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일인데요, 어느 날 공중화장실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무릎이 아파서 제대로 앉는 일이
어려웠습니다, 그 때의 충격이 지금도 몸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얼마나 놀라운 일이었던가
다시 생각해도 마음이 아픈 날이었습니다. 두 쪽 무릎이 다 아픈 것은 아니고 왼쪽 무릎만 아파서 그것도
묘한 기분이었지요. 정형외과에 갔더니 연골이 닳기 시작해서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무리이고
나이가 들면서 너무 많이 쓴 곳이라 기능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니 살살 달래면서 살아가는 수밖엔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부터입니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육체적인 어려움에 대해서 눈이 가기 시작한 것은요. 사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일에 감정이입을 하기는 상당히 피상적이기가 쉽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고요.
지하철역의 화장실에 갈 때도 혹시나 하고 걱정을 하게 되는 것도 그 때부터의 일이었습니다.
좋아진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고 그 이후로 줄넘기를 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었지요. 아무래도 무릎이
아프니 줄넘기하면서 생기는 통증이 싫어서 시도하는 일이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같은 시간대에 운동하는 사람들중에 한 분이 연습이 끝나면 꼭 줄넘기를 하는 것을 오랫동안 보아오다가
이제 그 곳에 꾸준히 간 것이 9주째로 접어들었으니 그동안 근육도 조금 생기지 않았을까, 그러니 혹시 나도
줄넘기를 다시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음 조리면서 한 번 시도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물론 오랫만에 하는 줄넘기라서 처음에는 줄에 걸리기도 하고 숫자로 세자면 금방 그치게 되었지만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조금씩 한 번에 할 수 있는 숫자도 늘어나고 무엇보다도 무릎이 아프지 않았다는 것

혹시나 해서 오늘도 다시 시도해보니 역시 무릎에 통증이 없어서 마치 작은 기적이 일어난 기분이 들었지요.
8주간의 지속적인 노력이 가져온 성과이긴 하지만 그래도 얼마나 기쁘던지요!!
수요일, 일본어 시간에 읽고 있는 책중에서 저자가 3일간에 관해서 쓴 재미있는 구절이 있더군요.
보통 3일을 못간다고 하지요. 마음 먹고 시작한 일에서, 그래서 일본어로는 3일 승려라는 말이 있는 모양입니다.
(일본어로 글을 쓰면 재미있는 표현인데 아직 쓸 줄 몰라서요 -사이버상에서 -밋까 보즈라고 한국어로 그냥
씁니다.) 승려가 되려고 출가한 사람이 수련이 힘들어서 삼일만에 그만 두는 일이 많아서 생긴 말이라고요)
그런데 저자는 그 말에 다른 의미도 있노라고, 3일간 정진하면 상당한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뜻으로요.
그러니 일주일에 매일 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3일간 계획을 세우고 그 기간에만 전념하고, 다음 주에도
그렇게 하는 것이 어떤 일을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요.

그러고 보니 뇌에 관한 책에서 우리가 어떤 일에 흥미를 갖고 지속할 수 있는 최대기간이 72시간이란 말에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그래서 작심삼일이 당연한 것이고 뇌를 속이려면 자꾸 쪼개서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고요.
운동하러 가서도 그 날 그 날 기분이 달라서, 오늘은 이것을 중점으로 내일은 다시 저것을 중점으로
이렇게 저렇게 변화를 주면서 하려고 노력하지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동작을 보고 응용하거나 코치가
가르쳐준 것을 그대로도 따라하지만 제 마음에 이렇게 해보면 어떻까, 저렇게 해보면 어떨까, 애초부터
정해진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닐테니까 이렇게 마음대로 해보는 시간도 지루함을 극복하는 힘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요즘 운동하고 나서의 느낌,운동하러 오고 가는 길의 이야기, 변화에 관한 것,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하고 있구나 새삼스럽게 되돌아보게 됩니다. 사람이 자신이 일상에서 관심갖고 있는 일에 대해서
자주 말하게 되는 것은 물론 당연한 일이겠지만 태어나서 처음 있는 일이라 저도 가끔은 어떻게 이런 일이
하는 기분으로 낯설게 바라보게 되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