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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에 온 가을

| 조회수 : 2,189 | 추천수 : 196
작성일 : 2009-10-31 09:35:36


  일년에 두 번 간송미술관 나들이를 한지가 꽤 오래되었지만

정말 단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도석전은 어쩐지 미심쩍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요.

그것도 나중에 무지에서 비롯된 마음인 것을 알고 혼자 실소를 하고 말았지만요.

도석전,그렇다면 도교와 불교를 소재로 해서 그린 그림이라는데 도대체 누가 그렸을까?

내가 익숙하게 아는 선비나 화원의 그림이 과연 나올까?

다른 좋은 전시도 많이 기다리고 있는데 잘 하는 일일까?

이런 쓸데없는 의심을 품고 올라간 간송미술관,우선 전시를 알리는 글씨를 한 장 찍으면서

간송미술관안으로 들어갔지요.



열시에 전시가 시작되는데 조금 일찍 도착해서 전시장 밖을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했습니다.

만개한 국화,국화,국화,멀리 못가도 이 안에 가을이 가득하네요.






일제치하에서 몸을 바쳐서 독립운동하신 분들에게도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지만

제겐 간송이 해 낸 일이 주는 큰 울림도 잊을 수 없는 일중의 하나여서

이 곳에 오면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 가능한 장소라고 할까요?

전시장에 들어가니 달마도,포대화상,바다를 건너는 신선들,검선들,앉에서 졸고있는 고승들

다른 사람들이 장기를 두는 옆에서 들여다보는 사람의 표정,신윤복의 그림속에 등장한 스님들

호랑이를 탄 고승의 모습,태극도인의 모습,낭원에서 복숭아를 훔친 사람의 표정등

달을 바라보는 고승,함곡관을 나서는 노자의 모습,바둑 구경에 나무 할 일을 잊고 있는 머슴의 표정등

한 번 보기 아쉬운 그림들을 위 아래로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보다가

도대체 이 미술관의 소장품은 어느 정도일까?

올 때마다 새로운 그림을 만날 수 있다니 하고 신기한 마음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여자분 둘이서 와서 한 사람이 옆 사람에게 설명을 해주는데 귀를 쫑긋하게 만들 정도의 신선한 해석에

따라다니면서 보다가 질문을 하기도 했지요.






전시장에서 나오니 벌써 빛이 달라져서 느낌이 다르더군요.

와,신기하다 싶어서 다시 주변을 돌면서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국화사진을 정말 여러 장 찍었는데 나중에 차속에서 안나돌리님이 꽃사진 찍는 방식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해준 것에 비추어 보니 집에 와서 들여다 본 사진을 건질 것이 거의 없더군요.

그래도 그 중에서 그나마 이것만은 버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컷입니다.



미술관 안에 세워져 있는 자전거 한대,가까이 사는 직원이 타고 온 것일까?

아니면 이 동네 사는 사람이 전시를 보러 타고 온 것일까? 공연히 궁금증을 유발하는 자전거네요.






안나돌리님이 사진을 찍는 동안 저는 조금 쉬면서 소설을 읽으려고 자리를 잡으려던 순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서서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아니,이게 무슨 강의지?

다가가보니 젊은 강사가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도석전의 의미에 대해서요.

도석화는 500년간 이어진 전통이지만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많이 불타버려서 지금 작품들은 주로

임진왜란 이후의 작품이란 것,17세기의 김명국,18세기의 김홍도,19세기의 장승업

이렇게 각 시대를 대표하는 도석화가들은 주로 화원출신이란 점,그 이유는 선비들은 도석화보다는

문인화에 치중했기 때문이란 것을 이야기한 다음

17세기 김명국의 경우 중국화의 영향하에 있었지만 18세기 김홍도는 인도나 중국출신의 인물을을

조선의 얼굴로 대체한 점에서 이번 전시의 하일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19세기에 들어와 정조이후의 조선은 내리막길로 가기 때문에 다시 장승업에 와서는

중국화의 영향권안으로 들어가게 되지만 역시 한 번 맛 본 18세기의 절정이 17세기의 김명국의 그림과는

다른 그림을 내놓게 되었다는 것,그 전통이 기독교의 유입이후에 맥이 이어지지 않아서

지금은 도석화의 전통은 거의 사멸한 것이나 다름없어서

이번 전시의 의의는 이런 전시를 통해 다시 도석화의 맥을 잇는 작업이 이념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라고요.

