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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세종홀에서 '마르타 아르헤리치 & 정명훈'

| 조회수 : 8,237 | 추천수 : 128
작성일 : 2010-04-14 17:55:21

음악회와 삼계탕!
썩 어울리지 않은 궁합이지만 난 배고픈 소크라테스론 안되니까.


여젤(女帝) 보러간다~~~.

2010년 아르헤리치~~네번째 방한 연주다.
프로그램 책자 좌측 아래 음반은 전남편 지휘자 샤를 뒤투아와 함께한 쇼팽 피아노협주곡 1,2번.


/역사적 순간으로의 초대!/

거창하다.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서울시향 정명훈의 만남이다.
마르타 아르헤리치(69),,,
알프레드 브렌델(78)이 은퇴한 마당에,마우리치오 폴리니(68)와 더불어 현존 최고 피아니스트다.



2008년에도 그녀는 왔다.

그녀는 서울시향(정명훈)과 프로코피에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으로,관객의 혼을 빼놨다.
1994년 첫 방한 이후 무려 16년만으로 티켓창구가 열리고 1시간만에 매진되었다.
전무후무,,,입장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94년 때는 30t 장력을 견딘다는 스타인웨이 피아노줄을 햄머 타건으로 끊어놓았다.



2009년엔 피아니스트 임동혁(돌아보는 가운데)과 함께~


임동혁은 2002년 부조니 콩클에서 예선 1,2차에서 각각 2위,1위 하고도 결선서 5등하자 공개 불만을 터트렸다.
(좀 경솔했지만)
이때 아르헤리치가 이리 거들었단다.

/내가 그 자리서 그같이 연주했더라도 결과가 그랬겠는가??/

국제 콩쿨에 만연한  인종 차별을 비난한 것.(좀 과장되었을 게다)
지금 그녀는 임동혁의 후원자이기도하다

그녀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이다.
굴림하는 언론을 극도로 꺼린다.
클래식의 본향 서부유럽이 아닌 동양,구동구권 음악가들과 유독 가깝다.
80년대 이후부턴 독주를 기피하고 살내악을 즐긴다.
브라질의 피아니스트 넬슨 프라이어,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와 자주.
(기돈 크레머와 미사 마이스키는 라트비아산으로 둘은 친구.)

그녀의 1994년 첫 내한 공연도 기돈 크레머와 함께였다.
올해로 12번째인 온천지 벳부의 아르헤리치 음악제 총감독으로 후배를 양성한다.
벳부 자매 음악제로 부에노스 아이레스 아리헤리치 음악제도 열리고있다.

그녀의 첫 방한은 1994년이였다.
너무 늦은 방한인지라 공연기획사쪽에선 이런저런 얘기가 돌았다.
대표적인 반한(反韓)파니 어떠니 하며.

왜 일까?
아래 사진 지휘자 때문이다.
아르헤리치의 두번째 남편 샤를 뒤투아다.

당연 이 포스타는 아르헤리치에겐 안보이는게 좋을 거구.
세종문화회관 외벽에서 찍은 거다.
그는 내달 1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한다.

샤를 뒤투아는 정경화,아르헤리치와 삼각관계였으니 정경화와 아르헤리치는 연적인 셈이다.
20세 초반 정경화는 당시 몬트리올 필 상임 지휘자였던 샤를 뒤투아와 호흡을 자주 맞췄다.
당시 뒤투아는 아르헤리치와 결혼한 상태.
천하의 아르헤리치인지라 열라 자존심 상했을 게다.
결국 7년여만에 둘은 이혼했다.당연 정경화와 연결시키는 설들이 파다했고.

정경화와 여제와는 7살 터울로 그녀는 내년이면 고희다.
'다이아몬드 정경화 對 붉은 루비 아르헤리치'의 대비였으니 지금 생각해도 잼나다.
참고로 수년전 월간 '객석'에서 선정한 20세기 10대 바이올리리스트,피아니스트를 선정했는데,
정경화는 13위,아르헤리치는 9위였다.

정경화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 비르투오조다.
2005년 손가락 부상으로 5년간 공백 기간을 거쳤다.
다행이 내달 아쉬켄아지 지휘 영국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브람스협주곡으로 제기한다.
티켓 발매 며칠만에 매진됐다.
그러고 보니 아르헤리치를 필두로 샤를 뒤투아,정경화 모두 한달 사이로  내한이네....





