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황당한 제목의 책을 처음 보았던 때가 기억납니다.고추장이 책으로 세상을 말한다고?
그런데 책표지를 들추어 보고 그것이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되었지요.

수유공간너머의 고미숙,이진경에 대해서는 책으로 먼저 만나서 알고 있었고,신선하다,부럽다,나도
그곳에 가서 함께 공부하고 싶다 이런 마음이 있었기에 그 이후로 죽 지켜보면서 신림동쪽에서 수유리의
고미숙과 결합한 두 인물 (존칭은 생략합니다.) 이진경,고병권에 대해서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설마 고추장이 두 사람중의 한 명은 고병권이라고는 생각을 못하고 있었으니까요.
사실 그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라 마음대로 줄치고 그 안에 메모를 적어놓고
나중에 다시 보고 하는 그런 즐거움을 못 누린 책이라 맘껏 읽었다는 느낌이 덜했지만
그래도 새로운 시도로구나,앞으로 관심갖고 지켜볼 저자가 한 사람 더 늘었는데 그의 독서는 글읽기와는
다른 실천과의 연계가 더 눈에 띄는 참신함이 있어서 기분좋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곤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책들에 묻혀서 잊고 있던 그 저자를 다시 기억하게 된 것은
순전히 정독도서관의 철학모임에 누구를 강사로 초빙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때문이었습니다.
수유공간너머의 연구원중에서 누군가를 초빙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고미숙은 박지원이야기와 강한 연결이 되어
철학모임에서는 곤란하지 않나 싶어서 고민하다가 그렇다면 니체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고병권은 어떤가 이렇게 이야기가 되었지만 문제는 과연 그 시간에 강의나 일정이 비어있는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다행히 시간을 조절해서 강의계획이 잡히고 나서 구한 책이 그린비에서 출간된 책,니체의 위험한 책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였습니다.

강의를 듣기전에 한 번 읽어보려던 계획에서 한걸음 더 나가서 책읽기의 재미에 흠뻑 빠지게 된 책
내 식으로 니체와 만나고 싶다는 열망을 불어일으킨 책이기도 했지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한 권을 더 구했습니다.니체,천개의 눈 천개의 길

그런데 이 책을 읽던 중 자본론 세미나에 등록을 했고 ,거기다 일본어강독때문에 가라타니 고진의 책을
읽느라 이 책은 한 구석에 몰려서 천대를 받고 말았지요.주인인 제게
아,공연한 욕심이었나? 후회를 했지만 그래도 언젠가 기회가 생기겠지 위로하면서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할까요?

책장에 니체에 관한 책을 두고 새롭게 빌려읽은 두 권의 책,그 중에서 제겐 추방과 탈주가
새로운 방식으로 살고자 실천하고 있는 한 인간으로서의 고추장을 조금 더 제대로 느끼게 해 준 책이었고
그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삶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든
책이기도 했습니다.나는 어떤 식으로 그런 모임과 접속하고 싶은가 하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해보기
시작한 책이기도 하고요.
화요일 특강에 대한 마음의 준비로 어제부터 다시 읽기 시작한 니체에 관한 책,책장을 다 덮고 나서
니체보다 오늘은 2부에 실린 베버에 관한 글과 자유주의자와 공동체주의자들이 68혁명을 어떻게 보았나에
관한 두 편의 논의가 제 관심에 불을 확 지핀 날이었습니다.
참 신기하게 느끼는 것은 이것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간 길에서 늘 새로운 길을 만나게 되는 것
그런데 오히려 처음 의도보다 그것이 더 신선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화요일 강의가 끝나고 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를 구해서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