여기저기서 감탄하는 소리에 이어 그렇다면 왜 신윤복의 그림이 함께 전시되었는지 질문이 나오더군요.

그러자 강사가 대답을 합니다.신윤복은 넓게 보면 풍속화가로 분류되지만 그 안에 조선시대 사람들

특히 양반들의 놀이생활을 담은 속에 승려들도 등장을 하기 때문에 이번 전시에서는 주로

그 부분을 부각하여 함께 전시한 것이라고요.

우연히 만난 그 자리덕분에 이번 전시가 제겐 더 풍성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intotheself
    '09.10.31 9:37 AM

    안나돌리님,함께 한 시간 즐거웠습니다.

    마마헬렌님,늦어서 제대로 구경을 못 한 전시,아쉬운 대로 강사의 설명으로 상상을 하시길

  • 2. 살림열공
    '09.10.31 9:57 AM

    전시를 알리는 최완수 선생의 글씨가 갈수록 재미있어 집니다.
    미술관 마당의 화분들은 최 선생이 직접 가꾸는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그런지 여성의 손길과는 다른 약간 투박하지만 고졸하고 예스러운 느낌이 드는 그런 화분과 꽃들이지요.
    간송전을 꼭꼭 챙겼었는데 인파가 너무 몰려서 보기가 번잡해진 걸 몇 번 견딘 후에는 어쩐지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 3. intotheself
    '09.10.31 10:17 AM

    살림열공님

    일찍 가니 한가한 마음으로 일,이층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순서에 상관없이 비어있는

    그림앞에서 혼자서 느긋하게 그림을 볼 수 있던데요?

    생각지도 못한 그림들을 만나서 행복한 시간이었답니다.

  • 4. 안나돌리
    '09.10.31 10:35 AM

    intotheself님
    어제 덕분에 너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혼자 갔다가 그냥 휘~~ 둘러보고 나왔을텐데
    이것 저것 부연설명을 곁들여 주어서 뜻깊은 전시회가 되었다지요^^

    사진은 저보다 더 멋진 앵글로 담으셨네요~ㅎ
    요즘 고민하고 있는 제 사진에 대한 반성도 해 보는 아침입니다.
    처음의 그 순수하던(?) 앵글이 없어지고 언제부터인 지
    제가 어떤 격식이나 고정관념을 담으려고 애쓰고 있는 같아요

    꽃사진 설명에 대해선.... 어제 간송에서 담은 꽃사진 하나인 데
    정면으로 꽃을 평면적으로 담지 말라는 예제로 대신해 봅니다.~

    배경도 살리고 꽃에 든 빛까지 담아 입체적 표현이 좋겠다는 이야기이얘요..ㅎㅎ

    그리고...요즘 카메라 기변하고 아직 새카메라에 적응이 덜 되어
    어제 찍은 사진은 별게 없고 그냥 제 맘에 드는 아래 사진 하나로 어제 만남을
    추억하고 싶네요~~

    가을도 쉬어가는~~休...라는 제목으로 담았답니다.


    사진을 하기 위해서라도 이젠 한달에 한번씩이라도
    self님의 전시회 나들이 따라 나서야겠다고 다짐도 해 봅니다.ㅎㅎ

  • 5. 카루소
    '09.10.31 11:39 AM

    조영남 - 잊혀진 계절(영어버전)

  • 6. mamahelen
    '09.11.2 11:14 AM

    내가 너무 서둘러서 분위기만 어수선 하게 만들고
    한달전 약속이 무색해 졌지요
    그래도 나는 너무 좋아서
    이런 기회가 자주 있기를 바랍니다
    같은걸 봤는데도 안나돌리님 카메라를 통해서 보면
    그저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좋은 시간 내주신 두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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