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깨어나면 늘 아침이라니,무슨 제목이 이런가 의아한 사람도 있을 것 같네요.
실은 지난 화요일,소설을 빌리러 대화도서관에 갔다가 미리 점찍어둔 소설을 골라서 나오는 길에
도서관 서가의 끝에 고르다가 마음이 변한 사람을 위해서 놓아두고 가라고 마련한 것인지 작은 공간이 있는데요
그 위에 놓인 한 권의 책에 눈길이 끌렸습니다.
제목이 바로 자고 깨어나면 늘 아침이라고 새겨진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였습니다.
그래? 그 자리에 서서 뒤적이다가 한 권을 빼고 이 책으로 바꾸고,다시 걸어나오다가 눈길을 확 끄는
퀴즈쇼란 제목의 소설(소설가 김영하의 작품인데요 늘 자리에 없어서 오래전부터 읽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이제까지 못 만났던 소설이었거든요)을 만나서 다시 책을 바꾸어 온 이상한 날이었습니다.
도서관에 수업하러 나가는 길에 들고 가서 혼자 읽기 아까워서 공부하러 온 아이들에게 교양강좌시간이야
이렇게 말하면서 한 꼭지씩 돌려서 읽게 하기도 했지요.
지금의 아이들에게 이 판화와 글이 어떤 느낌일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이런 사람이 살아가고 있다고
언젠가 커서 글을 만나면 멈추고 돌아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지요.

오랫만에 그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다른 판화편지 소식도 읽어보게 됩니다.

도서관 안에서 우연히 만난 한 권의 책덕분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때로는 기분좋게,때로는 마음이 찔리면서
때로는 아하 소리를 내면서 책을 읽은 날들이었습니다.그리고 after로 다시 그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새로운 글과 만나게 되기도 하고요.

금요일하루 ,그리고 토요일 아침 내내 오랫만에 올라온 친구와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려가면서 그 친구가 말을 하더군요.(학교 선생인 친구라서) 여름과 겨울 방학에 한 번씩이라도 이렇게
올라와서 새로운 기운을 맘껏 누리고 가고 싶다고.
방 하나 비우고 언제라도 잘 수 있게 할테니 오고 싶으면 연락하라고 말을 하면서 가는 길 배웅하고 돌아오던 길
대학생이 된 첫 달에 만나서 지금까지 함께 한 세월이 눈앞에 지나가더군요.
그녀와 함께 한 시간에 만난 모네에서 피카소까지,처음 들었던 관악기만의 향연,작년에 제가 만난 최고의
지휘자 두다멜과 그가 자란 엘 씨스테마에 대해서 함께 보기,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그가 취임한 LA오케스트라
공연과 다큐멘터리,그리고 아침먹고 나서 도서관에 가서 도서관을 보여주면서 그녀가 퇴직하면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이야기나누던 시간들,참 꽉찬 시간을 보내고 나서 내려가는 그녀를 보아서일까요?
당신의 미술관이란 책을 한 권 선물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네가 채우고 싶은 네 미술관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요.
여름에 만나면 무슨 그림으로 미술관을 채우고 싶은가 이야기할 수 있겠지요?
자고 깨어나면 늘 아침이겠지만 그 아침이 어떤 아침이 될 것인지는 우리들 마음속의 상태에 따라
다를 것 같네요.좋은 아침이 될 수 있도록 그렇게 맑은 마음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 일요일 아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