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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진화하는 스페인어 교실

| 조회수 : 1,177 | 추천수 : 9
작성일 : 2011-07-16 23:18:33

  
지난 주부터 스페인어 수업의 복습시간을 활성화했습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사실 구체적인 당장의 목표가 없는 ,단지 스페인어가 멋있어 보인다거나

언젠가 스페인어로 소설을 읽고 싶다거나, 언젠가 그 곳에 여행가서 쓰임이 있었으면 이런 정도의

동기로 모인 사람들이라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반복하면서 수업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거든요.



처음 시작한 멤버가 그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빠진 사람들, 중간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

나이도 열의도 다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가는 것이니 가끔은 이런 노력을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새로운 방법에 눈뜨게 된다는 것이 신기하네요.

지난 시간에는 김영은씨가 크리스마스 노래를 스페인어로 카피해오고 노래도 들려주어서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10과나 되는 분량을 복습하느라 힘이 들었을 아이들이 새로운 노래를 들으면서 함께 하는 시간

그렇다면 우리도 크리스마스에 모여서 간단한 파티를 해보면 어떨까, 문제는 선생님이 크리스마스에 한국에

없으니 그렇다면 그 전 주 토요일에 수업대신 우리 집에 모여서 악기 연주도 하고 서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로 하자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난 주에 결석하고 이번 주에 온 한 학생에게 그 이야기를 전달하다 생각해보니 악기 위주로 하면

악기 실력에 자신이 없는 아이들에겐 이것도 하나의 억압이 될 것 같아서 방식을 조금 더 다양하게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지요.

사실 이 모임의 계기가 된 것은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한 남학생이 언젠가 꼭 코엘료의 소설을 스페인어로

읽고 싶다고 그러니 선생님하고 같이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싶다는 제안이었답니다.

선생님이 천재도 아니고 전혀 모르는 스페인어를 어떻게  너랑 공부하니?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럴 것이 아니라 함께 처음부터 해보면 되지 않겠나 싶어서 승낙을 했지요. 다만 둘이서 하는 것은 오래 가기

어려우니 하고 싶은 사람들을 모아서 함께 하는 것으로 하자, 그렇게 시작한 스페인어 공부가 반 학기가

넘게 지속되고 있는데요, 그래서 그 학생에게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너는 악기 연주대신 코엘료의 소설을 가장 쉬운 것으로 구해서 읽고 그 안의 내용중에서

우리에게 번역해주고 싶은 부분을 읽어주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

좋다고 하네요.  이런 것도 좋고,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낭송해도 좋고, 아니면 시를 써서 읽어주는 것도

좋아하는 작품의 구절을 낭송하는 것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고, 이런 식으로 생각하니

재미있는 모임이 될 것 같네요. 어떤 정해진 양식을 지키는 것에서 한 발 물러서서 보면 다양한 길이

보이는구나 싶었습니다.




오늘은 11과에서 17과 복습하는 날인데 새로운 멤버가 한 명 더 왔습니다.

그 아이는 한국에서 중학교 다닐때는 나는 공부를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야 그런 분위기를 풍기던

여학생이었는데 외삼촌이 계신 미국에서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고요. 이번 4월에 갔다고 하는데

방학이 되어 집에 와서는 9월 학기에 배울 미국사의 내용을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고 싶다고 다시 찾아왔습니다.

그  때 물었지요. 학교에서 스페인어는 배우지 않니?

사실 다음 학기에 배우는데 하나도 몰라서 걱정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토요일 밤 스터디가 있으니

참가하라고 했더니 좋다고 환하게 웃습니다.



낮시간에 스페인어 책과 미국사 책을 들고 온 선경이랑 정말 오랫동안 공부를 함께 했는데요

이 아이가 바로 내가 알던 선경인가 놀라서 얼굴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지요.

처음 보는 책을 10과나 설명하는데 그 때마다 질문해가면서 따라가고, 미국사 공부시간에도

여러가지 질문을 하거나 자신이 읽은 것을 제대로 정리해서 말로 소화를 하기도 해서  제겐 정말

즐거운 시간이 되었답니다. 그래서 물었지요.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큰 변화가 온 것은 어떤 이유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하고요.



처음에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 고생했지만 수학이나 과학은 조금 지나니 한국에서 공부한 것보다

내용이 쉬워서 다행인데 사회가 어렵게 느껴진다고요. 그래서 미리 읽어가면 수업중에 훨씬 편하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고, 자신이 선택에서 한 것이니 제대로 하고 싶다고 하네요.

본인이 생각해도 변했고, 엄마가 보기에도 스스로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더 생긴 것 같다고 한다는 아이를

보면서 같은 아이를 이렇게 다르게 만든 여러가지 요인에 대해서 생각해본 시간이었습니다.



저녁 수업 시간에 참가한 선경이는 오늘 난생 처음으로 스페인어를 낮에 10과 밤에 9과를 배우게 된 셈인데

모른다고 짜증 내지 않고 마지막까지 제대로 하고 웃는 얼굴로 돌아갔습니다. 제겐 참 인상적인 날이었네요.

그 아이와의 만남이

다른 한 가지는 5학년 여학생이 너무나 잘 이 수업을 해나가고 있어서 , 그 아이에게 부족한 부분이 수학이라고

들었는데 다른 선배들이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나 충고할 말이 있는가 물었습니다, 중간에 맛있는 음식을

보내주신 학부형이 있어서 먹으면서 쉬는 시간에 꺼낸 이야기이지요.

그랬더니 여러가지 안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그 중에서 학교 공부를 제대로 할 것 같은 똑 부러진 중학교

일학년 남학생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스페인어 하러 올 때 30분만 일찍 와서 이 여학생의 질문을 받아줄 수 있는

가, 질문을 받아주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너 자신의 공부도 될 것이라고, 그러니 헛된 시간이 결코 아니라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겠다고 하네요.



오늘 처음으로 이 아이들과 계속 공부하다가 언젠가 언어가 제대로 통하게 될 즈음에 함께 여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토요일 밤의 스페인어 교실은 아이들과 더불어 진화중이란 생각이 드는 밤이네요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들꽃
    '11.7.17 1:12 AM

    인투님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시는
    아주 아름다운 힘을 가지신 것 같습니다.

  • 2. intotheself
    '11.7.17 1:48 PM

    일요일날, 들꽃님께 귀한 에너지를 받은 기분이네요.

    동기부여라, 그것보다는 함께 하자고 권하는 힘, 그것을 오랫동안 함께 하도록 격려하는

    힘이 모여서 요즘은 제법 강력해진 기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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