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집에 들어오니 카루소님으로부터의 반가운 음악 선물이 있네요.
원래 생각했던 일을 미루고, 앉아서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첼로 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지만 역시
밤에 어울리는 소리가 아닌가 혼자 생각하곤 합니다.

이런 시간, 자연스럽게 떠오른 화가가 르동인데요, 이 소리와 어울리는 색을 찾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오늘은 오전에 어른들과 함께 읽는 반 룬의 역사 이야기에서 현대사를 다룬 거의 마지막 부분을 읽었습니다.
반룬이 죽고 나서 후손이 썼다고 하는 그 부분은 (후손 중 누구인지는 기억나지 않고 ) 미국인의 시선으로
본 현대사라고 단정지어서 말하지는 못하지만 시각이 다른 글을 읽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을 느낀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하고 나면 그렇다면 너의 시각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기 때문에 한 마디로 잘라 말하기 어려운 점이 있긴 하지요.

산적한 문제들, 어느 하나에서도 자유롭기 어려운 시절을 살면서 역사책을 읽는 일, 더구나 현대사를 읽는
일은 가끔은 고역이란 기분이 들어서 가능하면 햇살 바른 곳에서 조금은 마음을 가볍게 하고 읽고 싶어지기도
하네요.

목요일 저녁에는 초등학생들과 그 중 몇 명의 엄마들이 함께 참여한 역사교실이 있는데요, 아직은 초기 역사를
함께 읽고 있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독서를 통해서 알고 있는 사실들이 맍아서 수업에 탄력이 있다고 할까요?
말하고 싶은 것을 잘 알아듣고 반응이 있어서 저도 이왕이면 새롭게 준비를 하고 시각자료를 가능하면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어서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사하라가 사막이 된 이유, 이런 것들도 단순하게 기후가 변했다고
알고 있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기후의 변화는 어디서 초래되는가를 설명하는 글을 읽고 기억해두었다가
함께 이야기한다든가, 지리가 단순한 암기 과목이 아니라 우리들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 왜 중요한가에 대해서
생각한 것을 말한다던가.

오늘 페니키아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 그들이 항해에 능숙했던 사연, 그것 역시 지리적인 요인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것, 그 곳에 자라는 나무를 잘라서 수출하기도 하고 가구를 만들어서 팔기도 하고, 주석을
구하러 멀리 가기도 했다는 것, 그렇다면 주석이 왜 중요했을까, 페니키아 유리가 왜 유난히 비싼 값에
그것도 happy to pay 한 품목이 되었을까, 그들이 만든 자줏빛 천은 왜 그렇게 비싸서 왕이나 입을 수 있는
옷이라고 했을까 .그들이 세운 식민시중에서 카르타고는 어떤 중요성이 있는 도시이고, 그 도시의 건설에
얽힌 디도의 이야기에서 황소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농경민족과 상업으로 사는
민족사이의 차이는 무엇일까를 말하게 되기고 하고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목요일 수업을 통해서 새로운 기운을 담뿍 받는 기분입니다. 그러니 이왕이면 조금 더
즐겁고 , 이 시간을 계기로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함께 하는 어른들에게도 새로운 문이 열리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고요,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어라, 아이들과 이렇게 역사책을 읽으면 좋겠구나 하는 계기가
되면 어떨까 싶어서 조금 길게 이야기를 정리하게 된 것은 역시 요요마의 첼로 소리 덕분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