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한 달 동안 마음이 참 힘이 들었습니다.
무엇을 쓴다는 일이 이렇게 마음의 평화가 필요한 일이었다는 것,그렇다면 그간 몇 년간 여러가지 일이
있었어도 참 평화롭게 살아온 것이었구나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 정도로
혹독하게 마음 고생을 한 시간이 지나고,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요
아들이 입시에 실패한 것,그 자체가 힘들었다기 보다 (학교를 정하는 중에 함께 의논한 것이고
물러서지 않는 어떤 선을 지켜주고 싶었기 때문에 그것이 문제는 아니었지요) 수험당일 이후
재수학원에 등록하고 처음 간 날까지의 일상생활이 제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
그것으로 인한 마음속의 폭풍을 감당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할까요?
개인적으로 하는 공부는 그래도 해나갈 수 있었지만 그 이외의 일에서 뭔가 기력이 다 빠져저린 느낌이랄까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일인가,에너지를 내기가 어려웠고 한 번 그렇게 시작한 일이 가속도가 붙어서
점점 더 힘들게 느껴지던 날들의 회색빛이 생각나네요.

everymonth에 올라온 캘리님의 녹턴곡을 듣던 날 휘슬러의 그림을 보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검색해서 그의 그림을 찾아서 보는 일까지는 되지 않더군요.그 때의 충격이 생각나네요,
마음이 원하면 바로 그것에 손이 가던 제게 그렇게 생각과 실행사이의 거리가 멀게 느껴지던 날의
그런데 오늘 이탈리아 여행기에서 만난 모란디란 이름에 마음이 반응하면서 드디어 그림을 찾아보게 된
그런 자연스런 기운이 고마워서 그림과 더불어 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번 교보문고에서 이탈리아어 책을 보면서도 마음속에 열정이 생기지 않아서 그저 뒤적뒤적하다
그냥 두고 나왔던 날이 기억나는군요.
그런데 오늘 글속에서 이탈리아어 기본을 하고 가니 여행지에서 훨씬 좋았다는 글에 제 마음이 드디어
반응을 하는 것을 보고는 아하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아비뇽까지의 여행기를 끝으로 미루어두었던 여행지의 사진도,금요일에 시간내어 배우려고 했던 사진도
이제는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드는 목요일 오후

감사한 마음으로 그림을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