이하 3장 몰카로~~~













슈만 피아노협주곡 a단조'를 마치고 꾸벅~~


첫 곡은 슈만의 '피아노협주곡 a단조'이다.(흐르는 곡)
그녀는 2008년엔 프로코피에프를,2009년엔 쇼스타코비치를,올해는 슈만을 연주했다.
다양한 래파토리의 그녀지만 고전파는 피하고 낭만파 음악가를 즐긴다.
쇼팽,리스트,슈만,드비쉬,라벨,프로코피에프,라흐마니노프,차이코프스키,쇼스타코비치,바트록,메시앙 등등.
최정상 50년 피아노 인생에도,
피아니스트엔 성전같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을 한번도 연주를 안했다니 알만하다.


슈만은 피아노협주곡을 한 곡 남겼다.
그는 결혼 전에는 피아노 독주곡,가곡을 주로 작곡했다.
결혼 후 아내 클라라의 조언으로 관현악곡에도 손을 댔다.
그 결과물이 바로 '피아노협주곡 a단조'이니  아내에 대한 사랑의 고백이다.
낭만주의의 화려함에 서정성까지 지닌 낭만주의 협주곡의 걸작이다.
클라라는  당대 최고 피아니스트로 초연도 클라라였다.


3천석이 넘은 세종홀은 정말이지 콘서트홀이라 부르는게 민망할 정도로 최악이다.
구한 게 3층이다.무대까진 직선거리로 거의 70여미터는 될듯.
오페라 글라스에 의존, 그녀의 손놀림도,표정도,악세사리도, 패달링도 힘들게 본다.

아~~~~근데 말이다.
3악장 Allegro vivace의 현란한 타건에도 저음에선 음들이 코 앞에서 사그러지고만다.
작년 예술의 전당에서의 쇼스타코비치 피아노협주곡 1번은 쾅쾅 아니였던가.
망원경에 의존한 비쥬얼 감상이다.
그래도,,,,타오르는 원색의 피아니즘이겠지............


그래서 그녈 여기서 듣는다면?
한강 노들섬에 전용 음악당을 세운단다.
동경 산토리 홀 같았으면 좋겠다.

도쿄 아카사카의 산토리 홀(Suntory Hall) 전경.
일본 최고 콘서트홀이다.
카라얀은 '음향의 보석 상자'라했다.


아르헤리치 & 정명훈이 한대의 피아노 앞에 앉았다.
올스타 콘서트라고나 할까.
이래서 역사적이라고 했나보다,,글쎄다,,,백건우였다면 환상이겠다.



숫제 머리가 무대에 닿는다.
민망한지 정씨도 그녈 쳐다보고.


이번 공연의 테마는 /역사적 순간으로의 초대!/
거창하다.행간을 못읽을 이유도 없다.
정트리오 관련 공연은 모두 기획사 CMI에서다.
대표가 정명근으로 정명훈 형이다.
정대표는 공연비과다 책정 등으로 지방자치로 부터 소송당하기도했다.
최근엔 인천 송도의 아트센타 건립 관련 정씨 몰아주기 의혹등으로 시민단체가 들고일어섰다.
여하튼 좀 말이 많다.

정명훈이 1974년 차이코프스키 콩클에서 2등했다.
기억난다.김포공항서 시청까지 카퍼레이드.
그러나 지휘계로 이동한 지금,,,피아니스트 정명훈이란 호칭은 어설프다.
그런 그가 참으로 오랜만에,그것도 여제와 한 피아노에 앉는다니 역사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짓굿은 생각도 해본다.
아르헤리치가 말이다,동격으로 2人 반분되고 있는 저 포스터 보면 웃을까,찡그릴까?

나의 아쉬움은 보다 직접적이다.최소한의 관객 서비스도 없다.
일찌감치 매진이다 보니 최소비용의 자본논리가 작용했나보다.
노구에 싸인회는 천부당만부당,,,,공연장 로비에 포토용 입간판 하나없다.

칠순이 낼인데 올해가 마지막 아니라고 누가 장담하랴!
경험상,로비에 촬영용 입간판 하나 없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3천원 프로그램 책자도  부실하다.
프로그램 사려고 저리 길게 줄서는 모습은 또 처음 본다.
여제와 정씨가 한 피아노 앞에 앉는 역사적(?) 이벤트로 거저 먹겠다는 심보다.
우리나라 티켓가는 정말이지 세계 최고다.
소비자가 봉인 데는 단연 클래식 공연계가 으뜸이다.


