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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부담이면서 동시에 고마운 발제

| 조회수 : 2,038 | 추천수 : 213
작성일 : 2010-04-18 13:13:35


  
루니라는 이름으로 수유 R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 곳 연구원들의 삶에 한 발 다가갈 수 있는

학인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로 월요일,목요일 일주일에 이틀이나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제겐 목요일의 수업

참가가 불가능해서 포기했다가 월요일에만 수업을 들어도 좋다는 허락이 나서 한편 행복하고 한편 부담을 느끼면서 월요일날 남산 나들이를 하고 있는 중인데요,수업에 필요한 책을 읽고 요약하는 것까지는 그래도 즐겁게 할 수 있지만 역시 발제는 부담이 되더군요.

원래는 지난 금요일 아무런 약속도 만들지 않고 하루 종일 집에서 공부할 예정이었지만 아침에 설렘터에 갔다가

그 곳에서 돌아오는 길에 주엽역에 내리니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가리요,식으로 영화가 저를 자극합니다. 그래서 이왕 늦어진 것,영화한편 마저 보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막 후회가 되더군요.아니 어린 아이도 아니고

이렇게 스스로를 단도리하는 능력이 모자랐단 말인가 하고요.

이왕 늦어진 것,금요일 밤 제대로 교재를 더 읽고 토요일 아침에는 발제 윤곽을 잡아서 한글파일에 써야지

그렇게 마음먹었지만 토요일 아침에 신경치료가 한 이가 아프기 시작해서 참을 수가 없는 겁니다.간신히

약국까지 기어가다시피 해서 진통제를 구해다 먹고 나니 온 몸에 피로가 몰려와서 토요일 아침 내내 잠만

자다가 수업하러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해 11월부터 함께 읽은 자본론이 밑천이 되어서 경제 철학 초고 읽는 것이 부담이

덜  된 점과 그 이전에 구해서 읽은 how to read marx와 지난 번 수유공간너머에서 고병권 샘의 책장에서 꺼내

빌려온 에리히 프롬,마르크스를 말하다가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마르크스,이름만 무성하게 들었지,그가 도대체 실제로는 무엇을 추구한 인간인가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에리히 프롬의 책이 새로운 시각을 전달해주는 좋은 책이라고 추천하고 싶네요.덕분에 어릴 때 멋모르고 읽었던

존재와 소유에 대한 그의 이야기,자유로부터의 도피,그리고 사랑의 기술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토요일 늦은 시간까지 수업이 있는 날,시간나는대로 발제할 부분과 그 곳에 대한 보충설명을 읽다가 문방구에

가서 제일 큰 포스트 잇도 하나 사들고 와서 메모를 하다보니 마치 대학원 시절로 되돌아간 기분이 들어서

묘하기도 하더군요.어느 정도 윤곽을 잡고 집에 들어와서 한글 파일을 열어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writing originates thought란 서머 셋 모옴의 글이 있는데요,정말 그런 느낌이더군요.늦은 밤이라서 끝까지

마무리못하고 잠이 들었지만 이상하게 일요일이라서 전화기에 시간을 입력하지 않고 잠들었는데도

일찍 일어나  음악소리도 없이 집중하려고 새벽부터 글쓰기를 마무리하고 나니 벌써 열시입니다.



평소라면 아직 몸도 깨지 않았을 시간,그런데 발제문은 요약문보다 일찍 올려야 한다는 기준에 맞추어서

글을 올리고 나니 하루가 다 끝난 것같은 기분인 시간에 하루가 막 시작한다는 것이 신기하네요.

그래서 대화도서관에 반납할 책을 챙겨들고 카메라도 챙겨서 집을 나섰지요.

흐드러지게 핀 꽃들 사이를 지나면서 카메라에 담기도 하고,잠깐 서서 구경을 하기도 하면서 대화도서관까지

가는 길,나들이가 아니어도 벌써 마음이 설레고 있습니다.더구나 그 길에는 일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선정된 빌라도 있고,대화도서관 입구로 들어가기 전 단독주택단지의 집앞에 정성껏 꽃을 가꾸고 있는 집들에

공원길의 나무들마저 가세해서 일요일에 먼 길 떠날 수 없는 저같은 사람을 위한 꽃잔치가 벌어지고 있었고

도서관 길 입구의 노인정에 혼자 앉아서 카메라 들고 몰래 다가가는 타인의 시선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책을 읽는 노인을 발견한 즐거움을 누린 나들이이기도 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돌아오는 길,피로가 몰려드네요.당연한 일이겠지요? 새벽부터 지금까지

깨어 있었으니,랑랑이 연주하는 피아노 협주곡 차이코프스키와 멘델스죤의 곡이 녹음된 음반을 걸어놓고

소파에 누워 있으니 역시 이런 것이 일요일의 여유인가 싶어서 즐거워졌습니다.그런데 소리에 끌려

잠은 점점 멀리 달아나고 누군가 아이디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랑랑은 어떨까? 공연히 엉뚱한 생각이 들더군요.

발제를 기록해서 내는 일은 끝났지만 아직도 더 읽어보고 싶은 대목이 있어서 빌린 책 프로메테우스의 경제학

그 책의 부제는 새로운 세대를 위한 맑스 경제학 강의라고 되어 있습니다.물론 저는 새로운 세대는 아니지만

맑스 경제학을 읽는 일에는 새로운 세대나 다름없으니 오늘 오후에는 수업을 하는 틈틈이 이 책과 만날 일이

기대가 되는군요.그래서 발제는 부담이지만 역시 부담으로 끝나는 것만은 아니란 것,그래서 고마운 발제가

되고 있습니다.



글 사이 사이에 첨가한 사진은 지난 여행에서 퐁피두의 그림을 찍은 사진들입니다.

아직도 가득한 사진들,덕분에 마치 그것이 제 작품이기나 한 것처럼 즐겁게 뒤적이고,골라내서 그 날 기분에

맞는 사진을 올려보는 일,그것도 역시 사진을 정리할 때의 번잡함을 한 방에 날려주는 즐거운 일이 되고 있네요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카루소
    '10.4.18 2:56 PM

    Tchaikovskii Piano Concerto No.1 Bb minor, Op.23
    Piano : Hai-Kyung Suh - The State Symphony Kapelle

  • 2. intotheself
    '10.4.18 11:01 PM

    오랫만에 서혜경의 피아노 소리를 듣게 되었네요,카루소님 덕분에

    일요일 오후부터 밤까지 내내 수업이 있는 날이라 조금 피로한 기분으로 들어왔는데

    음악소리에 다시 기운이 솟는 느낌입니다.감사,감사

  • 3. 열무김치
    '10.4.19 10:27 AM

    어떻게 그 많은 일을 하시는지 intotheself님의 에너지에 놀라울 따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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