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역사 모임이 있는 날이지만 어제는 엉뚱하게 당진 근처 합덕이란 곳에 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합덕이 어딘지도 모르고 ,그곳에 오래전에 음식점을 낸 사람이 있다는 (그녀는 학생의 엄마로
처음 인사를 했고 왕래가 자주 있는 것이 아니어서 요리를 잘 한다는 것 이외에는 잘 모르던 사이였지요)
것, 그 곳에 저를 포함한 세 명이서 축하할 일도 있고 유학 문제로 알아볼 일도 있고 (한 사람의 경우 )
오랫만에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여러 가지 마음이 모여서 갑작스럽게 먼 길 떠나게 된 것인데요
문제는 전 날 심하게 비가 오네요. 사실 한 끼 밥을 그렇게 먼 곳까지 먹으러 가야 하나, 비가 심하면
그냥 일산에서 만나는 것으로 하자고 전 날 밤 전화를 했더니 하룻밤 두고 보자고 하더군요.
당진쪽은 해가 쨍쨍하다는 소식에 그냥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차는 막히지만 오랫만에 만난 이 정화씨는 놀랄만큼 몸도 마음도 변해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사람이 변한다는 것, 그것이 타인에게 어떤 aura를 줄 수 있는가 많이 생각한 즐거운 시간
이것만으로도 오늘 여행은 (제겐 그렇게 하루를 통째로 쓰는 것 자체가 여행기분을 충분히 주는 것이라서 )
충분하다고 느꼈지요.

목적지에 도착하니 기대했던 것보다 넓은 대지에 현대식으로 건축한 건물이 보입니다.
미당이라, 설마 시인 서정주의 호를 따서 이름을 지은 것은 아니겠지?
들어가서 물어보니 아름다움의 전당, 맛의 전당 이런 여러가지 의미를 함축한 상호명이라고 하네요.

일단 자리를 잡고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틈에 저는 카메라 들고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지나 엄마라고만 알고 있던 그녀는 못 보는 사이에 요리 책을 여러권 펴낸 저자가 되어 있었고
EBS에서 요리에 관한 방송도 하고 있다고요. 어? 이렇게 변신하는 수도 있구나 한 번 놀랐고
밥상에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하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본인은 별로 힘들이지 않고 별로 웃지도 않으면서 얼마나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는지, 앞으로 언젠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배우를 해보고 싶다는 조인숙씨와 코미디 대본을 쓰고 싶다는 윤혜신씨가 의기 투합하여
나중에 책을 싸인해서 한 권씩 주면서 그녀의 책에는 미래의 코미디 주연배우에게 라는 멘트를 써주기도
해서 한참 웃었답니다.

식당안에서 바라본 밖의 풍경이 마치 모네나 르노와르의 그림속에 등장하는 곳 같은 느낌이더라고요.


파란 옷의 그녀가 바로 이 식당의 주방을 담당하면서 요리에 관한 글도 쓰는 윤혜신씨인데요
이야기에 몰두한 사이에 몰래 한 컷 찍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