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수업이 있는 월요일,한 명이 참석못한다고 미리 연락이 와서
둘이서 호수공원에 갔습니다.
비도 그치고,해가 그다지 따갑지 않은 날이라 파리바께트에서 파는 누룽지와 아이스 커피를 사들고
벤치 하나 골라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벌써 시간이 3시간이 지나버렸더군요.
그렇다면 세 시간 내내 일본어로 이야기가 가능했다는 소리인데 (물론 상대방인 송승은씨가 전자사전으로
모르는 단어를 찾아가면서 ,그리고 제가 틀리는 말을 고쳐주면서 도와주기 때문에 가능한 시간이지만)
한 학기동안 정말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행복해하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런 날,뭔가 기분좋은 음악을 듣고 싶어서 보람이의 싸이월드에 들어가 음악을 틀어놓고 있는 중인데요
전혀 모르는 음악이 흘러나와서 신기해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 신선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러면서 얼마나 다른 영역에서 서로 살아가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도 되네요.

토요일,일요일 이틀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시오노 나나미가 새로 출간한 책 로마제국 멸망이후의 지중해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보냈습니다.
수요일에 읽고 있는 영어책이 바로 지중해의 역사인데,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예를 들어
아랍인이 아주 이른 시기에 전쟁에 참여했다는 기록을 있고 그런데 그 시기에 아랍인이 역사에 등장한
기록을 어디서도 못 본 것 같은데 어디서 찾을 수 있을꼬 고민하던 것들이 시오노 나나미의 지중해 역사를
읽으면서 의문이 풀리기도 하고,그동안 그녀의 책을 읽었던 것들이 하나의 끈이 되어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즐겁게 책읽기에 몰두하는 것이 가능했고 자주 나오는 지도로 이제 머릿속에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유럽지도,그중에서도 지중해를 둘러싼 장소의 그림이 그려지게 되었네요.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해적의 이야기,그 시기의 국제 정세를 주도한 사람들의 이야기,그들을 초상화로 그려낸
티치아노 이야기등을 읽다보니 자연히 오늘 보게 되는 화가는 티치아노입니다.

가운데 앉아 있는 교황이 파르네세 집안의 사람인 바올로 3세인데 그가 교황으로 집무하던 시기
프랑스와 에스파냐의 사이가 나빠서 이슬람과 대적하기 위해 군대를 모으려해도 프랑스가 참가하면 에스퍄냐가
빠지고 에스파냐가 참가하면 프랑스가 빠지는 그런 사태로까지 갔던 시대의 이야기를 다시 읽으면서
그 때의 주역이 바로 카를로스 5세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와 프랑스의 프랑스아1세때라는 것,그 시기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다시 흥미를 갖게 되었지요.

20살도 채 못되어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되고 그가 황제인 시기에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을 만나게 된
그,10년뒤에는 로마에 군대를 몰고가서 같은 기독교 국가의 수장이 사는 곳을 약탈하기도 한 그,
그 이후 다시 교황과 화해해서 이슬람과 싸우기 위해 군대를 내기도 하고,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네치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연합함대를 만들고도 사보타지를 유도하기도 한 인물,말위에서 살다시피 하면서도
나중에는 30년전쟁이 끝나고는 지쳐서 황제자리를 아들과 동생에게 물려주고 수도원에서 살다가
삶을 마감한 인물에 대해서 생각을 이렇게 저렇게 해보는 시간입니다.


오래전 본 영화중에 몰타의 매라는 제목이 있었습니다.그 때만 해도 몰타라는 지명을 처음 들었던 때라서
제목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몰타에는 성 요한 기사단이 살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십자군 전쟁때 만들어진 기사단중에서 템플 기사단은 프랑스 왕의 개입으로 와해되었지만
성요한 기사단은 나중에 교황청의 해군과 유럽여러나라의 해군과 더불어 이슬람세력과 대적하는데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카라바지오를 공부할 때도 그 기사단 이야기가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책에서도 자주 그들에 대해서 읽었기 때문에 오늘 초상화를 보다가 몰타의 기사라는 말에 끌려서
이 그림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들에게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말년에 있을 곳을 제공해주고,덕분에 모나리자를 기증받았다는 것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왕 프랑수와 1세입니다.
그는 거의 같은 나이의 카를로스 5세에게 주어진 넓은 영토,그래서 그가 갖게 되는 힘에 대적하고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에 도전하기도 했지만 결국 선출되지 않은 이력도 있고 이탈리아의 영토를 차지하려고
군대를 이끌고 이탈리아에 왔다가 전쟁에서 붙잡힌 전력도 있더군요.
에스파냐에 대한 미움으로 나중에는 결국 같은 기독교국가와 싸우기 위해 이슬람인 오스만 제국과
군사적인 제휴를 맺기도 해서 유럽국가들을 놀라게 한 전력도 있는 왕이기도 합니다.

경제동물이라고도 불렸다는 베네치아 사람들,그들의 정치적인 수장이 바로 도지라고 불렸다고 하는데요
그 도지중의 한 명인 이 사람은 프랑스와 에스파냐가 서로 대치하고 있던 시절의 베네치아 도지를 맡았던
인물이고,아들은 이스탄불로 건너가서 살면서 이슬람교로 개종한 전력이 있는 인물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시오노 나나미의 이야기 삼부작인 주홍빛 베네치아에서 주인공의 친구로 등장한 인물때문에
기억에 남는 도지이기도 한데요,티치아노의 그림속에서 형형한 눈빛으로 지금도 살아있는 느낌이네요.

교황 바오로 3세의 손주인데요,그가 손주의 초상화를 티치아노에게 부탁해도 시간을 내주지 않자
이 손주를 베네치아로 유학을 보내고,그림을 그리도록 했다는 일화가 남아있는 것을 보니
당시 티치아노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되겠지요?

로렌초가 죽은뒤 메디치 가문은 결국 공화국인 피렌체를 계속 유지못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카를로스 5세의 지지로 토스카나 공국을 다스리게 되었다고 하는데요,전성기때와 같은 인물들은 나오지
않은 모양이더군요.
그래도 그 가문의 마지막 사람이 그들이 갖고 있던 모든 예술품을 피렌체에서 밖으로 내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그 지역에 내놓음으로써 지금의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하니,그들이 정치적인 실세로서의
힘은 사라졌어도 영원히 그들을 기억하게 만든 공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진짜 영향력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지요.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마저 다 읽고 나면 시기별로 그림을 찾아가면서 조금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만큼 자극적인 책읽기였습니다,그렇게 그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책읽기야말로 의미있는
독서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