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소 아저씨
부릉이 삼춘
한밤중이에요.
혼밤중이우다.
황소 아저씨네 추운 외양간에 하얀 달빛이 비치었어요.
부릉이 삼춘네 추운 쉐막엔 허연 돌빛이 비촤수다.
둥그런 보름달님이 은가루 같은 달빛을 쏟아 놓은 거예요.
동글락헌 보름돌이 은고루 고튼 돌빛을 쏟아 놓은 거우다.
황소 아저씨는 보릿짚에 주둥이를 파묻고 쌕쌕 숨소리를 내며
부릉이 삼춘은 보리낭에 주둥아리를 파묻엉 쌕쌕 숨소리를 내멍
잠들어 있었어요.
좀들어 이섯수다.
새앙쥐 한 마리가 외양간 모퉁이 벽 뚫린 구멍으로
새앙중이 혼 마리가 쉐막 모롱이 백 똘라진 고망으로
얼굴을 쏙 내밀었어요.
놏을 솔짝이 내밀엇수다.
쪼끄만 두 눈이 반짝반짝했어요.
쪼글락헌 두 눈이 파롱파롱 햇수다.
새앙쥐는 쪼르르 황소 아저씨 등을 타고 저기 구유 쪽으로 달려갔어요.
새앙중이는 조로록 부릉이 삼춘 등땡이를 타그네 저듸 도고리 쪽으로 돌려갓수다.
황소 아저씨는 갑자기 등이 가려워 긴 꼬리로 세차게 후려쳤어요.
부릉이 삼춘은 갑자기 등땡이가 고르왕 진진헌 꼴랑지로 몰촉 후려쳣수다.
달려가던 새앙쥐가 후려치는 꼬리에 튀겨 그만
돌려가던 새앙중이가 후려치는 꼴랑지에 맞안 그만
외양간 바닥에 동댕이쳐졌어요.
쉐막 바닥에 걸러졋수다.
새앙쥐는 하도 놀라 정신이 얼떨떨했어요.
새앙중이는 하도 큼착행 정신이 히어떡햇수다.
다행히 외양간 바닥엔 푹신한 보릿짚이 깔려 있어
다행히 쉐막 바닥엔 폭신한 보리낭이 꼬라정이선
새앙쥐는 아무 데도 다치지 않았어요.
새앙중이는 펜치롱햇수다.
“넌 누구냐?”
“눈 누게니?”
황소 아저씨가 굵다란 목소리로 물었어요.
부릉이 삼춘은 솔진 목소리로 물엇수다.
“저어……. 새앙쥐예요.”
“저어……. 새앙중이우다.”
새앙쥐는 무서워서 아주 조그맣게 대답했어요.
새앙중이는 모소왕 아주 솔쩨기 대답햇수다.
“그런데 한밤중에 뭣 하러 나왔니?”
“겅헌디 혼밤중에 무신거 허 잰 나와시니?”
“동생들 먹을 것 찾아 나왔어요. 우리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아시덜 먹을 것 초장 나왓수다. 우리 어멍이 갑자기 돌아가신디.”
황소 아저씨는 뜻밖이었어요.
부릉이 삼춘은 거령청햇수다.
“먹을 게 어디 있는데 남의 등을 타넘고 가니?”
“먹을 게 어디 이신디 놈의 등때기를 타넹기멍 감시냐?”
“저쪽 아저씨 구유에 밥 찌꺼기가 있다고 건넛집 할머니가 가르쳐 줬어요.
“저듸 삼춘 도고리에 밥 주시가 있댕 건넛집 할망이 고라줫수다.
앞으로는 아저씨 궁둥이 밑으로 비잉 돌아갈 테니, 제발 먹을 걸 가져가게 해 주세요.”
또시랑 삼춘 잠지패기 알더래 비잉 돌앙가키메, 제발 먹을 걸 가졍가게 허여 줍서.”
새앙쥐는 오들오들 떨면서 사정을 했어요.
새앙중이는 달달 털멍 소정을 햇수다.
“그랬댔니? 그럼 얼른 구유 안에 있는 거 가져가거라.
“겅 해시냐? 게거들랑 혼저 도고리 소곱에 이신거 고졍 가라.
동생들이 기다릴 테니 내 등때기 타넘고 빨리 가거라.“
아시덜이 지다럼시난 내 등때기 타넘엉 혼저 가라.“
“아저씨, 참말이어요?”
“삼춘, 촘말이우꽝?”
“그래그래, 참말이잖고.”
“기여기여, 촘말이여게.”
“아저씨 고맙습니다.”
“삼춘, 고맙수다.”
“한 번만 가지고는 안 될 테니 몇 번이고 배부를 때까지 가져가거라.”
“혼번만 고져강 안 될 꺼난 맺번이고 배부를 때까지 고졍가라.”
새앙쥐는 황소 아저씨 등을 타넘고 구유 속으로 쪼르르 기어갔어요.
새앙중이는 부릉이 삼춘 등때기를 타넘엉 도고리 소곱으로 쪼로록 기어갓수다.
구유 속엔 맛있는 찌꺼기가 많이 있었어요.
도로리 소곱엔 맛난 주시가 하영 있엇수다.
무 조각도 있고 콩 조각도 있었어요.
놈삐 쪼가리도 있고 콩 쪼래도 있엇수다.
새앙쥐는 얼른 콩 조각 하나를 물고 동생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갔어요.
새앙중이는 호로록허게 콩 쪼래기 호나를 물엉 아시덜이 지다리는 집으로 갓수다.
