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는 수업도 제대로 해야 하는 날이라서 오전 중 살살 몸을 움직였습니다.
우선 철학시간에 참석 못 한 대신 강신주 선생의 강의를 인터넷으로 들었는데요,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역시 강의는 강의나름의 맛이 있더군요.
중세 철학에서의 오캄의 면도날에 관한 것, 그리고 근대 철학에서 데카르트, 스피노자.라이프니츠에 대한 것을
듣고 나니 더 이상은 무리다 싶어서 한참을 쉬었습니다.
이렇게 한참을 쉬어야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아직은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신호라고 할까요?
마침 아침 신문에서 아파야 산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책을 발견하고, 아하 하고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마 다른 때라면 그냥 지나쳤을 제목의 책이 눈길을 끈 것은 바로 아파서 한 주일동안 몹시 고생했던 덕분이겠지요?

일년에 최소한 한 두 차례, 아니면 서너 차례 심하게 아프면서는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다시 무엇인가
강렬하게 원하는 것이 생길까 그런 이상한 생각을 할 정도로 아무 생각을 못하고 지내곤 하지요.
그러다가 무엇인가 읽어보고 싶다, 먹고 싶다, 소리를 듣고 싶다, 바람의 결을 느끼고 싶다 ,이런 식의
뭔가 하고 싶다는 느낌이 살아나는 순간의 기쁨이란 늘 그렇게 살고 있을 때와는 아주 다르다는 것
그런 기미가 찾아드는 순간의 느낌을 소중하게 여기곤 합니다.

병원에도 갈 겸, 급식비도 내러 갈 겸, 더부룩한 느낌의 머리도 정돈할 겸, 밖에 나갔습니다.
햇살이 얼마나 따뜻하던지요,그래도 바람은 쌀쌀하다고 해야 하나, 몸이 춥게 느껴져서 그런지
언제 더웠더냐 싶게 가을이 성큼 와 버렸네요.
미용실은 열려있는채로 사람이 없습니다. 연락해보니 허리를 다쳐서 병원에서 물리치료 받는 중이라고
30분 정도 기다리라고,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어서 다른 볼 일을 먼저 다 보았습니다. 그런데 지나가다가
문득 마음에 드는 옷이 있어서 안으로 들어가보니 다른 때라면 조금 야리꾸리하다 싶어서 감히 살 것 같지
않은 옷을 선뜻 사게 된 것도 아마 회복기에 접어들어서 마음이 흐믓해서일까요?

아직은 악기 연습할 기력까지는 없어도 아무튼 내일부터는 어떻게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겠다 싶은
화요일 밤, 공연히 마음이 들떠서 그동안 틈만 나면 몰려들던 잠도 저 멀리 도망간 기분이네요.
살아있다는 실감을 한다는 것의 소중함을 느끼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