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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 교실, 드디어 도움의 손길이

| 조회수 : 1,726 | 추천수 : 8
작성일 : 2011-08-15 09:38:14


  
  2010년 겨울의 일입니다, 함께 영어를 공부하던 한 남학생이 말을 꺼냅니다.

자신은 스페인어를 공부해서 코엘료의 소설을 스페인어로 읽어보고 싶다고요. 스페인어?

사실 스페인어를 불어가 조금 가능해지면 언젠가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이었습니다.

물론 그 때는 언젠가였지요. 일본어로 책 읽기가 조금은 편해지고 있던 때, 불어를 조금씩 다지고 있던 때라

스페인어를 당장 시작하는 것은 무리였으니까요. 그래도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음악운동에 관심이 가서

언젠가 그 곳에 가서 음악을 하는 사람들과 만나보고 싶다, 가능하면 그런 환경에서 오케스트라 (만약

어른들이 중심이 되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생긴다면 병아리 단계의 바이올린을 연습해서 소리를 맞추는

경험을 해보면 얼마나 좋으랴 하는 소박한 꿈이 있었고, 그 때 그 나라 사람들의 말로 소통하려면 스페인어가

꼭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중이라서요) 와 함께 하고 싶기도 하다고요.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당장으로 마음이 움직인 건 어린 남학생이 자발적으로 한 언어를 배워서 (그것도

당장은 현실적인 필요가 없어서 마음이 가기 어려운 언어를 )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는 너무 기특한 꿈에

끌렸기 때문이지요. 둘이서 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 않을까, 지속적으로 한다는 보장도 없고 그래서

혹시 스페인어 할 사람이 있나 넌지시 물어보았더니 의외로 참가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스페인어 교실, 처음에는 고등학교에서 스페인어과였던 두 명의 여대생이 도와주기로 해서

크게 도움이 되었는데 학기가 시작되자 월요일 수업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아이들의 시간표를

맞추자니 그래도 토요일 밤 시간이 가장 편했지만 그렇게 되니 여대생들은 참여가 어렵다고요.



자발적인 모임이라 수업료를 따로 지불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그래도 토요일을 희생하고 우리를 도와달라고

하기엔 어려운 형편이어서 그러면 우리끼리 머리 맞대고 해보자 하고 지금까지 진행중인데요

처음 시작한 책이 52과 짜리인데 반복하고 또 반복하면서 30과까지 해오는 도중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는 중입니다.  이런 저런 사연으로 못하게 되는 사람들, 중간에서 합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이런 조율을 거치느라 고생을 하기도 하지만 늦게 들어와서 부지런히 따라가는 어린 학생들을 보는 것도

크게 의욕을 증진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하고요.



문제는 기본 교재와 더불어 읽던 가우디에 관한 어린이 스페인어책인데, 늦게 합류한 아이들에게 이 책을

어떤 식으로 설명하면서 함께 읽을 것인지 대책이 서지 않아서 일단 쉬고 있는 상태인데요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큰 도움이 될 것인가, 그런 마음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여러 번 부탁을

했지요. 이렇게 진행되는 모임이 있는데 혹시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질문에 도움을 줄 사람이 있는가 하고요.

공개적으로 도움이 필요하다는 글도 쓴 적이 있지만 연락이 왔어요? 라는 질문은 여러 번 받았지만 구체적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연락은 아무데서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아침 , 강남 역사 교실에 가려고 집을 나서는데 문자 메세지가 뜨더군요.

끄세쥬의 아우라님이 보낸 메세지인데 아직도 스페인어 도와 줄 분을 찾고 있는가하고요?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연락을 했더니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만난 젊은 현직 여선생님이 계신데

실력이 좋고, 취지를 설명하니 긍정적으로 대답해주셨다고요. 연락처를 받고 지하철에 탔는데

생각이 그치질 않습니다. 끄세쥬의 아우라님 덕분에 제겐 불어라는 미지의 언어에 입문하는 것이 가능했었는데

이번에는 그녀를 통해 스페인어로 한 발 다가가는 티켓을 받다니, 얼마나 고마운 인연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드디어 오후에 통화가 되고, 이메일 주소를 받고 나니 실체가 생긴 기분이라고 할까요?

집이 서울이고, 학교 근무를 하는 분이고 하니 토요일에 와 주십사 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몰라서 헤맬 때 전화 통화하거나 이 메일로 문의가 가능한 분이 드디어 연결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희소식이라서 토요일 저녁에 함께 공부하던 아이들에게 알렸지요. 얘들아, 드디어 좋은 소식이 왔어라고요.



사람의 마음이 참 요상한 것이 토요일 수업 준비를 하는데 평소보다 더 책을 찾아서 보게 되고, 아이들과

보충으로 하는 프린트 만드는 일에도 더 힘이 들어가는 겁니다. 프린트 물을 3장이나 만들어서 이런 저런

대화구문을 첨가하고, 새롭게 외울 어휘도 다양하게 고르고 동사변화표도 쓰고, 이런 작업을 하면서 느낀 것은

희망이란 그 자체로 사람을 앞으로 나가게 하는 힘이 있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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