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역사모임이 있는 날,오전수업과 맛있는 점심(그 날 처음으로 참석한 웬디님과 그녀의 친구분
앞으로도 계속 만날 수 있길)을 먹고 지난 번에 가려다가 교보문고에서 책에 붙들려 못가고 말았던
호림미술관 강남분관의 도자기전에 갔습니다.
고려도자기,여러 번 전시장에 갔으니 무어 그리 새로울 것이 있으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요?
그러나 그 곳에서는 정말 새로운,난생 처음 보는 도자기도 여러 점 있어서 눈이 호사한 날이었지요.
마침 도착한 시간,3시에 정성스럽게 설명을 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각자 전시장에 온 4명의 여성들이
그녀를 중심으로 질문을 하기도 하고 감탄을 하기도 하면서 일단 전시장을 한 번 돈 다음
각자 또 같이 다시 전체적으로 도자기 감상을 한 날이었지요.
다양한 도자기들을 보다가 문득 이 작품을 만든 사람들은 실제로 자신의 집에서는 이런 물건을 (당시에는
이렇게 전시될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도구로 만든 것이니) 써볼 수도 없었을텐데
이것을 만드는 심정은 단지 일을 대하는 태도로 그치는 것이었을까,아니면 하는 엉뚱한 공상을 하게 되더군요.
기준치에 못 미치거나 조금 손상이 가는 물건들은 집으로 가져가서 쓸 수 있었을까,아니면 그 자리에서
깨어버렸을까 하는 궁금한 마음도 들고요.
기록이 없는 역사의 부분은 상상으로 채워질 수 밖에 없는데 이것이 갖는 순기능,역기능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도자기를 보고 나서 밖으로 나오니 비가 그쳐서 말짱한 하늘이네요.
저녁에 있을 음악회까지 남은 시간을 영풍문고와 신나라 레코드에서 보내야지 생각하고 그 곳에 갔습니다.
신나라 레코드에서는 갈 때마다 좋은 음반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늘 기대하는 마음으로 들러보게 되는 곳인데요,이번에 만난 것이 바로 디브이디로 출시된 great concertos
10장을 한 묶음으로 1장 값으로 판다는 것인데 순간적으로 믿어도 되나 판단이 서지 않아서 일단
밖으로 꺼내놓고 다른 작품들을 찬찬히 구경하기도 하고,소리를 들어보기도 하고,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막상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까지도 망서렸는데

내년부터 시작해보려고 마음먹고 있는 호모 무지쿠스,혹은 뮤지코필리아라는 이름의 (아직 정한 것은
아니라서요) 음반이나 디브이디 공연실황등을 서로 바꾸어보는 음악동아리에 가능하면 다양한 음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구했습니다.
그리곤 금요일 밤에 집에 돌아와서부터 오늘 아침까지 4장째 들어보고 있는 중인데요,잘한 선택이었네 하고
흡족해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금요일 음악회도 기대보다 훨씬 좋았고 시벨리우스 바이올린곡을 협연한 바이얼리니스트 김윤희의 연주에
불에 덴 듯한 기분으로 놀랐던 시간이 지금도 떠오르는군요.
kbs가 이번 지휘자와 어울려서 만들어낸 베토벤 연주도 좋아서 한소절도 놓치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곡은
역시 베토벤이로군 내겐 하는 마음으로 몰두했던 시간이 기억나기도 하네요.

음악회에는 가고 싶긴 하지만 비쌀 것 같고 시간도 많이 걸릴 것 같고,이런 저런 마음에 걸리는 사연이
많겠지요? 그래도 한 번 마음 단단히 먹고 발걸음을 해보면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생각보다 훨씬 행복을 주는
그런 연주회도 많이 있답니다.
그리고 가는 길에 음반점에 들러보면 생각보다 기분좋게 구할 수 있는 음반들도 많이 있지요.

이번 여름방학중에는 새로 구한 디브이디로 매일 오전 새로운 곡으로 하루를 열 수 있게 되었으니
기대가 되네요. 정말 음반 한 장 값으로 풍성한 여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으니 신나라 레코드로 향했던
그 발걸음에 축복을 이런 심정이라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