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사실은 고양올레가 있는 날이지만 월요일 하루 종일 밖에서 보낸 날이라 몸을 가누기 어렵습니다.
결국은 올레를 포기하고,소파에 누워 음악소리를 자장가삼아 잠이 들었다 깨어나니 몸이 가뿐하네요.
벌써 아홉시가 넘어버린 시간,그동안 부팅도 불안정하고 속도도 너무 느려서 고민하던 컴퓨터를 손보려고
써비스 센타에 연락을 하니 생각보다 빨리 기사님이 방문을 했습니다.
문제는 포멧을 새로 하면 좋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었는데 고민하다가 포멧을 새로 하기로 결정을 했지요.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길래 마루에 나가서 아쉬케나지의 피아노로 bbc에서 녹음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공연실황 녹음곡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베토벤을 선택한 것에는 어제 밤의 전화가 계기가 되었습니다.
수유공간너머에서 돌아오는 길에 전화를 받았습니다.함께 세미나를 하는 규호씨가 (그는 고병권샘과 같은
연구실 연구원인데요,현장인문학이라고 해서 안양 교도소에서 철학을 비롯한 강의를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지요) 베토벤 교향곡중에서 디브이디가 있다면 마침 교도소에서 베토벤강의가 있어서 자료로 쓰고 싶다고요.
이미 그에게 베토벤 교향곡 9번을 빌려준 적이 있어서 아마 기억을 하고 전화를 한 모양입니다.
9번이외에는 피아노 협주곡밖에 없어서 별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 그 전화로 희망의 인문학이란 책을 읽던
시절이 생각나고,그래서 생각은 엉뚱하게 비약을 하기 시작했지요.
낮 시간엔 일본어 번역모임을 함께 하는 조조님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해서 그 문제에 관해 어떤 식으로 준비하고 어떤 단체와 연결하면 좋은가 이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습니다.그러고 보면 제겐 월요일이야말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재미있으면서 동시에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정신적으로 자극이 넘치는 하루로구나,그 하루로 인해 한 주일이 빛난다고
할까,새로운 바람을 받아들여 통풍이 된다고 할까? 저절로 기운이 생기는 날이란 것을 실감하게 되네요.
덕분에 피아노 협주곡을 듣다보니 몸도 상쾌해지고,포멧을 다 마친 컴퓨터는 정말 쌩쌩해져서
이게 내가 그동안 쓰던 바로 그 컴퓨터란 말인가 놀랄 정도로군요.그동안 나오기도 하고 나오지 않기도 했던
음악도 무슨 조화속인지 다 소리가 들려서 못들었던 곡도 찾아들어보게 되네요.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를 나와서 만난 지하철 입구,지하철 입구가 반가운 것이 아니라 미술사책에서 본
바로 저 표시,메트로폴리탄이란 글씨에 눈길이 가서 카메라로 찍어보았습니다.아르 누보 양식의 작품이
파리의 지하철역에 등장하는 것이 신기해서 이야기했더니 보람이는 아 그거? 어느 역이나 다 있어
그렇게 심드렁하게 대꾸를 하네요.


퐁네프의 연인들로 유명세를 타게 된 바로 그 다리,그 주변에 세워진 표지판에 이 곳 파리역사가 씌여져
있지만 까막눈이라서 읽을 수는 물론 없습니다.그래도 글씨자체를 좋아하는 (말이 이상하네요.그렇지만
사실은 사실이니까요.) 저는 역시 그냥 지날 수가 없어서 한 장 찰칵!!

앙리 3세때 시작해서 앙리 4세때 마무리되었다는 말이라고 짐작을 하면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앙리4세라,여왕 마고에서 처음 만났던 왕인데 그 이후로 프랑스 역사를 읽다보면 불쑥 불쑥 튀어나와서
이제는 상당히 친숙한 이름이 된 왕이기도 하지요.


거리 풍경을 찍을 때는 잘 몰랐었는데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내가 무엇에 더 끌리는 사람인가가 보여서
재미있었습니다.

이 곳에서도 역시 역사기행을 온 사람들이 있었던 모양인데요,마이크잡고 설명하는 가이드 말에 귀기울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물론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지만 이런 장면이 재미있더군요.

