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니체 강의를 들으러 정독도서관에 갔습니다.그런데 함께 차를 타고 간 일행 4명 이외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순간 당황했습니다.날씨가 추워서 다들 못 나오나 싶어서요.지난 번에는 제주도 강연이후
비행기의 연착으로 늦게 도착할 수 밖에 없었던 고병권선생님이 이번에는 먼저 도착하여 강의들을 사람들이
없어서 당황?한 표정으로 인사를 합니다.
일단 교실문을 열고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면서 기다리니 여기 저기서 사람들이 모여드는데
반가운 얼굴,낯선 얼굴,아니 여기 온 사람이 맞아? 싶을 정도로 의외인 얼굴들이 모여드네요.
이번 강의의 청중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두 명은 EVERYMONTH를 통해 소식을 듣고 온 여자대학생 한 명
남자 대학생 한 명이었는데요 그 모습이 아름답다고 느끼면서 언제 이런 자리에 제 아이들과 함께 올
수 있을까 살짝 (내심은 많이)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요.

강의를 강의안대로 하는 것보다 이야기가 곁길로 가서 원래 생각지도 못하던 것을 만나는 것에 더 의미를 두는
제겐 그런 스타일의 강의를 하는 고병권 선생님의 강의가 기대감을 갖게 하더군요.니체강의도
그리고 자본론세미나도
이번 강의에서 만난 것중의 하나는 이영희선생님의 팔순을 맞아 글을 쓰게 되어 외국학회 참가하는 길에 들고 간
전집을 읽다가 만난 사유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을 울렸습니다.
스승이란 누구인가,지식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각성을 주는 사람이라는 이야기,각성은 그것으로 인해
다시는 옛 삶의 방식으로 돌아갈 수 없도록 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사실 70년대 학번인 저도 그 선생님의
8억인과의 대화를 읽다가 느꼈던 충격이 되살아나더군요.
그것이 저를 각성상태에 빠뜨려 새로운 삶을 살도록 한 것은 아니지만 대학생활기간중 다른 삶을 선택한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놀라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 효과는 충분했었으니까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토대를 달리하는 사람들이 대화를 하기 어려운 이유,이영희교수에게 영향을 끼친 루쉰에 관한 이야기
루쉰을 연구한 다케미치 요시미란 일본학자에 관한 이야기,그 학자를 연구하는 중국인 학자 순거에 관한 이야기
이런 이야기가 제 귀를 확 열리게 한 날이어서 사실 화요일 강의는 그것만으로도 제겐 충분한 날이었지요.

강의는 다시 니체로 돌아가서 학자의 4가지 유형에 대한 이야기,학자라는 집단이 언제부터 생겨났는가에 대한
이야기,토대를 뚫고 사유한다는 것의 의미가 갖는 무서움,그리고 니체에 대한 일반사람들의 오해를 발견할
수 있는 많은 견해들,예를 들어 주인과 노예에 대한 것,초인에 대한 것,영원회귀 ,독일인에 대한 프라이드로
인해서 그들에게 마치 전체주의적 사고의 기반을 마련해준듯하게 오해되는 점등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수 있어서 우리가 잘 못 알고 있는 니체에 대한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고
제겐 아무래도 선행해서 읽었던 책들로 인해서 니체에 대한 이야기중 불쑥 불쑥 튀어나온 화폐나 시장
마르크스적 사유에 대한 이야기등이 확 와 닿아서 정말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새로운 사유를 만난다는 것은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지식에 놀라고 감탄하는 그런 수동적인 시간이
아니란 것을 느낀 날이기도 했지요.
나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무엇으로 나가자 하는가 그런 생각에 불을 당기는 것이란 점을 새롭게 느낀 날
돌아오는 길에 함께 차에 타고 가던 4 사람의 대화가 역시 강의에서 받은 인상으로 달구어진 것을 보니
이 날 강의가 준 영향을 느낀 날이기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