각설하고~~
연주는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2,4,5번이다.
브람스에 국제적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4&5번은 헝가리 무곡 중 가장 인기있다.
지금은 관현악 곡으로 사랑을 받고 있지만,
몇차례 변형을 거친 원곡은 네 손으로 연주하는 피아노곡(Piano for Four Hands)이다.

여기서 Four Hands란 브람스와 그의 스승인 슈만의 아내 클라라다.
자,열라 로멘틱하지 않는가!
씽글로 죽을 때 까지 플라톤스런 사랑을 한 브람스다.
(상업적 허구,과장이 심한 영역이라 꼭 그랬는지는 알수없지만)
얼마나 플라토닉했냐면 고흐 죽고 6개월 후 테오가 따랐듯 클라라 가고 6개월 후 브람스도 죽었다.
어디 있잖는가,사랑하면 영혼도 따른다고.

클라라는 남편 슈만이 정신병으로 요절하자 검은 드레스만 입고 연주여행을 다녔다.
포터를 자임(?)한 브람스는 클라라 왼발 두어발 뒤쪽에 서며 그녀 가방을 들었다.
브람스에 클라라를 대하는 하나의 원칙은 '불가원 불가근'이였을까?
그래서 그는 'Piano for Four Hands'로 편곡했는지도 모른다.
'Two Hands' 아닌 'Four Hands'로.
한 피아노에서 순간 순간 스킨쉽에 브람스 가슴은 어땠을까?
초연도 당연 둘이였다.


정명훈은 제1피아노를 아르헤리치에 넘기고 내려와 저음 파트를 맡는다.
아르헤리치의 흰 포동포동한 손,,,정명훈의 여린 갈색,,,,,
네손은 줄곧 수평으로 독립하지만 이따금씩 브르투오조의 레프트와 마에스트로의 라이트가 교차한다.
신명나는 건반 위의 한판,원색의 활화산이다.

/손가락이 빠른 피아니스트는 많이 봤지만 이렇게 뻥뻥 터지는 연주자는 처음 봤다/
정명훈 말이다.

끝나고,여제는 치렁치렁한 백발을 흘러내리며 관객에 향한다.
90도를 넘어 거의 부복 자세로 꾸벅~.
선비 걸음으로 퇴장하는 뒷 자태도 여유롭다.
둘은 현해탄 넘어 '2010 벳부 아르헤리치 페스티발'서 다시 손을 맞춘다.



지난해 폴리니 산토리홀 공연 포스터~~


알프레드 브렌델(79)도 은퇴했다.
알프레드 코르토,슈마벨,박하우스,글렌 굴드,굴다,미켈란젤리,루빈슈타인,발터 키제킹,클라라 하스킬,
디누 라피티는 한참 전에 떠났다.
호로비츠,길레스,제르킨,프랑스와,아라우,빌헬름 캠프도 갔다,,,3년전 리히테르도.
20세기 피아노계 레전드들이다.

전설은 이제 폴리니(68)와 아르헤리치(69) 뿐이다.둘은 쌍둥이같은 데가 있다.
아르헤리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는 프리드리히 굴다지만
둘은 한때 미켈란젤리를 스승으로 뒀고 콩클에선 앞서거니 뒷서거니.
여제가 부조니 콩클서 1위할 때 폴리니는 2위,결국 폴리니는 다음해에 1등 없는 2등을 한다.
쇼팽콩클에서 폴리니가 먼저 우승하고 아르헤리치는 65년에.
쇼팽콩클 사상 심사위원 전원 일치 우승은 둘이 유일하다.(이후는 모르겠다)

쇼팽서 루빈스타인이 심사위원장이였는데 폴리니를 평하면서 이리 절망했다.
/우리 심사위원 누구도 그만큼 칠수는 없소!/
24세 여제의 결선연주는 '충격적인 명연주'로 지금도 회자된다.
한 심사위원은 /화산처럼 강렬한 열정의 분출/이라 했다.

그런데 폴리니를 보면 우리 음악계가 보인다. 좀 비참해지고.
폴리니는 일본 공연 햇수로만 16번이다.
한국에는 한번도 안왔다.(물론 제가 안오면 마는거지만......)
어느 일본 평론가의 좀 과장된 말이긴 하지만 슬프다.
/일본 음악시장은 한국의 100배는 될거다!/



우수의 집시에서~

여제를 지나~~

69세  백발의 마녀로~~

그러나 아름다운 마녀~~~~!

