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유일하게 늦게 일어나도 되는 날인데 저절로 눈이 떠져서 조금은 억울해하다가?
이왕 일어났으니 하면서 멘델스죤의 피아노 트리오 음반을 걸어놓았습니다.
여러번 들었어도 역시 좋은 곡이라 귀를 적시면서 몸이 아주 깼지만 그래도 제겐 새벽같은 시간에
벌써 도덕의 계보학 요약하는 숙제를 시작하기엔 몸이,마음이 움직이지 않네요.
그렇다면 하고 어제 정리하다 만 샤갈미술관을 마저 정리하기로 하자,그렇게 정하고 들여다보고 있는 중입니다.

니스의 샤갈미술관과 마티스 미술관에 간 날,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술관밖의 아름다운 정원에서 거닐거나 사진에 담거나 하는 일은 못하고 말았지요.

그 대신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인데요,여행중에 평소와는 색다른 에너지를 더 발산했던 자전거님입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면 약방의 감초처럼 꼭 들러서 엽서를 사거나 책을 구하거나 하는데
마침 이 날 문을 닫았더군요,아쉬운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내부가 예뻐서 한 장 찍어보았습니다.

기독교인이라면 샤갈의 그림에서 색채만이 아니라 의미를 더 보겠지만 제겐 샤갈하면 역시 색채의 화가란
점에 주목하게 됩니다.이 곳에 그가 그린 성화가 전시되어 있다는 것을 듣고 오래 전부터 한 번 와 보고
싶었던 곳인데 드디어 그의 그림을 만날 수 있어서 발걸음마저 빨라지고 있었는데요
이미 안에 들어와서 그림을 본다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더군요,상당히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어제 밤의 일인데요,수업중에 해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영어인용문이 나왔습니다.한 아이에게 그것에
대해 설명을 해주니 그 아이가 물어보네요.그런데 선생님은 교회에 다니지 않는데 어떻게 성경에 나온
구절이라고 아세요?
오래전 교회에 다니던 시절,그 때 열심히 읽었거든,그리고 영문학하는 사람에겐 성경이 필독서라서
종교와 무관하게 읽어야 하기도 하고.그리고 이 구절은 워낙 유명해서 성경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다 들어본 말이기도 할테고.
아직은 어려서 선생님은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이상한 미신!을 갖고 있는 이 아이에겐 역시 선생님은
별난 사람이란 확신을 또 한가지 추가하게 생겼네 하고 속으로 쓰게 웃었는데요,어린 아이들의 이런 순진한
믿음이 깨지는 날,그때 비로서 아이들과 진짜 관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닐까요?


마침 도덕의 계보학 두 번째 논문의 내용이 죄의식에 관한 것이라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죄의식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인가에 대해서 니체의 의견에 반박하는 사람들,그렇다고 생각을 다시 하게 되는
사람들,나의 죄의식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를 새롭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요.
월요일 수업중에 만나는 사람들은 이 논문을 어떻게 접근하면서 읽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들에 대해 칼날을 들이대는 사상가를 만난 것이 제겐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눈으로 제가 믿고 있었던 개념들을 뒤집어 보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루니 강의가 끝나고 나면 니체 세미나를 해보지 않겠는가라는 수업의 동료말에 귀가 솔깃해지더군요.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내던 원전읽기,역시 모이면 힘이 생기는 것일까,그것도 원래 있던 힘까지만이 아니라
원래 없던 힘도 생기는 그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스터디에는


이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묘하게 세잔의 색채가 떠오르네요.
이렇게 사진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샤갈의 진짜 색채가 전달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그 곳에서 만난
그림들을 다시 떠올리는 효과는 누리고 있는 중입니다.그런데 문제는 그 미술관에서 찍은 사진이 너무
많아서 정리가 쉽지 않네요.
일요일 아침은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일단 끝내야 할 것 같습니다.그래도 일찍 일어난 덕분에
미루고 있던 여행의 마무리에 한 발 더 다가간 기분이 들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