새앙쥐네 집 작은 방엔 동생들 넷이서 모여 앉아 언니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새앙중이네 집 호꼴락한 방엔 아시덜 늬성제가 모여 앉안 성을 지다리고 있엇수다.
“요건 넷이서 나눠 먹어라. 내 또 가서 금방 가져올게.”
“요것 닛이서 갈라아정 먹으라. 나 또시 강 금방 고정 오마.”
새앙쥐는 열네 번이나 황소 아저씨 등을 타넘었어요.
새앙중이는 열니번이나 부릉이 삼춘 등때기를 타넘엇수다.
“이제 됐니?”
“이제 되어시냐?”
“예, 아저씨.”
“예, 삼춘.”
“그럼 오늘은 가서 푹 쉬고 내일 또 오너라.”
“게민, 오늘랑 강이네 푹 쉬어땅 낼랑 또시 오라.”
황소 아저씨가 정답게 말했어요.
부릉이 삼춘이 정답게 고랏수다.
이틀 뒤, 아기 새앙쥐들도 다 자라 볼볼 기어다닐 수 있게 되었어요.
이틀 뒤엔, 애기 새앙중이들도 다 욕앙 폴폴 기어댕길 수 있게 되엇수다.
“새앙쥐야.”
“새앙중이야.”
“예, 아저씨.”
“예, 삼춘.”
“동생들이 참 귀엽겠구나.
“아시덜이 참 아꼬우키여.
내일부터 모두 함께 와서 맛난 것 실컷 먹으렴.”
낼부터랑 몬딱 혼디왕 맛존 것 하영 먹으라.”
“아저씨, 그래도 괜찮으세요?”
“삼춘, 경해도 되쿠강?”
“그래. 내가 먹고 남긴 것인데, 뭐.”
“기여, 나가 먹당 남긴건디 어떵허냐게.”
다음 날, 새앙쥐 남매들은 추녀 밑 고드름을 녹여
뒷날, 새앙중이 성제들은 추녀 밑 고도롱을 녹영
눈곱도 닦고, 콧구멍도 씻고, 수염도 씻었어요.
눈꼽쟁이도 닦으곡, 코망도 씻고, 시염도 씻섯수다.
“언니, 내 얼굴 예뻐?”
“성, 나 놏 곱닥해?”
막내둥이가 물었어요.
족은놈이 물엇수다.
“에그, 왼쪽 볼에 코딱지가 묻었다. 좀더 씻어라.”
“에그, 왼착 구뚱배기에 코푸랭이 묻엇져. 호끔 더 콜콜이 씻으라.”
막내둥이는 얼른 코딱지를 씻었어요.
족은것은 얼른 코푸랭이를 씻엇수다.
달님은 조금 이지러졌지만 여전히 환한 밤이었어요.
돌님은 호끔 이지러졌지만 경해도 훤헌 밤이엇수다.
외양간 보릿짚 대궁이 카랑카랑 달빛에 비쳤어요.
쉐막 보리낭 대궁이 카랑카랑 돌빛에 비쳣수다.
“황소 아저씨!”
“부릉이 삼춘!”
새앙쥐 다섯이 오르르 몰려왔어요.
새앙중이 다섯 모리가 조르륵 몰려왓수다.
“얼레? 모두 똑같구나!”
“에구? 몬딱 똑같구나이!”
“제가 막내에요.”
“나가 족은거우다.”
“저는 둘째예요.”
“난 셋것이우다.”
“저는 셋째고요.”
“난 말젯것이우다.”
황소 아저씨는 새앙쥐들이 귀여워 두 눈이 오묵오무 커졌어요.
부릉이 삼춘은 새앙중이들이 아까왕 두 눈이 버룽허게 커졋수다.
새앙쥐들은 구유 안에서 맛있는 찌꺼기를 실컷 먹었어요.
새앙중이덜은 도고리 소곱에서 맛쫀 주시를 실컷 먹엇수다.
“얘들아, 구유 안에 똥누면 안 된다!”
“얘들아, 도고리 소곱에 똥누민 안된다이.”
“예!”
“예!”
“오줌도 누면 안 되고 코딱지 묻혀도 안 된다.”
“오줌도 누민 안 되고 코푸랭이 묻혀도 안 된다이.”
“예!”
“예!”
구유는 황서 아저씨 밥그릇이니까 거기다 똥을 누거나
도고리는 부릉이 삼춘 밥그릇이난 거기다 똥을 누거나
오줌을 누면 안 되겠지요.
오줌을 누문 버물어정 안 됩니께.
새앙쥐들은 황소 아저씨랑 사이좋은 식구가 되었어요.
새앙중이덜은 부릉이 삼춘이영 사이좋은 혼식구가 되엇수다.
황소 아저씨 등을 타넘고 다니며 술래잡기도 하고 숨바꼭질도
부릉이 삼춘 등때기를 타넘엉 곱음재기도 허고 곱을락도
했어요.
햇수다.
“오늘부터 나하고 함께 여기서 자자꾸나.”
“오늘부터랑 나영 혼디 이디서 자게.”
“예, 아저씨!”
“예, 삼춘!”
새앙쥐들은 아저씨 목덜미에 붙어 자기도 하고 겨드랑이에서 자기도 했어요.
새앙중이들은 삼춘 모감지에 부텅 자기도 허고 저깽이에서 자기도 햇수다.
겨울이 다 지나도록 따뜻하게 따뜻하게 함께 살았어요.
저슬이 다 지나도록 또똣허게 혼디 살앗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