뒷켠도 좋다는 여제~~~~~이젠 즐기는 음악을 한다.

한 예술가의 예술성을 언어화한다는게 어렵고 어찌보면 무의미하다.

처녀 시절부터 치렁치렁 길게 늘여뜨린 생머리는 이젠 백발이 됐다.
그런들 어떠리,,,그년 늙음도 아름다움임을 증거하거늘.
젊어선 집시의 우수와 열정이,백발에선 카리스마를 넘어 여유롭다.
아르헤리치 하면 먼저 떠오른 게 영혼이 자유로운 집시다.
연주회도 밥먹듯 취소하곤 했다.
어느 정도인고 하니,천하의 번스타인 공연을 세번이나 빵구냈다.
연주가 지겹다며 1년여를 뉴욕에서 TV만 보며 지내기도 했다.
정상에 선 후에는 10여년 공백을 가졌다.
남은 정상을 향해 매진할 때 그년 성과를 부스며 뒷걸음친 것이다.

/연주가 두렵다/며 80년 이후에는 솔로 공연을 피한다.
맘이 맞은 음악가와 실내악 활동만 한다.
거의 모든 대가들은 무대에서 유아독존이다.
아르헤리치의 저런 모습은 분명 그들로서는 보면 이단아,이단女다.

사진 찍기를 극도로 꺼리지만 알고보면 인간적이다.
연주 후 무대인사는 정말이지 90도를 넘어 거의 부복한다.
정명훈 표현을 빌리자면 집시 같은 자유인이지만 잡는 손이 따뜻하단다.
어디 이 말이 신체적 체온을 말하겠는가?

연주회 성공 관건은 관객과 교감 여부다.
유독 교감이 빨리 오는 자가 있으니 아르헤리치가 그렇다.
숫기가 없다보니 성큼성큼 걸어 나와 꾸벅~인사하고는 곧바로 연주에 들어간다.
파닥파닥 살아 숨쉬는 연주로 시셋말로 초장부터 휘어잡는다.

그녀는 자유분방에다 유별난 예민함,,그리고 독선도 강하지만 이는 여느 대가의 공통적인 속성이니 넘어가자.
분노하곤한다.
당연 분노는 아르헤리치식 휴머니즘의 출발이다.
80년 쇼팽콩클 심사위원이였을 때는 이보 포코렐리치(Ivo Pogorelich,52)가 본선 진입에 탈락하자,
심사위원 자격을 내던지고 그의 스폰서가 되었다.
덕분에 포코렐리치는 우승자 당 타이손(52,베트남,쇼팽 최초 동양인 우승자)보다 단숨에 명성을 더 얻었고,
지금은 50대 빅3 대열에 섰다.
2002년 임동혁의 부조니 콩클 반항 사건 때는 '인종차별 주장'하며 그의 후원자가 되었다.
그녀의 음악 친구들은 서부유럽이 아닌 클래식계 아웃사이더 출신들이다.

아르헤리치 음악을 설명한 글 중 이보다 적절한것 못봣다.
전적으로 동의하기에 옮겨본다.
피아니스트 김주영이 이번 프로그램 책자에 남긴 글이다.

/어느 작품을 다루든지,충동에 가까운 본능적 에너지를 자유자재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르헤리치를 능가한 연주자는 아직껏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작곡가와 호흡보다는 연주자의 어조가 전면에 나타난다는 점이 그녀 예술의 처음이자 끝이다./

그녀을 보면 'Don`t Cry For Me Argentina'가 생각난다.
내년이면 칠순이다.
언제 그녀의 연주 인생이 끝날지 모른다.

내년도 볼수 있을까.........................................................여제 폐하 만세!




마지막 곡은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비창을 3대 교향곡이란데는  다 이유가 있다.
운명 교향곡이 1~4악장에 이르기까지 긴장의 연속이듯 비창이 그렀다.
불안에서 시작해 슬픔,갈등으로 치닫는 1악장,
슬픔 조차도 우아한 2악장,
휘몰아치며 혼을 빼놓는 행진곡풍의 3악장,
음악사상 가장 우울하다는 Adagio lamentoso(느리게 비탄에 잠겨)의 피날레까지 말이다.

