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그림을 보느라 떨어져 다니기도 하면서 그림을 보았지요.배가 고프고 ,다리가 아파서 더는 어렵다고
느낄 때까지 전시장을 돌아다니다가 이런 일을 누가 시켜서라면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을까?
갑자기 웃음이 나왔습니다.
미술관에서 저를 만나는 사람들이 웃으면서 놀리는 말,미술관에서 보는 저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는 모양입니다.아무래도 보고 싶은 작품앞에서 눈이 반짝이고 걸음이 빨라지는 것일까요?
미술관에서 새롭게 익힌 이름중에 Simon Hantai"가 있습니다.그는 헝가리 출신의 화가로 프랑스에서 활동을 했다고 하네요.
폴락밑에서 그림 공부한 적도 있다고 하고요.그의 화면에 압도되어 한참 바라보다가 누구일까 궁금해서
이름을 적어두었고 그의 바이오그라피를 읽고 메모를 했지요.
마침 메모한 노트를 가방에서 발견해서 다시 보고 있는 중입니다.


헝가리출신의 화가가 부다페스트에서 미술을 익히고,그 다음에는 초현실주의적인 기법에 경도되기도 했다고
하네요.그러다가 이태리 여행을 할 기회가 있었고 그 다음에 파리에 와서 정착을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 때 그의 전시회를 주도했던 사람이 앙드레 브레통이라고 하니 ,그가 헝가리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왔을까를
상상하게 됩니다.

또 한 화가는 Hans Hartung인데요 그는 독일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 화가로군요.
샤를 드골 공항에서 내려 RER(우리나라로 치면 국철이라고 하더군요)로 갈아탔을 때 기차안의 사람들이
백인이라기 보다는 다른 곳에서 이민온 사람들이 주로 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들 사연을 안고 모든 것이 낯선 곳에 정착하러 왔겠지요?
이상하게 슬픈 느낌이라고 할까? 감정이 편하지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 화가에 대해선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그러니 무슨 선입견이 있을리가 없지요.그래서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그래서 더 끌렸는지도 몰라요.한 발 차이,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어떤 정신상태인가,몸상태인가에 따라서
같은 장소가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올때도 있고 어떤 사람이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같은 그림이 전혀 다른 인상을 줄 때고 있고요.


나중에 여러번 들러본 아트 샵에서 그를 다룬 한 권의 책을 만나기도 했습니다.그 때 반가운 마음에 책을
읽어보기도 했지요.아마 전시장에서 그의 이름이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더라면 수없이 많은 책들중에서
그 책을 일부러 골라서 읽는 일은 어려웠겠지요?
그런 한 번의 마주침이 참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그런 한 번의 깊은 인연으로 그 화가는 어디서
발견해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그런 존재가 되는 것이니까요.
물론 그 때는 현장에서의 그런 강렬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그런 이름이 되어 있을지는 모릅니다.
그래도 한 번 만나서 진하게 그의 그림앞에서 서성인 적이 있다는 것은 아무런 경험이 없는 것과는
전혀 다른 존재감이 있다는 것,그래서 미술관에 직접 가서 본다는 것이 갖는 힘을 느낀다고 할까요?

메모한 화가중의 또 한 사람은 나탈리아 곤차로바라고 러시아 큐비스트라고 소개된 화가인데요
그녀의 그림이 퐁피두 센터에 정말 여러 점 걸려있더군요. 이미 전에도 걸려있었는지 그것은 모르지만
이렇데 여러 점이 걸려있는 경우도 흔지 않네라고 느낄만큼 그녀의 그림이 많아서 인상적이었습니다.
큐비스트라고 소개되지만 사실은 다양한 그림이 많아서 그런 변화가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릅니다.


덕수궁 현대미술관 전시중에 남미의 그림이 걸렸던 적이 있습니다,그 때 폰타나의 그림을 처음 만났었는데요
화폭을 찢은 흔적을 남긴 그림이 인상적이었지요.이번에 산 그림엽서중에 그의 작품이 두 점이나 들어간 것을
보면 서울에서 만난 그의 인상과 퐁피두에서 본 인상이 겹쳐서 더욱 증폭된 셈이었을까요?
캔버스의 색감과 칼의 방향을 어디로 그었는가에 따라서 각각 느낌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까짓 것 나도 할 수 있겠다라고 말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는듯하네요.
그런데 그까짓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결과를 보고 나서 할 수 있는 말이겠지요?
이렇게 노트를 따라서 화가 한 명 한 명을 다시 반추하다간 끝이 없을 것 같네요.
오늘은 이것으로 그치고,라디오에서 나오는 김현희의 바이얼린곡을 제대로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린 나이의 바이올린주자의 소리라고 믿을 수 없는 연주를 현장에서 한 번 듣고 그녀를 주목하게 되었는데
마침 라디오에서 공연실황을 들려주고 있어서요.
이것은 오늘 눈이 준 선물이로군요,수업을 못간다고 연락을 했으나 알고 보니 다른 사람들도 눈때문에
수업에 못 온다고 해서인지 휴강이라고 하길래 마음편히 월요일 저녁시간을 즐기고 있는 중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