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부터 먹는 것, 그리고 운동을 통해 몸무게가 어느 정도 줄어들었습니다. 그러자 마리포사님이
선생님, 머리를 좋은 미용실에서 마음에 들게 자르면 훨씬 기분이 좋아지고 달라보일거라고 여러 차례
권하더군요. 늘 동네 미용실에서 원하는 시간에 가서 머리를 손질하던 제겐 그런 제안이 뭔가 성가신
일거리를 만드는 것 같아서 늘 웃고 말았는데 이번에는 하도 강력하게 권하는 바람에 결국 토요일 바이올린
렛슨 끝나고 예약해두었다는 미용실에 갔습니다.

그 곳에 가니 이미 마리포사님과 호수님이 와 있고 그 날 머리 손질하고 싶다고 해서 시간을 맞춘
호수님이 자리에 앉아서 사진을 보면서 머리 스타일을 고르면서 미용사와 상담을 하고 있네요.
그 곳은 이제까지 제가 다니던 미용실과는 다르게 무슨 기업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일하는 사람들도 여럿이고 뭔가 전문가적인 느낌을 풍기는 그런 분위기,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젊은
남자분이 머리를 해 줄 사람이더라고요.

예약을 하고 갔지만 원래 토요일에는 예약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순간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서렸지만 순서를 바꾸어서 먼저 하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미용사는 머리 손질을 정성들여서 하지는 못 할 것 같은 저를 간파한 모양이라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을
말하고, 주변에서 권하는 웨이브 넣을 수 있게 파마를 하면 어떤가 하는 제안도 거절하고, 그냥 커트 머리로
잘 손질할 수 있게 해주겠노라고 하더니 쓱싹 쓱싹 여러 번 손질끝에 젼혀 다른 느낌의 머리를 만들어놓았습니다.
같은 손인데 같은 손이 아니네요.
감탄하는 제게 함께 온 두 사람이 당연히 같은 손이 아니라고 해서 재미있었습니다. 그 반응이

미용사가 제게 말을 하더군요. 머리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머리를 자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새로운 느낌을 갖는 일이라고요. 아니 이게 무슨 철학적인 표현인가 싶어서 웃으면서 물었습니다.
그런데 어려서 부터 가위를 보면 잡고 뭔가 모양을 내고 싶었는가, 자신이 이 일에 적성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가 하고요.
그랬더니 어린 시절에는 평범한 보통 학생이었는데 대학에 들어가서 전공이 마음에 맞지 않아서
고민하다가 전망이 있을 법해서 미용으로 바꾸었노라고, 지금의 일이 마음에 드는지 그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더라고요.

제겐 어제 낮 시간의 미용실이 참 색다른 경험이었는데 머리를 자르고 도서관에 가니 마침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던 보람이가 놀라서 엄마 머리 어디서 했어? 분위기가 좋다고 감탄하기도 하고
밤에 오랫만에 만난 ,제겐 일본어에서 도약을 하게 도와준 고마운 선생 송 승은씨도 어라, 선생님
뭔가 분위기가 바뀌었는데 머리 어디서 했는가 물어보네요.

손이 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 그런데 이상하게 손으로 무엇인가 창조적인 일을 전혀 하지 못하는 제겐
극복하기 어려운 콤플렉스였던 손에 요즘 많이 주목하면서 목표를 높이 둘 것이 아니라 자금 하고 있는
작은 일에서도 즐거움을 끌어낼 수 있게 살아보자 하고 마음을 바꾸었더니 제게도 손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조금씩 늘어나서 반가워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손 생각을 하다보니 싸이 톰블리의 작품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이 정도라면 나라도? 하고 생각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 그의 낙서처럼 보이는 작업을..


이렇게 작가의 이름을 써넣는다면 나는 누구를 골라서 쓰고 싶은가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