비창은 차이코프스키의 유작이다.
초연 후 8일만에 세상을 떴다.
비창 명칭은 초연 다음날 동생의 생각에 따라서다.
비창(Pathetique)은 한 인간의 서원같은 게 서려있다.

차이코프스키는 조카에 쓴 편지에서 이리 썼다.
/나는 영혼으로 작곡했다..도중 자꾸 누물을 흘렸다.. 이 교향곡은 내 모든 작품 중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가장 진지한 곡이다...난 이처럼 사랑한 곡은 없었다..../

러시아인에 우스갯소리로 이런게 있다.
1)영하 40도는 추위도 아니다.
2)보드카 40도는 술도 아니다.
3)400키로는 길도 아니다
러시안적 스케일을 이르는 말이지만 이면에는 삶의 고달픔이 베어있다.
스스로 자랑스러워 했고 결국 유작이 되버린 '비창'이 딱 그렀다.
장대한 음악적 구조 속에 실은 한 개인의 실존적 비원같은 거 말이다.

베토벤이 합창교향곡에 그의 시를 차용했고 괴테의 둘도없는 친구였던 실러(1750-1805)다.
그 실러는 이리 말했다.
/예술가는 그 시대의 아들이다/

차이코프스키가 처한 시대는 러시아 역사에서 변혁기였다.
톨스토이,토스토에프스키도,체홉도,투르게네프,고르키의 명작도 그 러시안 변혁기의 산물들이다.
당연,동시대를 살았던 차이코프스키의 비창교향곡도 그렇다.  

차이코프스키의 말이 당시를 웅변한다.
/예술가란게 얼마나 행복한 사실인가,이 음산하기 짝이 없는 시대에
예술만이 짓눌린 현실로부터 벗어날수있다는 사실이.../

그들에게 예술은 도피 장소였고 비창의 시대적 모태이기도 했다.

차이코프스키 죽음 또한 시대적 중압에서 벋어나지 못했다.
지금까지 사인은 비창 초연 후 끓이지않는 물을 먹어 발병한 콜레라였다.
최근엔 소련 문부성의 면밀 조사를 거쳐 사인이 바꿨다.
학창시절 지인들로 부터 가해오는 정신적 압박에 따른 자살로.
당연 차이코프스키의 평소 지니던 우울증이 '플러스' 되었을 거구.

그는 제자와 결혼하고 얼마 후 자살을 기도하고 결국 이혼했다.
차이코프스키는 음악사 공인 동성애자이다.
음악가 길을 걷던 이전, 법대를 다니던 시절 대학 기숙사에서 동성애가 시작된 것이다.
동성애 파트너들은 검사 판사를 거쳐,러시아 대표적 지도자가 되었다.
당시 동성애 등 사밀한 치부를 은폐하려고 차이코프스키에 압력을 가했다는.

그래서 초연 후 8일만에 사망한 것을 두고 비창을 음악적 유언으로 해석하곤 한다.
이는 좀 오버다.
분명 작곡 즈음,차이코프스키의 즐거운 삶을 증언하는 기록도 있다.

다시 피아니스트 김주영 말을 들어보자.

/ 살면서 느끼는 비창감에 대해 이 작품보다 더 절절한 건 없다.
  비창이 자신의 진혼곡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도 좋치만 그의 음악적 완숙기가 낳은 오케스트레이션의 정점으로 보는 관점도 좋다.
  인간의 희노애락 중 슬픔에 대한 환상곡풍의 교향곡으로 바라보는게 어떨까?/


다시 각설하고~~~

비창의 백미인 4악장에서의 산만함을 제외하면 서울 시향연주는 기대 이상이다.
횡대로 길게 늘어선 11명의 금관 주자 배치는 마치 이벤트 같다.
여느 교향곡에서 보기 힘든 금관 뒤의 팀파니,공, 큰북의 타악도 별미다.
우리의 징과 같은 공(gong)은, 범종의 긴 파장처럼 약음(弱音)이 신비롭다.(4악장서 끝부분)

팁)팀파니는 가마솥 형태의 놋쇠 위에 가죽을 씌워 만든다.
    페달이 있어서 음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으나 번거러워
    미리 음높이를 조절해 놓은 3 ,4개의 팀파니를 주자 앞에한데 모아둔다.

앗! 일 아닌 일이 터졌다,,,뭐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휘몰아 치는 3악장이 끝나자 흥분한 관객들이 우뢰와 같은 박수를 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신나서 몸이 반응한 것을.

