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서양 건축사 같이 보기2
이 제목은 서양 건축사 강사인 지혜나무님이 붙인 이름인데요, 그녀는 인테리어의 역사를 대학에서 강의하는
사람입니다. 지난 여름 우리들에게 서양 건축사를 강의해주면 어떤가 부탁했더니 흔쾌히 시간을 내주어서
아주 즐거운 목요일 특강이 되었답니다. 겨울에 이어서 2기 모임을 갖고자 했으나 그녀의 남편이 심하게 아픈
바람에 오랫동안 입원을 해야 했고 그 모임은 성사가 되지 않았지요. 그렇다면 이번 여름에 다시 특강을 해보자
그렇게 해서 2기 모임이 오늘 첫 만남이었는데 그녀는 강의자로서보다는 함께 보기에 더 방점을 찍고 싶어서
이런 이름을 정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일산에서보다는 오히려 서울에서 온 멤버들이 훨씬 많은 그런 모임인
것이 묘한 특징이 된 날이기도 했네요.

8월 첫 주 휴가철의 피크라는 그 주만 제외하고 5주에 걸쳐서 이어질 건축사 같이 보기,처음에는 20세기 후반
포스트 모던 건축까지 다 보겠다는 의도로 시작했지만 첫 강에서 이야기하다보니 해야 할 이야기, 보아야 할
건축 자료, (스크린으로 함께 보는 ) 여행이나 그 곳에서 살다 온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보태는 이야기
이런 것들이 흘러넘쳐서 도저히 5주로는 어렵겠다, 그렇다면 무리할 일이 아니라 각 주의 이야기를 조금 더
풍부하게 하고, 20세기 건축은 겨울에 또 하면 되지 않겠는가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건축사에 이어 사진사도 특강으로 하겠다더니 언제 다 하는가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우리들이 학위 논문을
써야 하는 사람들도 아니니 쉬엄 쉬엄 즐기면서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어차피 미술사와 건축사가 만나는
지점이 많으니 학제간 연구하는 것처럼 그렇게 통합적으로 보자 하는 의견이 결국 통과된 셈이지요.

영상자료를 보던 중 브라만테의 템피에토가 나와서 글을 쓰는 중에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로마에 갈 때 이 건축물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지리도 어둡고 보아야 할 곳도 많아서 결국은 돌아오고 나서야
기억이 나는 곳이었거든요. 바티칸 성당을 새로 지을 때 브라만테와 율리우스 2세가 오래 되어 낡고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구 바티칸 성당을 부수고 건축을 시작했다는 이야기, 그러면 브라만테는 그 이전에 어떤 건축물을
지은 사람인가 하면서 이 건물을 보여주던 순간, 앗 하고 떠오른 기억,

그렇게 깊숙히 묻혀 있던 기억도 , 지난 겨울의 따끈따끈한 기억도, 어렴풋하게 사라지던 기억도
서로 머릿속에서 경쟁하듯이 떠오른 시간, 더구나 재미있고 간결하게 지나간 건축사 정리가 있어서
흩어진 기억이 한 줄로 꿰어지는 즐거움도 있었답니다.
콘크리트를 이용하여 일단 고대 건축을 완성했다고 볼 수 있는 로마, 그러나 서로마의 멸망이후
중세는 성당의 시대가 되었고 로마의 바실리카를 원형으로 한 성당들이 지어지게 되지요.
그래서 지금도 무슨 무슨 바실리카라고 불리는 성당들이 있는 것을 밖에 나가서 건축물을 보다 보면 많이
만나게 됩니다.
고딕으로 통칭되는 성당은 (물론 로마네스크도 있지만 이렇게 하면 너무 복잡해져서요 ) 신에게 봉헌하는
공간이었다면 르네상스에 와서는 고대를 발굴하고 재해석, 재구성하는 사건이 있었다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피렌체가 하는 역할이 컸다는 것, 그 이유는 경제적인 역할도 있지만 비잔틴 제국의 멸망으로
많은 인재들이 이탈리아로 넘어 온 사건을 들 수 있는데요, 그 때 사람들이 몸만 온 것은 물론 아니겠지요?

르네상스는 그리스 로마의 시작적 효과에 고대,중세의 발전된 기술, 거기에 사라센과 비잔틴 장식 기법이
덧붙여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르네상스에서는 고대의 건축물이 지지대로 쓰인 것이 아니라 장식적으로
차용되었다는 것, 이것을 건축물을 예로 들어서 설명하는 부분이 제겐 제일 신선하고 아, 그렇구나
그래서 알베르티나 부르넬레스키의 건축물을 볼 때 고전적이지만 뭔가 다르다고 느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말로 꼭 집어서 말할 수 없던 답답함이 바로 이것이겠네 하고 무릎을 치게 되었고, 오늘 수업은 이것으로도
충분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지요.

이런 식의 공간을 뉴욕에 가면 센트럴 스테이션에서 볼 수 있다고 해서, 아하 그렇다면 하고 마음에 새기기도
하고요, 영국의 이니고 존스가 받아들인 팔라디오 양식이 하나의 규범이 되어 영국 건축역사에 영향을 끼쳤고
영국인들이 미국으로 이민감으로써 팔라디오 풍이 미국에 유행하게 된 것, 그들의 건축이 한국의 석조전에도
받아들여진 것, 프랑수아 1세가 이탈리아에서 데려간 건축가나 화가들이 프랑스 르네상스 (물론 건축사에서는
프랑스나 영국의 르네상스란 말을 잘 쓰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 에서 어떤 변형을 이루면서 건축을 하는가를
루아르 계곡의 성들을 영상자료로 보면서 설명을 듣기도 했지요.

한 번의 설명으로 다 기억하는 것은 무리랍니다. 그래도 이렇게 동영상을 보면서 한 번 듣고 나면 언젠가
기억의 저 편에서 슬그머니 다시 살아나서 책속에서, 혹은 건축물의 현장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재미있더라고요.
나도 건축사에 흥미가 있다거나, 아니 아직은 흥미가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알고 싶다는 분들이 있으면
주저말고 함께 하셔도 좋다는 초대의 글로 길게 오늘의 모임을 소개했습니다.

그 자리에 함께 했던 분들은 이 글에 리플로 더 풍성한 글이 될 수 있도록 참여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