이번 겨울에 도나텔로의 기마상을 과연 만나게 될까?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남부를 떠나는 날에는 차라리 파리에서의 일정을 확 줄이고 남부여행을 더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발목을 잡았는데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이 되자 파리에서 못 보고 지나친 것들이 발목을 잡아서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간사한가 놀랐던 기억이 되살아나네요.

어제는 아침에 일어나서 갈등을 했습니다.금요일에 시네 큐브에서 시리어스 맨을 보고나서 일정을 알아보니
월요일 아침에 조조프로그램으로 클래스가 상영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래서 일부러 토요일에 치과에 가서 월요일 약속을 수요일로 바꾸기도 한 상태인데 막상 월요일 아침이
되니 마음속에서 갈등이 일어납니다.그렇게 일찍 나가면 월요일 하루 힘들지 않을까?
그래도 오늘이 아니면 그 영화를 보기 어렵겠지? 서로 자신을 주장하는 이 목소리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꼬?

업치락 뒤치락 갈등하다가 결국 보자고 하는 마음이 이겨서 이른 시간 집을 나섰는데 그 마음이 이긴 것이
고맙다고 생각했습니다.영화를 보고 나서는 역시.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그런 갈등을 사람들은 어떻게 극복하거나 처리하는가 궁금해지는군요.
클래스를 볼까 말까 망서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강력추천 도장을 꽝 찍어줄 수 있을만큼 몰입하는 시간이
되었고,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도 잔뜩 안고 돌아왔습니다.


길건너편에 눈길을 끄는 건축물이 있네요.보람아,궁금하니 건너가보자,그렇게 권해도 그 아이는 엄마
이제까지 실컷 보았으니 그건 생략해도 되지 않냐고 하네요.그래? 그런데 너는 궁금하지 않니? 저게 무엇인지
아니라고 하네요.이런 때 참 난감하네요.


보람이가 좋아하는 이모,도서관에서 늘 책을 싸느라 고생한다고 자신이 좋아하는 가게에 가서 핸드로션을
꼭 사야 한다고 해서 들러 본 가게.외관도 안도 멋져서 사진기에 절로 손이 가더군요.

선물을 얼추 준비하고 나니 배가 고프고,오늘 하루는 제대로 된 점심을 먹고 싶다고 해서 들어간 레스토랑인데요
이름이 철학과 관련되어서 갸웃거리게 된 가게이기도 합니다.어떤 철학자들이 자주 다니던 음식점일까요?


소리가 거의 통하지 않는 곳에서 만약 혼자 밥을 먹으러 들어갔다면 영어가 하나도 나오지 않은 메뉴판앞에서
난감했었을 것 같은 순간이었습니다.서바이벌 불어는 가능한 딸덕분에 이번 여행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지요.
맛있는 점심을 먹고 한국슈퍼에 가서 장을 보자고 하니 그것은 친구랑 알아서 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면 조금 남은 시간,어디로 ? 이 때 둘이서 동시에 생각한 장소가 퐁피두였습니다.

파리에 있을 동안 몇 번을 갔는지 몰라요.그곳에,전시보러 가기도 했지만 저녁시간 9시까지 열려있는 곳이라
서점에 책을 보러 가기도 하고,문구를 사러 가기도 하고,마지막 날에는 선물을 사러 갔지요.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선물을 하진 못해도 최소한 엽서 한 장 정도는 좋아하는 것으로 고르게 하고
싶었고,제게 오랫만에 생긴 두 명의 스승에게 간단한 선물이라도 하고 싶어서요.

길게 늘어선 줄에 가까이 다가가기 전,이 그림을 만났습니다.
찍어도 되는가 물었더니 작가가 친절하게 포즈를 취해주기도 하네요.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울컥하는 기분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선물을 다 구하고 나서 지하철역으로 가던 중 만난 내용도 알 수 없는 이 장면이 마음에 들어서 한동안
바탕화면에 깔아놓고 보던 것인데요

그러고보니 파리에서의 낮은 퐁피두에서 시작하여 퐁피두로 끝났네 ,그리고 2009년의 여행기도
퐁피두주변을 담으면서 끝났구나 ,마음뿌듯하면서도 한편 아쉬운 기분이 드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