사실 연주자 따로 관객 따로,,,관객은 연주자를 신전의 사제처럼 받들고,,,,
이런 연주자 중심주의는 20세기 초 한계에 부닥친 클래식계의 위기 모면책이기도하다.
요즘 원전연주니 뭐니 하는 것도.
더 나올 명곡이 없으니 연주 기법을 극한으로 몰아가 관객을 수동화 시키는거.

악장 간 박수,,,요거 참..............
그래도 현실인란게 있는지라 에브리바디,딱 3초,,,그 기다림의 미학을!

2년전 비창을 비창스럽게 들을 때가 있었다.
비창의 초연은 차이코프스키 지휘로 상트페테르부르크 오케스트라였다.
그 상트페케르부르크 오케스트라가 예당서 '비창'을 연주한 것이다.

지휘는 유리 테미르카노프였다.그가 누구인가?
베를린 필에 카랴얀,NBC에 토스카니니라면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므라빈스키다.
므라빈스키 50년 장기집권 후 바톤을 받은 이가 단원 만장일치로 선택된 유리 테르미카노프다.
밀도 높은 현,역시 강한 금관,,,원어민에 듣는 비창이니 다를수밖에.

음악도 현장성이 있다.
'비창'은 유독 더하다.
음반으로도 비창에 빠질수있지만 여기엔 듣고싶은 욕구가 전제되었을 때다.
현장서 듣는 비창은 듣는이의 그 어떤 기분상태와도 관계없이 영혼을 앃어놓는다.

장장 50분여,,,시간은 쏜살로 흘러가고 어느새 피날레의 적막감에 멍하다.
조종(弔鐘)을 알리듯 공(gong)의 파장이 일고,,,
정막으로 빨려드는 현의 피키카토는 늙은 수도사의 임종의 숨결이다.

  
여담하나~~~~

2000년 초중반 정명훈이 도쿄 필하모니 상임지휘자 시절이다.
그는 자신의 포디움 앞에 연주자들이 볼수있도록 큰 삽을 하나 모셔두었다.
왜?
삽처럼 음을 깊게 파라는 거다.
이게 삽질의 원뜻이다.

몇년전 우리 지역구 지방의회 출마자 사무실에 플랑카드가 걸렸는데 큰 삽을 들고있더라.
출퇴근할 때마다 올려 보며 실실 웃고 또 웃었다.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데, 어찌하라 대중에게 삽집은 이미 헛발질의 동의어가 되어버린 것을.
알고 보니 그분은 70이 다된 컴맹이였다는.
삽질은 시대와 함께 진화했다.
이씨의 위대한 4대강 삽질을 거처,급기야 검찰 로고에도 삽이 들어갔다.

조심할지언저!
차이코프스키도 50대 초반 음악적 절정기에 권력의 삽질로 갔다.


보너스~~

세종홀 벽면에 걸린 주빈메타(1936~) 인도 봄베이산이다.

쿠르트 마주어(1927~),,,장영주와 녹음도 했다.

20년간 보스턴심퍼니를 이끈 세이지 오자와,,,암투병 중.

Martha Argerich, piano


3악장 Allegro vivace

National Philharmonic Orchestra

Warsaw(바르샤바)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intotheself
    '10.4.15 12:22 AM

    wrtour님

    그 날 같은 공간에 있었군요.

    저도 작년에 그녀의 음악을 듣고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꼭 다시 듣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디행히 금요일이라 이번에도 들을 수 있었답니다.

    덕분에 집에서도 슈만을 자주 듣게 되네요.

    내년에 아들이 대학에 가면 저 자신에 대한 선물로 벳부에 가고 싶다고 생각햇는데

    알고 보니 시기가 중,고등학생들 중간고사와 거의 겹쳐서 마음을 접었습니다.

    내년에도 그녀의 연주를 들을 수 있길

  • 2. 변인주
    '10.4.15 1:05 AM

    아주 재미있고 솔직한느낌의 글이라 단숨에 읽고 입가엔 즐거운미소가 생기게 하시네요.

    공의 소리을 얘기하는분 거의 없는데....

    추수감사절 터키옆에 있는 크랜베리소스처럼
    파스타위에 올려진 배이질 한잎처럼
    추어탕의 산초가루처럼
    음악에서도 조연악기의 위치가 그음악을 살리는경운 (딱 맞은 박자와 강약의 소리로)
    갑자기 사랑에 들뜬맘이 됩니다. 그래서 그여운은 또 오래가고요.

