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줌아웃 최근 많이 읽은 글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영화와 음악 - 더 레슬러
회색인 |
조회수 : 1,475 |
추천수 : 94
작성일 : 2009-07-24 16:21:02
Guns N' Roses - Sweet Child O' Mine
[더 레슬러 - The Wrestler]
제작, 감독 대런 애로노프스키 / 각본 로버트 D. 시겔 / 음악 클린트 멘셀 / 촬영 마리스 알버티 / 편집 앤드류 웨이스블룸 / 출연 미키 루크, 마리사 토메이, 에반 레이철 우드 / 2008년 20세기 폭스 / 러닝타임 110분
제가 아주 어렸을 때는 프로레슬링의 팬이기도 했었습니다.
아래 '우렁각시'님께서 옛날 흑백 TV 사진도 한 장 올려주셨는데 그 TV로 프로레슬링 보던 추억이 생각나는군요.
여건부와 김일 선수가 일본의 레슬링 선수들과 싸워 이기면 온 동네가 시끄러웠는데... 언제부턴가 프로 레슬링, 프로 복싱은 프로 야구와 프로 축구, 농구, 배구에 그 자리를 내주고 쓸쓸한 추억만 남기는군요.
지금도 간혹 생각나는 경기 장면이 김일 선수와 미국의 자이언트 바바의 싱글매치, 김일 선수가 코브라 트위스트로 승리했던 그 경기와 아시아 최고의 경기라고 떠들썩했었던 안토니오 이노끼와의 대결이었습니다.
김일도 안토니오 이노끼도 모두 역도산의 제자였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두 선수 모두 한국과 일본, 두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해서 언젠가는 맞붙을 수 밖에 없었고 그 대결은 두 선수에게나 두 나라 국민들 모두에게 자존심을 건 중요한 시합이었을 것입니다.
결과는 어떻게 됐는지 생각은 안납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그에 대한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는 있겠지만 그냥 이대로 모르는 채 묻어 두겠습니다.
미국도 예외없이 80년대의 레슬링 스타들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져 하위 리그에서나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모습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평일에는 대형 수퍼마켓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주말에만 경기를 하는 퇴물 레슬러, 한 때 전국적인 인기를 구가했었던 랜디 '램'은 시간날 때마다 집 근처 스트립 바를 찾거나 하루라도 진통제같은 약들이 없이는 견딜 수 없는 퇴물 프로 선수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느 시합 종료 후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고 심장에 이상이 있음을 알게 되고 또 다시 링 위에 서면 더 이상 살 수 있는 기회마저 없을 것이라는 경고까지 듣습니다.
그 때 단골 스트리퍼로부터 가족을 찾으란 조언을 듣고 멀리 떨어져 사는 딸을 찾지만 자기를 버린 아버지를 용서못하는 딸과의 화해는 결코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 딸의 마음만 돌릴 수 있다면 이토록이나 사랑하는 레슬링을 포기할 수 있다고, 어쩌면 그는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난 너를 잊으려 노력했다... 아얘 네가 없는 사람이기를 간절히 원했는지 모른다..."
관계가 소원해진 딸 앞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의 삶에 후회가 담긴 용서의 말을 건네는 그는 어쩌면 이 영화속 인물의 힘을 빌어 그동안 현실에서 자신을 학대한 그 '죄'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딸이 조금 마음을 열어주면 왕년에 링을 호령하던 제왕이 기꺼이 동네 주부들을 상대로 고기나 썰어주면서도 신나게 "You have a lovely day darling"하고 인사를 건네주는 그는 링의 야수라기 보다는 차가운 현실 세계에 던져진 연약하고 어린 짐승의 모습이 엿보이기까지 합니다.
개인적으로 또한 미키 루크의 오랜 팬이었습니다.
오래전에 본 "엔젤 하트"에서 악마적 인물로 같이 연기한 로버트 드 니로의 치밀한 광기에 대칭점으로 작품의 균형을 절묘하게 잡아주던 그 내면의 깊은 열정적 연기에 매료 됐었습니다.
그 이후 그의 출연작들을 뒤늦게 챙겨보기 시작했는데 "나인 하프 위크"와 "와일드 오키드" 정도를 빼고는 그다지 와닿는 작품이 없었습니다.
