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사실 오늘은 정독도서관에서 철학 특강 두 번째가 진행되는 날입니다.
고민을 많이 했지요. 가고 싶지만 이번 주 금요일의 발제, 그리고 일요일 도서관에서의 세익스피어 특강이 있어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요.
그리스인 이야기 3권의 내용에 따라서 가능하면 원본 번역을 함께 읽어나가자고 마음 먹고 도서출판 숲에서 나온 여러 권의 책을
눈 질끔 감고는 구했고, 덕분에 처음으로 에우리피데스의 이피게니아, 아리스토파네스의 구름, 그리고 플라톤의 대화편을
읽고 있는 중입니다.
불변하는 것이 과연 있는가에 대해서 의혹을 갖고 있는 저로서는 이상하게 플라톤의 글을 읽는 일이 늘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음을 바꾸고, 철학사에서 피할 수 없는 존재라면 이왕이면 즐겁게 읽어보자, 그리고 비판적인 자세도 좋지만 비판이
지나쳐서 몰입자체가 어려운 것은 곤란한 것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난생 처음으로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 그리고 향연을 책속에서 인용되는 것이 아니라
플라톤의 목소리를 따라가면서 읽은 날, 마음속의 반발은 일단 접어두고라도 이렇게 재미있는 줄 알았더라면 진즉 시도해 볼 것을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플라톤의 글쓰는 방식에 대해서 언급을 했는가에 대해서 고개 끄덕일 수 있기도 했고요.
이 책 한 권을 읽고 나서 이정우의 지중해 문명권을 둘러싼 서양고대 철학사가 이전보다 훨씬 편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신기해서
시간 나는 대로 계속 읽게 되네요.
플라톤에서 시작해서 플라톤으로 끝난 하루, 참 드문 하루이기도 하고 마음속의 보이지 않는 금이 조금은 지워진 기분이 든 날
지혜나무님이 집에서 들을 수 있게 폴더를 만들어 준 강유원 선생의 철학강의를 처음으로 들어보고 있습니다.
교재로 쓰고 있는 책이 세상의 모든 철학이라고 하네요.
어떤 분야에 대해 문이 슬며시 열리는 그 순간의 느낌이란 얼마나 미묘하고 가슴 떨리는 것인지요!!
그것이 계속 될지 아닐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단 그 순간의 느낌을 기억하게 되면 다시 돌아가기가 조금은 쉽다는 것
그것이 앞으로 나가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