    나이들어가니, 주인공보담 조연으로 잘 살아야지 다시 다짐합니다.

    오늘 출근전에 82에 들어온게 행운이군요. You make my day! 라는 인사로 대신.

  • 3. 수늬
    '10.4.15 1:52 PM

    생생한 공연후기와 역사를 넘나드는 생생한 글 실실 웃으면서 감상 잘했습니다...ㅎㅎ
    곡만들었지..아티스트들의 사생활 내지 역사등등 무식;;한 저는 어찌나 재미났던지요...
    아르헤리치와 뒤트와와 정경화의 삼각관계라든지...(이상하게도 파가니니 바욜린소나타는
    뒤트와와 아카르도콤비음반밖에 안보여서 이분한테 관심이 갔었거든요..)
    비슷한느낌은 있지만 미켈란젤리보다 좀 더 빠르게 연주하는 아르헤리치가 제자였다던지..
    하는 내용요..(실은 오래전에 알았던거같습니다;;몇년동안 음악잘안듣고 요리만 열심히
    보다보니 까마득히 잊은..) 글 보며 저 자신한테 반성도 하게 되네요...
    아는만큼 더 들리는게 맞을건데 말이어요...

  • 4. wrtour
    '10.4.15 9:47 PM

    인투님~
    그러셨군요,작년에도 올해도 같은 공간에요.
    아르헤리치가 오는 한 또 그러하겠죠?
    산토리홀,벳부 맞춰들 가죠^^

    변인주님~~
    올만이신데요.
    젊은 시절 무대 체질이셨죠??ㅎ
    즐거워하시니 제가 더 기쁩니다~~^^

    수늬님도 올만이시네요^^
    어서 그림도 그리시구요 ㅎ
    이렇게 음악적으로 소통할수있다는게 행복입니다.
    늘 늘 감사하구요~~^^

  • 5. 노니
    '10.4.15 11:49 PM

    음 ~주책아줌니 음악회따라잡기 안내장을 연주장에 비치해 두어야 한다니까요?
    박수치기 아주 유용할텐데~^^
    아르헤리치 음~ 다음에 아는척할때 한마디 거들어 봐야겠는걸요?^^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 6. 하늘재
    '10.4.16 3:01 PM

    이젠 음악을 즐기며 한다는 여제의 모습이 더 없이 아름다워 보이는데요....
    누구나 젊은 시절엔 치열한 목적 의식에 소중한것을 놓치기 일쑤인데...
    다 이룬자의 여유 일수도 있겠지만
    진정한 여제의 자리로 가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언제나 풍부한 얘깃거리를 제공해 주시는 wrtour님께
    감사를~~ㅎ

    맞아요!!
    등 따숩고,, 배 불러야,,,,ㅎ

    腦는 죽어도 뱃속이 살아있는한 腦死라는 이름으로 살 수 있지만..
    뱃속이 죽어 버리면 腦는 자동으로~~~~ㅎ
    그래서 위장은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 소크라테스보다 더 위....대...해요!!ㅎㅎㅎ

    노니님 얼른 안내장 비치해 놓으셔요~~
    쓸데없는 긴장을 하게 되더라구요,,, 형식이 중요한것이 아닐진대 말이죠,,,

    음악이든,그림이든 생각의 틀에 스스로를 가두기 보다
    느껴지는 대로 즐기면 그만인것을... ,,,ㅎㅎ

  • 7. 열무김치
    '10.4.16 4:39 PM

    오늘은 산 대신 음악회를 정복하셨군요 ^^
    우수의 집시에서 아름다운 백발마녀가 되신 피아니스트 이야기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자랑스러운 한국인...정명훈씨..........
    자랑스럽지 않은 일화로 제 가슴을 아프게 한 사건이 있어서 아직도 저를 갈팡질팡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마음속으로 부터 존경하게 되는 예술가를 만나기는 참으로 힘들어요.
    아니면 제 마음의 기준이 되는 확고한 신념을 세운다는 것이 어려울 지도 모르겠네요.

  • 8. toto
    '10.4.17 6:03 PM

    긴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그날 그자리에 있었는데

    미리 알았으면 into.님 얼굴이라도 뵐것을... 아쉽네요.

  • 9. wrtour
    '10.4.18 1:54 PM

    하늘재님~
    비온세님~
    toto님 감사합니다.행복한 한주 맞으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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