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오월의 햇살이 눈부시게 아름답던 날
제주의 두모악 갤러리를 찾았었는 데...
제주를 생각하면 늘 내 가슴으로 남아 있는 공간인 듯 하다.
이 두모악 갤러리는...
올해로 3번째의 제주 방문길에 삼달리 마을로 찾아 들었다.
기후 변화가 심한 제주도의 한 날처럼 이날도
하늘은 흐리고 어김없이 바람이 불었다.
재작년 방문때 보지 못한 모자쓴 한 소녀와 곱게 핀 수선화가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자리의 주인공이 얼렁 일어나
정겹게 두 손을 잡아 줄 것만 같은 김영갑 선생님의 빈자리...
이심전심이었을까 잠시 창가로 든 한 줌의 빛에 마음을 건네본다^^
두모악만이 갖고 있는 체취가 느껴지는 갤러리안에는
오늘도 고요한 침묵이 흐르고..그 앞에 선 내게는 가슴 저미듯
떨려오는 전율의 파문이 온 몸을 감싸 안는다.
첫 방문때 놓쳤던 작은 것 하나라도 고스란히 감싸 안고 싶어
찬찬히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겨 본다.
창틀과 작은 문사이로 보이는 나무 하나 하나에도
깃들여 있는 김영갑 선생님의 숨결이 느껴진다.
눈쌓인 오름의 부드러운 곡선에 매료되어 숨을 죽여가며
내 발길에 간간히 들려오는 돌소리에 잠시 나를 일깨워 가며 작품을 바라 보자니
또 다른 깊은 제주의 숨결이 들려오며 한 손에 들린 사징기가 부끄러워 진다.
갤러리의 오른쪽 공간을 돌고 왼쪽 갤러리로 가는 중에
조심스레 뒷뜰로 나가 보았다.
마당 뜰에 놓여진 소품 하나 하나가 귀중스레 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쌀쌀하게 불던 봄바람조차도 잠시 쉬어가듯 뜨락에 내려앉은
그 곳 그 자리에는 돌과 나무와 바람의 정적조차도 의미를 부여 하는듯이 보인다.
뒷 뜨락에서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갤러리로 들어섰다.
자그마한 창가로 든 한줌의 빛줄기에 놓여진 나무 책걸상이 정갈해 보인다.
작품 하나 하나에 녹아있는 제주의 숨결~ 바람과 하늘과 그리고 황홀한 색감들...
그 환희로움에 숨이 멎을 것만 같다.
작품에 빠져있는 어느 올레꾼의 등뒤에서 나는 작품과 하나되어
바라보는 한 사람의 시선까지도 함께 해 보는 시간까지 갖는 호사를 누린다.
보고 또 보아도 제주의 귀한 숨결을 함께 한 한 영혼과
그 목숨을 바쳐 담은 그 작품속에
담겨진 작품의 깊이를 느꼈노라 보았노라 하기에는
너무도 죄스러운 심정으로 아쉬움을 내려놓고 다시 뒷뜰로 나섰다.
새로히 꾸며진 두모악 찻집이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서니 향긋한 커피내음이 찻집 가득하고
찻집 창문으로 내다 보는 그곳에 소리없는 힘찬 아우성이 들려 오는 듯 하다.
일찌감치 길을 나서서 들른 두모악 찻집에서
몇몇 올레꾼들의 올레길 이야기가 한참이다.
들뜬 여행길의 행복을 커피 한잔과 함께 하는 듯 하여
보고 듣는 나도 어찌나 행복하던 지~~~^^
이렇게 두모악갤러리의 두번째 방문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는
하늘은 더욱 더 짙은 회색빛으로 내려 앉고
갤러리 입구에 앉아 묵상에 잠긴 조각품과 함께
나는 누구인가....잠시 깊은 상념에 젖어 본다.
뒤돌아 서서 언제 또 찾아 들지 모를 아쉬움속에
다시 또 찾는 날에는 내가 더 성숙한 시선으로
김영갑 선생님의 작품속에서 더 깊은 제주의 숨결을 느낄 수 있기를
간절한 소망을 안고 두모악갤러리를 뒤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