그나마도 90년대 중반을 넘어가면서는 아얘 안쓰러운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필모그래피는 다소 실망스러운 정도였었죠.
영화계의 뜨거운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복서로서의 제2의 인생을 야심차게 시작하여 초반에는 꽤 의미있는 성적을 거두기도 했었지만 약물 중독에 바진 아내와 그 스스로 알콜 중독에 빠지면서 그의 삶은 어긋나기 시작했고 날이 갈수록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성격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되기도 했었습니다.
더군다나 '정육점 주인'이란 별명이 붙은 삼류 성형외과의로부터 상처조차 꿰메주지않는 어이없는 성형수술을 받으며, 그 때문에 이 꽃미남의 얼굴은 그의 성격만큼이나 흉측하게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런 그의 현실속 이력들이 모두 보상받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혼이 담긴 연기를 통해 사람들로부터 다시금 스크린의 복귀를 열렬히 환영받은 미키 루크는 제2의 인생이 실패한 복서였다면 이제 다시 제3의 인생으로 스크린을 호령하는 제왕이 되기를 살짝 기대해 봅니다.
요즘도 간혹 케이블TV에서 보여주는 미국의 프로레슬링 경기를 보면 선수들이 출현할때마다 거칠게 헤비메틀 음악이 터져나옵니다.
이 영화속 음악 역시 1980년대의 헤비메틀 음악으로 멋지게 치장되어 있고 저처럼 이 시대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은 영화음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영국의 브리티쉬 록과 미국의 서든 록, 그리고 북유럽의 애잔한 감성이 서린 멜로딕 록이 80년대 초반 "NWOHM(New Wave Of Heavy Metal)"이란 이름으로 더 친숙하게 대중에게 다가가는 움직임이 있었고 특별히 미국에서 엄청난 스타들이 배출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당시의 스타들중에 지금까지 이름이 회자되는 뮤지션이라면 본 조비, 건즈 앤 로지즈 정도 일까요?
영화속에서 랜디 '램'도 한마디 하지만 "90년대의 너바나 커트 코베인이 음악을 다 망쳐놨다"고 이야기될 정도로 그 90년대의 얼터너티브 록과 그런지 씬의 폭풍은 지금 21세기의 음악판도까지 뒤흔들 정도였습니다.
80년대의 록이 거칠게 보이긴 해도 순수한 면이 있었다고 한다면, 90년대의 록은 깔끔하고 세련되어 보이긴 해도 영리하다 못해 교묘하기까지 보인다면... 뭐 좀 오버스러울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음악 자체의 순수한 열정은 조금 부족해보이는게 솔직한 저의 심정입니다.
영화속에선 80년대 초반 "Cum On Feel the Noize"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었던 콰이어트 롸이어트(Quiet Riot)의 "Bang Your Head"가 중요한 모티브처럼 울려나오는데요 이 노래만큼이나 레슬링의 특징적인 느낌들을 잘 전해주는 곡도 없을 듯 합니다.
그외에도 80년대 메틀팬이라면 반가울 수 밖에 없는 "신데렐라(Cinderella)", "래트(Ratt)", "스콜피온스(Scorpions)", "억셉트(Accept), "슬로터(Slaughter)" 등 제가 알아들은 것만 해도 흥분될만한 그룹들의 음악이 내내 울리고 특히 이 페이지에 링크 시켜놓은 "건즈 앤 로지즈(Guns'N' Roses)"의 "Sweet Child O' Mine"은 영화 후반부 랜디 '램'의 삶에 가장 중요한 순간에 울려퍼지는 음악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아직 안보신 분들을 위해 결말은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수작입니다.

- [줌인줌아웃] 국민의 당은 홍보담당자.. 3 2017-04-14
- [줌인줌아웃] 안철수 후보의 역사관 2 2017-04-14
- [줌인줌아웃] (스압) 벚꽃잎 흩날리.. 1 2017-04-12
- [줌인줌아웃] 아기젖꼭지 판매회사의 .. 1 2013-12-19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회색인
'09.7.29 9:01 PM너무 오랜만입니다, 오리아짐님...
건강은 좀 어떠신지요...
음악이...익스에선 나오는데 파폭에선 잘 안나오는군요...
파일이 있는 서버가 좀 느려서 그런가 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