 미술관 이 전시를 보고 나서

 

몸 상태를 생각해보고 그 다음 일정을 정하자 이렇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전시회가 시작되기 전에 도착했으므로 지난 번 가을에는 밤에 도착해서 시간이 모자라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미술관의 구석 구석을 돌아보았지요. 바로 여기가 르 꼬르비지에의 의자가 있는 곳이라는 전설의 공간, 긴 의자에

 

누워 보기도 하고, 스크린을 통해 소개되고 있는 미술관 설계에 얽힌 일화도 보았습니다.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나란히 늘어선 잡지들도 뒤적여 보고 싶지만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어서요.

 

이 공간은 다음을 위해 마음속에 담아 두고, 사진속에 봉해 놓고 말았습니다.

 

처음 이 전시에 대해서 알았던 것은 일본에 다녀온 머라여님이 정성스럽게 꾸며서 전달해준 연두색 화일을 통해서

 

였습니다. 그 안에는 일본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를 소개하는 다양한 포스터가 들어 있었지요. 화일 자체에도 감동했지만 가을에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전시 일정을 알게 되어서 도움이 크게 되었습니다. 나도 다음에 여행 가면 뒷

 

사람들을 위해서 그렇게 화일을 만들어 전해주어야지 했지만 지금 가득 쌓여서 봉투에 들어 있는 팜플랫을 정리할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것을 보면 다음 먹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 사이의 거리란 얼마나 먼 것인지요!!

 

미켈란젤로, 로마,피렌체, 밀라노에서 그의 작품이라면 거의 다 보았는데 그렇다면 이번 전시에 특별하게 비중을

 

둘 만한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차라리 순서가 바뀌어 이미 봄에 끝난 라파엘로 전이 가을이었다면 더 좋았으련만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했던 그 때가 떠오르네요. 그러나 특별전을 준비한 큐레이터들은 제 이런 일천한 생각을

 

한 방에 날려버렸습니다.

 

시스티나 예배당을 카메라 네 대로 담아서 스크린에 비추어준 시간은 마치 시스티나의 천지 창조속으로 우리를

 

직접 데려가는 듯한 효과를 내더라고요. 바티칸의 시스티나 예배당에서 보았던 때보다 더 실감나게 그 그림속으로

 

들어가보는 경험과 최후의 심판 스케치가 아주 다양하게 전시된 것, 이 두 가지 만으로도 이번 전시는 족하다는

 

말이 모자라는 경험이었습니다.  더구나 미켈란젤로의 친필로 쓴 다양한 편지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하나 둘

 

알만한 글자를 짚어가면서 조금은 읽어보는 시간도 즐거웠지요.

 

한 번 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서 물었습니다. 이 표로 다시 한 번 들어올 수 있는가요. 당일에 한해서

 

한 번 더 들어오는 것은 허용이 된다고 하네요. 표를 잘 간직하고 그 다음에 간 곳이 르 코르비지예 특별전, 이

 

곳에서는 건축가로서의 그보다는 당대의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성장하는 화가로서의 한 인간을 만난 자리였습니다.

 

덕분에 피카소를 비롯한 당대의 화가들 그림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아주 다양하게 보았는데요 그 중에서도 브라크

 

후안 그리등의 그림과 르 꼬르비지에를 찍은 한 사진 작가의 사진에서 눈을 떼기 어려운 경험을 하기도 했어요.

 

특별전을 하느라 공간을 많이 비워서 상설전의 그림들은 얼마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최근 구입작품

 

들이 전시되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미술관에서는 지금도 그림을 구입하는 모양이구나, 그 중 하나가 티치아노와

 

그의 공방에서 그린 그림이었습니다.

 

한 시대의 시대정신이란 한 사람의 삶에 뿐만 아니라 제도와 문화에 얼마나 깊은 흔적을 남기는 것일까요!!

 

한 시대라고 해도 중세는 거의 1000년, 그러니 골수 깊숙히 박히는 것들이 무수했겠지요? 미술관에 갈 때마다

 

시대와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네요.

 

이 곳 미술관의 콜렉션중에서 인상파 그림들도 좋은 작품이 많지만 기독교를 소재로 한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도

 

여럿이어서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이 곳 그림들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습니다.

 

이 작품이 바로 새로 구입한 작품이더라고요. 홀로페르네스를 죽이는 유디트 그림을 예상치 못한 화가의 그림으로

 

만난 것이지요. 이 소재로 그림을 그린 사람들의 작품을 한 방에서 보는 날이 올 수 있을까? 한국의 어떤 큐레이터가

 

이런 작업을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엉뚱한 생각에 빠져들기도 하고요.

 

그림을 보는 순간, 누구로구나 명패를 보지 않아도 자기를 증거하는 화가들, 그 중 한 명이 엘 그레
꼬이지요. 상설전의 전시중에서 만난 반가운 그림이었습니다. 소재가 반가운 것이 아니라, 엘 그레꼬 특유의

그림을 보는 것이요.

 

이제 이탈리아 판화전과 다시 한 번 미켈란젤로 전 보러 가는 것만 남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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