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오늘은 맑은날.....

| 조회수 : 1,154 | 추천수 : 62
작성일 : 2009-12-12 11:25:46

          
억새는 몸을 흔들며


억새는 바람이 이는 억새이고 싶었다

온몸에 쌓인 먼지를 아랑곳하지 아니하고

소용돌이치는 골짝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흐느러지게 나는 산새들의 날갯짓에 몸을 흔들었다

차라리 안개이고 싶었다

우거진 나무 너른 잎이 지는 숲 속

차라리 고쳐지지 않는 상처라도 갖고 싶었다

어느 버려진 계집아이 자랑스럽게 몸주신神을 받들기 시작하고

할미 무당巫堂의 첫눈에 빛나는 모습으로 어른거리며

말 못할 커단 하늘 위로 치솟는 안개이고 싶었다

달빛 어려 천방산千房山 봉우리라도 밝히려는가

밤이면 홀로여야 할 제몸을 돌보지 아니하고

하나의 억새이기 위하여 흐느낌에 눈뜨기 시작할 때

다만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순교라도 할 듯

어떠한 의미도 없이 그림자도 없이

흔적 없이 사라지는 억새이고 싶었다

침묵이고 싶었다

억새는 몸을 흔들며 담긴 사연이며 슬픔이며

이미 옛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 오랜 목소리를 출렁이고

대답 없는 하늘을 향하여 헛된 몸짓으로라도

언제나 신神내림을 받는 꽃으로 거룩하고 싶었다


- ----구재기

소꿉칭구.무주심 (nh6565)

제주 토백이랍니다. 우영팟 송키톹앙 나눔하듯 함께 나눠요. - jejumullyu.com 제주물류닷컴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소꿉칭구.무주심
    '09.12.12 11:35 AM

    한 장 남은 달력 의 기운에 보태어
    오래지 않아
    훌훌 털어내고 내어주어
    비움의 모습을 보여줄 억새와 감나무.....
    울님들 안녕하시죠?
    부대낌중 틈새.... 올만에 인사드려봅니다

  • 2. 윤정맘
    '09.12.12 3:27 PM

    네 ~감사히 귀한글에 마음을 담아봅니다 ....
    한올 한올 한없는 모습에 가슴속 심혈을 울리듯 ...
    비워간다는것 어렵고 어려운 모습속에 ~~
    손끝망울이 라도 편한 하여진다면 얼매나 고울까...
    아주작은 사랑이라도 편안한 모습이시길 바램에 나부끼며
    고운글 오랫만에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길...^^*

  • 3. 캐드펠
    '09.12.13 3:11 AM

    오랫만에 오셨네요.
    건강하시죠?
    감나무는 벌써 까치가 다녀간듯 하네요 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12504 인연을 주는 건 하늘의 일인가 봐요... 10 카루소 2009.12.17 7,321 827
12503 연습중 유마유마 2009.12.16 3,022 150
12502 마 이 산 13 wrtour 2009.12.16 3,433 102
12501 남프랑스 문제 정답과 경품^^ 4 열무김치 2009.12.16 3,903 172
12500 특강이 보여준 새로운 사유 2 intotheself 2009.12.16 3,045 248
12499 2009년트리 3 푸른두이파리 2009.12.16 3,601 249
12498 추운날.. 장작불에 몸 녹이세요^^ 2 따뿌(따뜻한 뿌리) 2009.12.15 3,474 84
12497 니콘 D80유저인데, 가이드북을 추천 부탁합니다. 1 sinavro 2009.12.15 2,696 105
12496 작별의 시간이 돌아오는군요... 14 카루소 2009.12.15 3,991 102
12495 바보들 사랑을 나누다 1 TANK각하 2009.12.14 2,751 99
12494 베란다 꽃과 접사놀이 6 노니 2009.12.14 1,848 101
12493 얼큰한 그녀들!! 18 카루소 2009.12.14 2,786 114
12492 고추장과의 만남 4 intotheself 2009.12.13 1,860 152
12491 올크리스마스에 보러가면 좋을것같은공연 호두까끼인형 추천해봐요~ 김정은 2009.12.12 1,336 112
12490 공명하는 즐거움-세잔을 돌아보다 (1) 2 intotheself 2009.12.12 2,238 208
12489 서울팝스오케스트라의 님은 먼곳에... 1 무상 차(茶) 사랑혜림 2009.12.12 1,623 101
12488 자게 '왜 이렇게 이쁜거에요?' 글, 조카생각~- 7 현랑켄챠 2009.12.12 1,677 71
12487 오늘은 맑은날..... 3 소꿉칭구.무주심 2009.12.12 1,154 62
12486 정남진 장흥 탐진강변 인공연못 야경 5 초인(장흥) 2009.12.12 1,680 142
12485 남프랑스 구경시켜드려요. 12 열무김치 2009.12.12 2,623 124
12484 언제까지일까 그대 믿고사는거... 6 카루소 2009.12.12 4,031 507
12483 즐거운 마음으로 고르는 그림들(2) 3 intotheself 2009.12.11 2,156 199
12482 네이트로 전기세 아끼는 방법! One_t 2009.12.11 1,299 114
12481 名畵(Vermeer,Johannes)감상&콜 니드라이 1 TANK각하 2009.12.11 1,929 145
12480 비오는 중에 굴삭기로 임시 퇴비장도 만들고~ 2 초인(장흥) 2009.12.10 1,646 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