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트르 성당이나 아니면 의견을 맞추어서 다른 곳으로 가보자고 했습니다.
(비행기를 따로 따로 탔기 때문에 여행에서 처음 만나는 날이 바로 25일이었거든요)
그런데 캐롤님이 민박집에서 정보를 구해서 퐁피두가 크리스마스에 문을 연다는 것을 알았고
비행기에서 내려서 보람이의 집으로 오는 도중 지하철역마다 선전을 하고 있는 피나코텍의 17세기 황금기의
렘브란트 그리고 베르메르를 비롯한 네덜란드화 특별전시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보람이는 이 전시표지를 보고는 엄마가 좋아할만한 전시라고 생각하여 포스터를 보라고 하더군요.
마침 크리스마스에도 문을 연다고 해서 그렇다면 교외로 나갈 것이 아니라
두 곳을 가자고 서로 연락하여 (자동로밍을 해서 휴대폰을 갖고 간 것이 문자로라도 서로 연락할 수 있어서
도움이 크게 되었답니다.)
지하철 노선도를 챙기고,퐁피두를 찾아갔습니다.
열한시에 문을 열어서 밤 아홉시까지 개장하는 퐁피두에는 열한시가 못 되어 도착했기 때문에 느긋하게
니키 드 쌩팔과 장 탱글리의 스트라빈스키 분수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겨울이라 조금 황량한 느낌이었어도 사진을 찍으면서 이리 저리 둘러보고 있는데 한 여성이 말을 걸어옵니다.
사진을 찍어달라고요.
일본인인지 중국인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아서 물어보니 상하이에서 혼자 여행온 여성이라고 하네요.
30세가 조금 못 되어 보이는 그녀는 사진을 한 번 부탁했지만 한 번 더 포즈를 취해도 된다고 하니
기뻐하면서 이야기를 걸더군요.
이번 여행에서 언어와 운전이 사람을 얼마나 자유롭게 하는가를 느꼈습니다.그런데 운전을 못하는 저는
반절의 자유가 없는 셈이더군요.이제부터 운전을 배워야 하는가 아닌가로 사람들 사이에 이야기가 풍성했고
다시 배우기 어렵다면 운전을 잘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여행를 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식으로 결론을
내고 말았지만 한 번 더 생각할 거리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술관의 문이 열렸지만 함께 만나기로 한 사람들이 아직 도착을 하지 않네요.먼저 들어가서 그림을 보고
있겠노라 문자를 보내고 우선 4층으로 올라가서 둘러보았습니다만 여전히 4층은 제겐 좀 버거운 그림들이
많았습니다.전위적이라고 해야 하나,생각거리를 많이 주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거기까지 마음이 확
열리지 않는 전시를 보면서 어찌 보면 화가들은 우리들보다 촉수가 발달하여 삶의 고민을 먼저 포착하고
아파하면서 문을 열어가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그 다음 올라간 5층에는 제가 보고 싶었던 그림들이 걸려 있었습니다.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세 번째
오는 퐁피두인데도 그림이 마치 처음보는 것처럼 낯선 것도 있고 예전에 와서 감동을 받아서 다시 보고 싶다고
하던 그림들앞에서 그저 그런 느낌을 받아서 그 전에 왜 그렇게 끌렸을까 의아하게 생각하던 그림도 있고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된 그림들도 있고,새롭게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들도 있었다는 겁니다.
세월에 따라 그 자리에 그림은 그대로 있어도 내가 변하면 그림도 달라보이는구나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

NICHOLAS DE STAE"L 마지막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이 화가의 그림에 이상하게 마음이
움직였습니다.집에 와서 제일 먼저 찾아보는 화가인 셈이네요.


카메라에 다시 보고 싶은 화가들의 이름을 담았는데 27일까지의 기록이 보람이에게 부탁하여 USB에 옮겨놓았지
만 그 과정에서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사라져버렸네요.
그래서 기억을 되살려서 그림을 찾아보아야 할 형편이지만 그것은 그것나름으로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이번에 주목해서 보게 된 화가중의 한 명이 소니아 들로니입니다.
그녀의 그림보다 로베르 들로니의 그림을 먼저 알았지만 이번에는 그녀의 그림앞에서 더 자주 서성거리게 되었는데요
특히 그녀의 초상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인터넷 상에서는 초상화가 제대로 나와 있지 않아서 소개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군요.

그녀의 그림에 주목하게 된 것은 스페인에서의 만남이 계기가 되었습니다.미술관에서 그녀의 그림을 보고 나서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고,그래서일까요? 책에서 만나면 반가운 마음에 자꾸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에밀 놀데의 그림 한점,밖에 걸려있는 작품이었는데 왜 이 그림을 밖에 걸어놓았을꼬 싶은 (이것도 편견이겠지요?
안에 걸려있는 것과 밖에 걸려 있는 것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련만)강렬함에 끌렸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합류하게 된 아템포님도 이 그림에 끌렸는지 표현주의 그림에 반응하게 되는 자신의
감상을 이야기하더군요.

놀데의 그림은 사용이 허용된 그림이 거의 없네요.함께 보면 좋으련만 왜 막아놓았는지 늘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5층에 들어가서 처음 만난 작품은 헬렌 프랑켄탈러였습니다.
그녀의 그림을 그 이전에도 보았겠지만 그 때는 누군지도 몰랐던때라서 기억에 남아있지 않는지
아니면 정말 못 보았는지 그것은 알 수 없지요.그 옆에는 조안 미첼의 그림도 있어서 어라 소리내면서
가까이 가서 보고,나오기 전에 아쉬워서 한 번 더 보기도 했습니다.
딱 한 점이었지만 그림에 대한 느낌은 오래 간직하게 될 것 같은 그런 그림이었지만 여기서는 찾을 수가
없네요.
대신 다른 그림으로 골라서 보고 있는 중입니다.


이 그림의 제목이 beginnings로군요.
새롭게 시작하는 2010년,제겐 오늘이 새해 첫 날인 기분이라서 제목에 눈길을 주고 있습니다.
월요일의 일본어 번역수업,그리고 자본론 세미나가 있는 월요일,그런데 눈이 너무 많이 내려 걸음을
망서리게 하고 있네요.
까망베르 치즈를 선물로 부탁한 동생이 가지러 와서 언니,오늘 서울 나갈 일이 있으면 포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을 합니다.그래? 밖을 내다보니 장난이 아니로군요.
그렇다면 어찌 해야 하나 고민하다보니 글을 쓰는 흐름이 끊어져버렸습니다.
퐁피두에서 본 그림들이 하도 많아서 한 번에 그림에 대한 인상을 다 말하는 것도 어렵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